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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현 KEB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장 |
주택시장이 심상치 않다. 최근 한국감정원 등이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역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책 여파로 거래량이 급격히 줄고 집값 하락폭도 커져가는 모양새다.
사실 지난 3~4년간 강남 재건축을 필두로 쉼 없이 달려온 주택시장이 거래량 증가와 함께 부동산 투기의 장으로 변질되면서 정부의 고강도 규제를 자초한 면이 없지 않지만 재테크 목적으로 아파트 매입을 생각하고 있는 투자자는 물론, 치솟는 전세금 여파로 내 집 마련에 나선 실수요자에게도 지금의 주택시장은 그저 혼란스러울 뿐이다. 이는 우리가 하반기 주택시장을 주목해야하는 이유이기도하다. 하반기 대한민국의 주택시장은 크게 4가지 변수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금리인상 변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지난 3월 기준금리를 인상한데 이어 6월13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이제는 한국보다 0.5%포인트 높아졌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근 10년 만에 2%대에 진입한 것이다. 비록 우리나라의 기준금리는 지난해 11월 1.50%로 올라선 이후 동결된 상태지만 최근 잇따른 미국의 금리인상 여파로 연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역시 불가피해 보인다. 실제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와는 별개로 이미 국내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속적으로 상승해왔고 현재는 5% 돌파마저 눈앞에 두고 있다. 대출을 이용해 집을 산다는 것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
둘째, 대출규제 변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1450조 원을 돌파했다. 더욱이 가계부채 증가속도는 주요 43개국 중 세 번째라고 알려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가계부채 증가를 심각한 수준으로 여기고 대책마련을 권고하기에 이르렀을 정도다. 한편 가계부채 증가는 정부의 대출규제 강화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는 출범과 함께 급격히 늘고 있는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인지해 줄곧 대출규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신DTI(총부채상환비율) 및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도입해 대출을 이용한 부동산 매입을 억제할 생각이다. 알다시피 주택시장과 대출규제는 밀접한 관련성을 갖고 있다. 부동산이라는 자산의 특성상 거액의 자금을 필요로 하고 담보대출을 통해 이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돌이켜보건대 지난 박근혜 정부는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통해 경기회복을 노렸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실질적 대책으로서 대출규제(DTI 및 LTV) 완화 조치를 취했다. 또 ‘안심전환대출’이라는 저금리형 주택담보대출상품을 개발해 빚내서 집사는 분위기에 일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가계부채 급증을 초래한 주요인이 주택담보대출이라고 알려진 가운데 현재로서는 정부의 대출규제 의지도 확연한 만큼 당분간 빚내서 집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셋째, 세금규제 변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부동산관련 세금은 크게 취득세, 보유세, 양도소득세로 나뉘는데 정부는 그중 양도소득세와 보유세를 강화해 과열된 주택시장을 잡을 계획이다. 이미 4월 1일부터 2주택자를 대상으로 기본 양도소득세 세율에 10%포인트를, 3주택 이상의 다주택자에겐 20%포인트를 가산하고 있다. 또한 다주택자에겐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배제하고 있다. 이럴 경우 다주택자는 설령 집을 팔아 양도차익을 많이 남기더라도 실제 손에 쥐는 돈은 크게 줄어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보유세 개편안이다. 정부는 종합부동산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보유세를 개편할 예정인데 주 타깃은 역시 다주택자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2~10%포인트 올리는 동시에 종합부동산세의 세율을 최대 2.5%포인트 상향 조정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따라서 집을 여러 채 가지고 있는 다주택자일수록 세금부담으로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당연히 집값은 하방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
넷째, 입주물량 변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거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경기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대한민국에 불기 시작한 분양열풍이 입주물량이라는 결과물로 본격 등장하는 시점이 바로 2018년이다. 실제로 올 한해 전국 기준 입주물량은 45만여 가구에 이르는데 이는 예년 평균의 2배에 이르는 수치다. 더 큰 문제는 이와 비슷한 수준의 입주물량이 향후 2~3년간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입주물량이 일시에 몰리면 역전세난으로 전세값이 급락하고 이로 인한 집값 하락은 필연적이다. 간과하기 쉽지만 입주물량은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변수들 중 가장 직접적이고 강력하다. "과잉공급에 장사없다"란 말을 되새겨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