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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범석 플릭파트너스 파트너 |
새로운 기술들은 대부분 우리가 불편함을 느끼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태어난다. 컴퓨터가 그러했고, 스마트폰은 컴퓨터를 손바닥 위로 올려놓았다. 블록체인도 역시 우리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했고, 비트코인의 등장 이래 많은 회사들이 다양한 분야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을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블록체인 기술이 가진 한계점은 분명하다. 가장 큰 한계는 바로 느린 속도와 비싼 수수료이다. 비트코인을 통해 개인간 송금에 드는 시간은 최소 10분이다. 스마트폰의 은행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고 송금하는데 1분도 걸리지 않는다. 전송속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알고리즘이 등장하지만 완벽한 해법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수수료 또한 시세에 따라 다르지만 비트코인의 경우 거래 당 1만원이 넘는 수수료를 지불하는 경우도 있으며, 이더리움 역시 5천원 이상이 든다. 거액의 금액을 송금하거나 해외로 송금할 경우엔 은행보다 유리하지만, 일반적인 소액 계좌이체의 경우와 비교하면 쉽게 이용하기 어렵다.
속도와 비용의 문제는 기술의 발전을 통해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 진짜 문제는 오라클(Oracle)문제이다. 오라클이란, 블록체인 외부에 있는 데이터를 블록체인으로 들여오거나, 블록체인 내부의 데이터를 외부로 내보내는 수단을 말한다. 블록체인을 각 분야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특정 분야의 데이터를 블록체인으로 들여올 수 있어야한다. 이것이 생각보다 어려운 문제다.
전통적 산업분야에서 생성되는 데이터의 대부분은 오프라인으로 관리된다. 자동차의 주행정보, 환자의 의료정보, 그리고 부동산 거래정보 등 현재 많은 블록체인 회사들이 이용하고자 하는 정보들은 관련 데이터를 블록체인으로 들여오기 위해 사용자들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자동차 주행정보를 블록체인에 기록하기 위해 자동차에 장치를 설치한다거나, 의료정보의 기록을 위해 환자가 병원으로부터 진단 기록을 전달받아 블록체인으로 업로드 해야한다. 심지어 컴퓨터와 인터넷이 없는 지역에서 생성되는 정보, 가령 낙후된 지역에서 생성되는 농산물이나 수공예품에 대한 정보는 더욱 상황이 여의치 않다. 이 모든 과정이 결국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그런 노력을 감수하면서 블록체인에 데이터를 제공하려 하겠냐는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블록체인 회사들은 사용자의 노력에 대한 보상으로 암호화폐를 지급한다. 암호화폐라는 유인책으로 사람들에게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업로드하려는 동기를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국의 수많은 트럭기사들과 1년에 한두번 건강검진을 받는 부모님들이 블록체인에 데이터를 업로드하는 불편함을 과연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암호화폐 보상만으로 대중의 행동을 쉽게 바꿀 수 있을까?
서두에 언급했듯, 신기술은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존재하며, 아무리 의도가 좋더라도 불편하면 대중화되기 어렵다. 더욱이 수 십년간 관습화된 기존 산업의 시스템에 변화를 가져오려면 편리함이 더욱 중요하다. 편리함을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새로운 불편함을 만들어내는 기술은 그 자체로 효용성이 낮을 뿐더러 실현가능성도 낮다.
블록체인을 통해 기존 산업분야에 더 나은 투명성과 안전성을 제공하려면 무작정 적용하기 위한 노력보다는, 사람을 이해하고 그들의 행동방식에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이 반드시 선행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