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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L 전기차 배터리 |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생산업체 중국 CATL(Contemporary Amperex Technology )의 IPO 공모가가 당초 계획보다 절반 이상 낮아지면서 전기차 시장에 대한 기대가 한풀 꺾인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외신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CATL은 지난 30일 ‘중국판 나스닥’으로 불리는 선전증권래소에 상장했다. 발행 주식수는 전체 자본 규모 10%에 해당하는 2억1700만주다. 주당 발행 가격은 25.14위안으로 전체 공모 자금은 54억6200만위안(한화 9157억 5892만 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30일부터 수요 예측을 위한 온라인 공모를 받기 시작했으며 실제 거래는 1일부터 이뤄졌다. 현지 언론들은 거래 시작 이후 주가가 주당 31.5~39.0위안 수준에서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상장 규모는 CATL이 당초 목표로 했던 200억 달러(21조 5000억 원) 대비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중국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대폭 삭감해 이익 구조가 훼손된 데다, 지속적인 배터리 가격 인하에 따른 이익률 하락이 겹쳤다. 여기에 당국이 상장 시 주사수익비율(PER)이 23배를 넘지 않도록 제한한 점도 악재로 작용했다.
이처럼 상장 규모는 당초 계획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지만, 공모된 자금을 바탕으로 생산능력과 기술력을 보강할 계획이어서 LG 화학, 삼성 SDI 등 국내 업체들과의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CATL은 상장을 통한 공모자금 대부분을 생산능력(CAPA) 보강과 연구개발(R&D)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혀왔다. 본사가 위치한 푸젠성 닝더에 24GWh 규모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등 2020년까지 연간 생산량을 50GWh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CATL은 최근 폭스바겐, 다임러, 르노닛산얼라이언스, BMW 등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와 배터리 수주 계약을 잇달아 체결했다. 도요타(Toyota Motor Corp.)가 중국 현지 파트너인 광저우 자동차와 공동개발한 순수전기차 신형모델 ix4, 현대차 소나타 플러그인 버전, BMW의 530 세단 플러그인 버전 등 중국시장에 진출한 수입산 자동차의 부품도 공급하고 있다.
CATL은 최근 요코하마에 일본 지사를 오픈하는 등 세계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으며, 이달까지 첫 해외 공장 건설 부지를 확정하기 위해 독일, 헝가리, 폴란드 등을 물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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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L 전기차 배터리 |
전략 광물 및 금속 시장조사기관인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Benchmark mineral intelligence)의 사이먼 무어스 전무이사는 "글로벌 배터리업체들 간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향후 5년간 테슬라 기가 팩토리와 같은 초대형 배터리 공장들이 줄지어 건설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 여러 배터리 제조사가 있지만 글로벌 완성차 업체의 요구 수준에 맞춘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기업은 CATL 정도가 꼽힌다"면서 "CATL은 이미 폭스바겐, BMW, 다임러 등 완성차 업체와 수주 계약을 하고 있으며 지난주 일본 지사를 오픈해 르노 닛산, 혼다 등 일본 제조사에 프로모션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공급체인과 전기차에 사용되는 코발트, 리튬, 흑연의 공급가격을 추적하는 벤치마크는 배터리 공장 용량이 지난 해 112GWh에서 2023년 441.5GW로 4배 가량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벤치마크 집계에 따르면, 2014년 이래 리튬이온셀의 가격은 연간 16%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올해 kWh당 120∼130달러로 추가하락할 것으로 관측됐다. 이는 전통내연기관차량(휘발유, 디젤차)와 가격경쟁을 할 수 있는 시점에 가까워졌다는 의미다.
BNEF에 따르면, 모든 유형의 전기차를 포함하면 CATL이 세계 배터리업체 중 규모가 가장 크지만, 일반 크기의 전기차(고속 케이블 승용차)로 카테고리를 좁히면 파나소닉이 최대 규모다. 유형에 따라 업계 순위가 뒤바뀌는 만큼, 아직까지 시장의 명확한 선두주자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한편, 중국 푸젠성에 본사를 두고 있는 CATL은 2011년 중국 배터리 제조사 암페렉스테크놀로지(ATL)의 전기차 배터리 부문을 분사해 설립됐다. 모회사인 ATL은 애플 아이폰 배터리 공급사로 유명하다. 지난해 매출은 200억위안(약 3조4000억원)이며,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파나소닉과 근소한 차이로 점유율 2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