[인터뷰] "로드맵 수정안 가장 큰 문제는 국내 감축분 확대 근거 불충분"

권세진 기자 cj@ekn.kr 2018.07.04 16: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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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영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객원교수

▲강윤영 교수


[에너지경제신문 권세진 기자] 정부는 지난달 28일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기본로드맵(이하 로드맵)’ 수정안을 통해 감축목표의 3분의1을 차지하면서도 이행 방안이 불확실했던 해외감축분 9600만톤을 국내감축분으로 최대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2016년 12월 로드맵 작성을 주도했던 강윤영 서울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객원교수는 로드맵 수정안은 문제가 많다고 진단했다. 다음은 강 교수와 일문일답.

-로드맵 수정안의 가장 큰 문제를 지적한다면.


△심도 있는 연구가 없었다. 로드맵 수정안은 지난해 9월 민·관 공동작업반을 구성해 올해 6월까지 단기간 논의를 거쳐 나온 결과다. 구체적 근거 제시 없이 수치만 발표한 수준이다. 2016년 12월 국무회의에서 약속한 로드맵을 바꾸겠다면 상응하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단지 해외 구입비용이 비싸다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충분히 검토해 왜 해외감축분을 국내감축분으로 전환하는 게 국민에게 이득인지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기존에 11.3%이던 해외감축분을 국내 각 부문별로 차이를 둬 배분했다. 어떻게 산정됐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 기존 로드맵에서 해외감축분 9600만톤을 모두 국내감축으로 돌리지 않고 일부만 전환하는 이유도 설명하지 않았다. 산업계가 자체적으로 감축 가능 여부를 판단할 만하고 전문가가 납득할 만한 상세한 설명이 나와야 한다.

-산업계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예컨대 탄소 포집·저장 활용기술(CCUS)은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후 유용한 물질로 전환하거나 안전하게 육상 또는 해양지중에 저장하는 기술을 말한다. 철강 산업이나 발전사업 등에 쓰이는 기술이라 CCUS 감축분이 산업부문으로 들어갔을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아무 설명이 없다. 부문별 감축 방안 설명이 부족해 산업계가 달성 가능 여부를 판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기존 로드맵은 어느 기술로 얼마나 줄일 계획인지를 명시했다. 이번에는 숫자만 바꿔 넣은 것 말고는 없다. 무의미한 수치일 뿐이다.

-전환부문(발전소) 감축목표는 어떻게 진단하는가.

△전환부분 감축목표가 확대됐는지, 축소됐는지도 솔직히 수정안만 보고는 모르겠다. ‘확정감축’과 ‘추가감축’ 개념도 확실치 않다. 경제성장 둔화로 전력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 예측되는 만큼의 감축량을 ‘확정’이라고 산정했을 가능성이 높다. 전환부문에서 감축하는 것은 믹스가 같아도 수요에 따라 달라진다. 가정이나 산업, 수송부문에서 전기를 적게 사용하면 발전부문에서 아무 노력 하지 않아도 탄소배출은 당연히 줄어든다. 전기요금은 어쨌든 오를 수밖에 없다. 전환부문의 탄소배출권 가격 부담이 커지고 RPS(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까지 더해지기 때문이다. 비철금속, 전기로 등 전기를 많이 쓰는 산업 분야는 원가가 올라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다. 이들 산업이 보는 피해액수, 세계시장과 내수시장의 구조와 가격에 따른 수급 차이 등에 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 형평성 문제도 있다. 로드맵을 그대로 두고 특정 업종에만 지원금을 주면 왜 전기를 많이 쓰는 데만 지원해주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감축목표를 지키지 못하면 우리나라는 어떤 패널티를 받는지 궁금하다.

△미국 같은 강대국은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할 수도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럴 입장이 아니긴 하다. 탈퇴하면 비난이 쏟아지고 수출입이 많은 나라이기 때문에 국제 규제가 가해질 가능성도 있다. 확정된 패널티는 없다. 구속력이 있었던 1997년 교토의정서에서 중간에 미국이 빠지는 바람에 그 다음부터 패널티를 적용하기 힘들어졌다. 파리협약은 자발적 감축목표를 내놓은 것이다. 우리나라도 부끄럽지 않은 수준에서 내놓은 게 BAU(온실가스 배출 예상치의 총량) 대비 37% 감축안이다. 처음에는 20% 정도만 하려고 했는데 NGO가 반발하고 미국 대통령이 전화해 확대하라고 압력을 넣어서 늘렸다.

-로드맵 수정안이 이대로 간다면 우리사회는 어떤 영향을 받는지.

△사업자가 로드맵의 감축목표를 지키지 못하면 가격이 올라간 탄소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현재 기업들은 가격이 올라갈 것을 예상해 탄소배출권을 비축해 두고 있다. 정부가 로드맵을 제대로 확정하지 않은 채 탄소배출권 제도를 시행한 탓이다. 룰을 만들고 플레이를 시켜야 하는데 거꾸로 됐다. 2015~2017년까지 정부 입장은 탄소배출권 가격이 1만원을 넘지 않도록 하고 만약 넘으면 비축분을 풀겠다는 것이었다. 지금 어느 정도 비축분을 풀고 있지만 충분치 않다. 사회적 갈등도 우려된다. 비용부담이 커지면 산업계는 저항할 것이다. 법 테두리 내에서 할 수 있는 저항은 탄소배출권을 사재기하는 것이다. 로비도 있다. 여론전이 벌어지고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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