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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특별연장근로 도입 발언에…ICT·게임업계 ‘촉각’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6.27 14:53

-단축근로 시행 닷새 앞으로…특별인가 연장근로, 포괄임금제 폐지 문제로 ‘내홍’

김동연

▲26일 노동이슈 경제현안간담회서 발언하고 있는 김동연 부총리.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정희순 기자] 내달 1일로 예정된 주 52시간 근로제도 도입을 앞두고 특히 ICT(정보통신기술)와 게임업계 관계자들이 "해법을 모르겠다"며 여전히 갈등국면을 맞고 있다. 프로젝트 단위로 운영되고, 24시간 서버를 모니터링해야 하는 업무 특성상 주 52시간 근로제도 도입은 ‘딴 세상’ 이야기라는 입장이다.

이미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고 있는 한 대형 게임업체 관계자는 "일주일에 한번 이루어졌던 업데이트도 이제 두 번으로 나눠해야할 판"이라며 "유저들의 원성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중소 IT업계 관계자는 "대형 업체라면 모르겠지만 이제 막 시작하는 소형 업체들은 신규 인력을 뽑기 버거운 게 사실"이라며 "아직 대책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업계의 어려움을 인지한 정부는 최근 ICT 업종에 대한 추가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6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현안간담회 모두발언에서 ICT 업종을 ‘콕’ 집어 "서버다운, 해킹 등 긴급 장애 대응 업무도 특별 연장근로가 가능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에서 말하는 ‘특별인가 연장근로’는 자연재해와 사회재난 등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 근로자가 근로시간 상한(주 52시간)을 초과하는 근무를 가능하도록 한 제도다. 사용자와 근로자 간 상호 동의가 있어야 하며,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특별인가 연장근로에 대해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수당을 지급해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사안마다 다르다. 특히 ICT·게임 업계에서 관행처럼 이어져온 ‘포괄임금제’ 가 문제의 핵심이다. 포괄임금제란 연장근로수당을 비롯한 법정수당 등을 실제 근로시간에 상관없이 기본급에 포함해 지급하거나 별도의 정액수당으로 지급하는 방식으로, 그간 판례에 의해서도 인정돼왔다.

실제 직원 400여 명 규모의 한 게임업체는 최근 직원들을 대상으로 근로단축 도입에 대한 설명회를 개최했다가 ‘포괄임금제’에 대한 노사 간 입장 차이로 ‘내홍’을 겪었다. 사측에선 "포괄임금제를 통해 연장근로에 대한 수당은 이미 기본급에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지만, 직원들은 "근로시간 산정이 가능하므로 포괄임금제를 도입할 이유가 없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현행법상 포괄임금계약이 법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 국한해야 하며 △근로자의 명시적인 합의가 있어야 한다.

ICT·게임 업체에서 포괄임금제를 폐지한 회사로는 대형게임회사 펄어비스가 대표적이다. 펄어비스는 지난해 게임업계 최초로 포괄임금제 폐지를 도입해 화제를 모았다. 펄어비스 관계자는 "직원들의 노력으로 회사가 성장을 이룩한 만큼, 이제는 ‘일하기 좋은 회사’를 만들겠다는 경영진의 결단이 있었다"며 포괄임금제 폐지를 일찍 도입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최근 위메프와 웹젠 등도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편 정부의 ICT업종 특별연장근로 허용 입장에 대해 네이버 노조 측은 반발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27일 네이버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IT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지키기 위해 정부는 연장근로 허용 입장을 철회해야한다"며 "우리 국민의 삶은 24시간 통신망과 인터넷서비스에 연결돼 있기 때문에 정부가 정의한 ‘불가피한 상황에서의 특별연장근로’는 광범위하고 자의적으로 해석될 위험이 크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서버다운 및 해킹 등 긴급 장애대응은 문재인 정부가 주장해왔던 ‘일자리 확충’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IT노동자들의 고혈을 짜내는 장시간 노동으로 해결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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