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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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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위드유(WITH YOU)]자동차배기가스 배출…법적 책임은?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5.14 12:09
박종배 변호사

▲박종배 변호사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자동차 배기가스, 미세먼지, 황사 등 각종 대기오염물질로 호흡기 질환이 증가하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한 각종 관계법령과 대책을 마련해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아직은 만족할 만한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만일 평소 천식 등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 자동차배출가스 때문에 자신의 천식이 발병 또는 악화됐고 주장하면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국내 자동차 제조·판매회사 등을 상대로 대기오염물질의 배출 금지와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면 배상을 받는 것이 가능할까?

실제 미세먼지나 이산화질소, 이산화황 등의 농도변화와 천식 등 호흡기질환의 발병 또는 악화 사이의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인정한 역학연구 결과들이 매우 많이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역학은 집단현상으로서의 질병에 관한 원인을 조사해 규명하는 것이고 그 집단에 소속된 개인이 걸린 질병의 원인을 판명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자동차배기가스와 천식 사이에 역학적으로 상관관계가 있다고 인정된다 하더라도 그로부터 그 집단에 속한 개인이 걸린 질병의 원인이 자동차배기가스로 판명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천식이 자동차배기가스로 인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더욱이 천식은 유전·체질 등의 선천적 요인, 음주, 흡연, 연령, 식생활습관, 직업적·환경적 요인 등 후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천식 등 호흡기질환의 경우에는 자동차배기가스와 상관관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호흡기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다른 위험요인에도 노출될 가능성이 항시 존재하는 이상, 천식에 걸린 원인이 자동차배기가스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자동차배기가스가 천식의 원인으로 판단되기 위해서는 자동차배기가스에 노출될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서 천식이 걸릴 수 있는 비율이 상당히 높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자동차배기가스에 노출된 시기와 노출 정도, 천식의 발병시기, 자동차배기가스에 노출되기 전의 건강상태, 생활습관, 질병 상태의 변화, 가족력 등을 추가로 증명하는 등으로 자동차배기가스에 의해 천식이 유발됐을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러한 것을 입증하기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개연성은 있는데 객관적 증명을 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 자동차 제조·판매 회사가 법령이 정한 배출가스 규제기준에 위반해 자동차를 제조·판매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설사 어느 지역의 대기오염 원인이 자동차가 도로에 고밀도로 집중·집적해서 주행되고 그 자동차들로부터 대량의 배출가스가 나오기 때문이라고 하더라도 그 지역으로 자동차가 집중·집적되는 것이 자동차 제조·판매 회사의 책임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위와 같이 자동차배기가스 등 대기상의 유해물질이 천식 등 호흡기질환에 어느 정도는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추측할 수는 있는데 현실적으로 그에 대한 손해배상을 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결국 대기오염으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대기오염의 발생자체를 줄이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관련 법령을 집행하고 국민들은 자발적으로 동참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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