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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의 눈] 무료 스마트폰 게임 대신 고가의 게임기를 사는 이유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5.02 15:32

산업부 이상훈 기자


어린이날이 다가왔습니다. 아이가 있는 부모라면 아이들 선물에 고심할 때가 온 셈이죠. 기자 역시 아이 선물을 고민하다 닌텐도의 ‘슈퍼마리오 카트8 디럭스’와 ‘별의 커비 : 스타 얼라이즈’라는 게임을 사주기로 하고 유명한 국제전자센터의 한 숍을 찾았습니다. 꽤 오랜 만에, 몇 년만에 찾아갔는데 생각과 달리 사람들이 붐비더군요. 청소년부터 중장년층까지 게임을 구입하러 오는 연령대도 다양했습니다. 정말 게임 콘솔(가정용 게임기) 시장이 다시금 부흥기를 맞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게임을 즐기는 저도 아이를 핑계로 게임을 사곤 합니다. 결혼 후 게임을 즐길 시간이 없어 수 년간 게임을 즐기지 못했고, 간간히 스마트폰용 게임을 즐기곤 했었는데 이게 은근히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스마트폰용 게임은 대체로 무료로 다운로드해 즐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돈을 얼마나 많이 버는지 정우성, 설현, 장동건 등이 무료 게임의 TV CF 모델로 등장합니다. 하긴 예전에는 ‘반지의 제왕’의 레골라스, 올랜도 블룸도 CF를 찍기도 했었네요.

캡처

▲사진 속 구글 플레이스토어 최고 매출 게임은 모두 무료게임이며, 내부 결제 시스템을 활용해 과금을 유도한다. (사진=플레이스토어 화면 캡처)


게임 좀 한다 하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모바일 게임은 현실보다 더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느낄 수 있게 돼 있습니다. 우선 화려한 그래픽과 사전예약 특전 등 각종 프로모션을 실시해 수십만 명 이상의 가입자를 모읍니다. 저마다 그래픽, 타격감, 캐릭터, 다양한 기술 등을 강조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게임이 중세 유럽 풍의 판타지물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이며, 확률형 아이템을 유료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출발점은 같지만 게임에 돈 수십만∼수백만 원을 쓰면 그 게이머는 수천 명이 접속하는 서버에서 강력한 게이머가 될 수 있고, 수천만 원씩 결제한다면 즉시 한진그룹 일가처럼 강력한 금수저가 될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소수의 고액 이용자들이 게임업계 흑자의 비결인 것이지요.

물론 공짜로도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아무리 돈을 많이 쏟아 부어 최강자가 됐더라도, 이를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면 게이머들이 더 이상 돈을 쓰지 않겠죠. 그래서 게임업체들은 매일 접속하면 보상을 주는 식으로 결제하지 않는 플레이어들도 적당히 즐길 수 있도록 합니다.

게임에 돈을 쓰기 어려운 아이들은 작은 보상을 위해 매일 접속해야 하고, 어느 정도 여유 있는 직장인 게이머들은 게임에서 좀 더 강하다는 희열을 느끼기 위해 돈을 씁니다. 거의 대부분의 게임들이 이런 형국이니 저처럼 지쳐 떨어지는 게이머도 생길 수밖에요.

갓오브워

▲플레이스테이션4의 기대작이었던 ‘갓 오브 워4’의 플레이 화면. 4K 해상도와 HDR을 지원한다. (사진=산타모니카스튜디오)

젤다

▲집에서는 가정용 게임 콘솔로, 야외에서는 휴대용 게임기로 사용 가능한 하이브리드 게임 콘솔 ‘닌텐도 스위치’의 인기 타이틀 ‘젤다의 전설 : 야생의 숨결’ 플레이 화면. 포터블 기기인데도 광원효과와 그래픽이 우수하다. 탄탄한 스토리와 다양한 이벤트로 지난해 최우수 게임(Game Of The Year)에 선정됐다. (사진=한국닌텐도)


아마도 이런 스마트폰 게임에 피로감을 느낀 이들이 게임 콘솔로 돌아서지 않았나 조심스레 추측해 봅니다. 플레이스테이션4 프로나 닌테도 스위치 같은 게임기는 한 대에 수십만 원씩 하고, 신작 게임 하나가 5만∼7만 원씩 하지만 일부 추가 다운로드 콘텐츠를 제외하면 더 이상의 과금이 없습니다. 게다가 최신 고사양 게임의 경우 UHD 해상도에 HDR까지 지원하는 등 아주 높은 사양을 자랑합니다. 대화면과 초고해상도 지원, 1회 소프트 구입 외에 추가금액이 없고 온라인을 통한 멀티플레이도 즐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 같은 ‘키덜트’들은 콘솔 게임으로 관심을 돌리는 게 아닐까요?

국내 게임업체 중 매출이 가장 큰 3N(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의 지난해 매출은 자그마치 6조 원이나 됩니다. 이제는 돈으로 강해지고, 아이템을 받기 위해 의무적으로 접속하는 식의 플레이를 강요하지 않고 진정 게이머가 즐길 수 있는 콘텐츠, 참신하고 기념비적인 게임을 만들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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