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남 경일대학교 신재생에너지학부 교수
세계에너지 통계에 따르면 1990년에는 1만 TWh(1 TWh는 100만 MWh이며, 1000 MW급 대형 화력발전소 1개가 연간 약 9 TWh의 전력을 생산한다)의 전력을 소비하였으며, 2016년에는 이의 2.5배인 2만5000 TWh의 전력을 소비하였다. 2016년 기준으로 전력 소비 1위 국가는 6015 TWh의 중국이며, 2위는 4327 TWh의 미국이고, 우리나라는 549 TWh의 전력을 소비하여 세계 10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력생산 초기에는 수력발전이 주를 이루었으나,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현재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화력발전과 원자력발전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화력발전은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의 화석연료를 대량으로 소비하며, 이로 인한 화석연료의 고갈, 환경오염 및 탄소배출량 증가가 큰 문제로 다가오고 있다.
매장량이 정해진 자원을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언젠가는 자원이 고갈되며, 그 경향은 채굴량이 점점 증가하다가 정점에 도달한 후 감소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원유의 경우에 이 정점을 피크오일이라고 하며, 2020년에서 2030년 사이를 이 시점으로 예측하고 있다. 현재 매장량을 기준으로 지금 수준의 사용량을 지속할 때 자원이 고갈되는 시간을 가채연수라고 하는데, 석유와 천연가스의 가채연수는 약 50년, 비교적 풍부한 석탄의 가채연수는 약 100년 정도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화석연료들은 수백만 년 동안 지구가 받아들인 태양에너지가 축적된 것이며, 이는 한 번 사용하고 나면 단기간에 재생이 불가능한 에너지 자원이므로 우리가 추구하는 지속가능한 에너지 사회를 구축하기에는 부적합하다. 최근 셰일오일의 개발로 화석연료의 고갈에 대한 우려가 희석되고 있는데, 이에 안주하기보다는 이렇게 확보한 소중한 유예기간을 태양광이나 풍력 등의 신재생에너지에 기반을 둔 지속가능한 에너지 사회로의 전환에 사용하여야 할 것이다.
‘지속가능한 에너지 사회’보다 더 넓은 개념으로 ‘지속가능한 사회’가 있으며 이와 유사한 개념으로 ‘지속가능한 개발’이 있다. ‘지속가능한 개발’의 정의는 ‘미래 세대가 그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을 해치지 않으면서, 현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이다. 로마클럽의 주도로 1972년에 작성된 ‘인류 위기에 관한 프로젝트 보고서’에서는 ‘지금과 같은 추세로 세계인구와 산업화, 오염, 식량생산, 자원 약탈이 변함없이 지속된다면 지구는 앞으로 100년 안에 성장의 한계에 도달할 것이며, 아마도 그때는 인구와 산업의 생산력이 가장 먼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급락할 것이다’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 보고서의 작성에 참여했던 많은 학자들은 ‘지속가능한 사회’와 ‘지속가능한 개발’은 전혀 다른 방향성을 가지며, 지속가능한 사회를 추구하면서 개발이나 성장을 동시에 도모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성장’이라는 구호는 듣기에는 좋지만 에너지와 자원의 공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이를 실현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