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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 서산주행시험장 전경. (사진=현대모비스) |
[에너지경제신문=여헌우 기자] 신호가 바뀌자 차량이 서서히 출발했다. 교차로를 만나면 자연스럽게 정차했다. 갑자기 돌발 상황. 정차한 차량을 발견하자 깜빡이를 켜고 자연스럽게 차선을 옮겼다. 속도를 내며 끼어드는 차량을 보고는 안전한 위치로 자리를 옮겼다. 현대모비스의 자율주행차 ‘엠빌리’(M.BILLY)가 운전자 개입 없이 해낸 일들이다.
16일 오후 충남 서산시 현대모비스 서산주행시험장을 방문했다. 비바람이 거센 날이었지만 현대모비스는 미래 자율주행차 엠빌리의 시연행사를 열었다. 신호등, 교차로, 회전교차로 등을 갖춘 ‘가상 도시’ 형태의 시험장에서 엠빌리의 시동을 걸었다. 엠빌리는 레이더, 카메라 등 총 8개 종류 25개의 센서가 장착돼 주변 360도를 스스로 감지한다. 다양한 센서는 사람의 눈과 귀 역할을 하며 안전하게 도로를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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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빌리의 자율주행 시현 장면. (사진=현대모비스) |
센서 뿐 아니라 사물인터넷 기술도 적용됐다. 교차로에 멈춰섰던 자율주행차는 좌회전 신호가 떨어지자 왼쪽 방향으로 스티어링 휠을 돌렸다. 신호등과 통신 신호를 주고받는 기술이 적용된 결과다. 엠빌리가 달린 도심로의 거리는 약 2km. 실제 사람이 운전하는 것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안전에 최우선’한 자세로 다양한 주행 상황을 인식하는 것이 눈에 띄었다.
현대모비스에서 자율주행차 개발을 맡고 있는 이원오 책임연구원은 "현재 엠빌리에는 독자 개발한 전방 레이더가 장착돼 있다"며 "카메라와 라이더 등 다른 센서도 순차적으로 독자 개발해 실차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양승욱 현대모비스 ICT연구소장(부사장)은 "자율주행 연구개발 인력을 현재 600여명에서 2021년까지 1000명 이상으로 늘리고, 글로벌 테스트를 하는 도심 자율주행차 엠빌리도 현재 3대에서 내년 20대로 대폭 확대할 것"이라며 "독일의 유명 레이더 개발 전문 업체 두 곳과 제휴를 통해 레이더를 개발하는 등 최고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엠빌리 차체는 기아차 K5 등 중형차로 구성됐다. 다양한 센서와 기술력을 접목해 차량 한 대 가격이 20억 원에 달한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단순 계산하면 20대의 차량을 구비하기 위해서는 400억 원의 투자가 필요한 셈이다.
서산주행시험장은 회사가 자율주행시대를 대비해 지난해 6월 완공한 곳이다. 이 과정에서 3000억 원이 투입됐다. 가상도심 외에도 국내 유일의 레이더 시험로 등 첨단 시설을 갖췄다. 자율주행과 직접 관련된 시험을 하는 첨단시험로와 레이더시험로를 비롯한 14개의 시험로를 갖추고 있다. 크기는 총 면적 112만m²(약 34만평)에 달하는데, 이는 글로벌 자동차 부품사의 시험장 중 최대 규모다.
국내 유일의 레이더 시험로는 총 길이 250m이며 레이더의 신뢰도와 성능을 높이는 시험을 반복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정 중앙에 레이더 센서를 장착한 차량을 위치시키고 5m 단위로 TCR이라고 불리는 규격화된 반사판을 대 탐지성능을 측정한다. 이 때 측정하는 항목은 탐지 거리와 각도, 분해능과 정확도 등이다. 분해능은 두 개의 물체가 몇 미터 정도 떨어져야 각기 다른 물체로 인식할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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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주행시험장 터널시험로. (사진=현대모비스) |
폭 30m, 길이 250m 규모의 터널 시험로 안에 들어가니 암막 커튼을 두른 듯 시야가 제한됐다. 터널 천장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구조물이 내려와 실험을 도왔다. 차량에서 상향등을 켜자 가장 멀리 있는 구조물까지 불빛이 비쳤다. 헤드램프가 얼마나 먼 거리까지 시야를 확보해줄 수 있는지 평가할 수 있었다.
현대모비스는 이 자리에서 자율주행 독자센서를 올 2020년까지 모두 개발하고 이후 축적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자율주행 분야의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이를 위해 현대모비스는 현재 부품매출 대비 7% 수준인 연구개발 투자비를 2021년까지 10%로 늘린다. 이 중 50%를 자율주행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정보통신기술 등의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관련 연구개발 인력·인프라 확대, 해외 전문 업체와 기술 제휴 등을 적극 추진한다.
현대모비스가 독자 레이더 개발을 위해 제휴를 맺은 독일 업체는 SMS와 ASTYX다. 이들은 최고 수준의 설계 능력을 보유한 레이더 개발 전문 업체이다. 현대모비스는 이 두 회사와 함께 2021년까지 차량 외부 360도를 전부 감지할 수 있는 레벨3 자율주행차용 레이더 5개를 개발하고 있다. SMS와 전방 보급형 및 각 모서리에 장착되는 측방 보급형 레이더를, ASTYX와는 전방 고성능 레이더를 개발하고 있다. 또 레이더의 표적 식별 능력을 높이기 위해 서울대와 진행하고 있는 공동 연구 역시 올 하반기까지 마무리한다. 이우식 현대모비스 ICT시험개발실장은 "각각의 단위 부품에 대한 시험 평가를 강화하고 이를 시스템 단위로 확장해 최적의 자율주행 기술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