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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iN사이드] ‘배틀그라운드’는 왜 결제모델도 빼고 중국에 갔을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3.28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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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텐센트)


[에너지경제신문 류세나 기자] 토종게임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하 배그 모바일)’이 최근 중국 시장에 상륙했습니다.

이 게임은 인기 온라인게임 ‘배틀그라운드’의 모바일 버전으로, 중국 텐센트와 국내 개발사 펍지(블루홀)가 공동개발한 작품입니다. 특히 작년 3월 본격화된 ‘사드보복’ 이후 꼭 1년 만에 중국에 진출한 첫 게임이라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지니죠.

중국에서 게임을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현지 주무부처인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광전총국)으로부터 판호(게임 서비스권)를 받아야하는데, 작년부터 현재까지 광전총국으로부터 판호를 받은 게임은 단 한 건도 없습니다. 중국시장에 만연한 ‘코리아 패싱’이 게임분야에도 그대로 적용된 것이죠.

그렇다면 ‘배그 모바일’은 중국의 장벽을 뚫은 것일까요? 결과부터 말하자면 당연히 아닙니다. 그러면 ‘배그 모바일’은 판호도 없이 중국에서 어떻게 오픈베타(OBT)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었을까요? 광전총국에서는 판호 예외 조항을 두고 있는데, 바로 상업성에 대한 내용입니다. 말 그대로 게임 내에 돈을 벌 수 있는 기능이 들어가게 되면 반드시 판호를 받아야 하지만 무료 다운로드, 인앱결제 기능 미탑재 게임의 경우 판호를 받지 않아도 게임을 서비스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죠. ‘배그 모바일’이 바로 그런 케이스입니다. 현재 중국에서 비공개테스트(CBT) 버전으로 제공되고 있는 온라인게임 ‘배틀그라운드’ 역시 같은 사례에 해당합니다.

여기에서 다시 의문점이 생깁니다. 주지하다시피 ‘배틀그라운드’와 ‘배그 모바일’은 공익적 성격의 게임이 아닙니다. 철저히 상업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졌고,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큰 돈을 벌어 들이고 있는 흥행력 있는 게임입니다. 그런데 왜 펍지는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만든 게임을 중국에 무료 배포하기로 결정한 것일까요.

가장 먼저 ‘배틀그라운드’와 같은 배틀로얄 방식의 게임이 현재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점을 이유로 들 수 있습니다. 중국에서도 배틀로얄 장르 게임의 인기가 높은데, 이때는 경쟁작보다 이용자 풀을 먼저 확보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어떤 사업을 하든 일정 이상의 이용자가 확보돼야 다음 스텝을 기약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죠.

‘배틀그라운드’가 당장의 수익 보다 보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중국시장에 도전한 이유도 바로 여기서 찾을 수 있습니다. ‘배틀그라운드’의 방향성은 이미 잡혀 있습니다. 바로 e스포츠입니다. ‘배틀그라운드’는 온·모바일 플랫폼을 막론하고 글로벌 e스포츠 리그 활성화에 나설 계획입니다. 국내는 물론 중국 등 해외 곳곳에서 ‘배틀그라운드’ 프로팀이 연이어 창단되고 있고, 대부분의 유명 e스포츠구단들은 ‘배틀그라운드’ 대회를 주목하고 있습니다. 4월부터는 국내에서 본격적인 리그가 개최될 예정이고, 정식리그는 아니지만 초청전 형태로 중국 팀과의 대전 계획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는 한국게임에 대한 중국시장의 문호는 닫혀 있지만, 콘텐츠는 이미 이러한 장벽을 넘어 글로벌 소통 문화로 자리 잡아나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또 당장 손 안에 판호는 쥐지 못했더라도 현재의 인기가 꾸준하게 유지만 된다면, 수익화 방안은 앞으로 얼마든지 다양하게 열리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또 ‘배틀그라운드’의 이번 중국 공략법이 현지에서 일정 이상의 성과를 낸다면 향후 국내 게임들이 막혀 있는 중국게임시장 뚫기에 이런 방법을 택할 가능성도 높아지겠죠.

다만 이는 e스포츠 등으로의 확장이 가능한 장르적 특성과 ‘배틀그라운드’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타이밍이 받쳐줬기에 가능했던 도전일 수 있습니다. 특히 수익모델 자체가 ‘게임 내 결제(인앱결제)’에 치중돼 있는 대다수의 RPG, MMORPG의 경우엔 ‘중국 무료화 전략’을 쉽게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님에는 틀림없습니다.

어찌 됐건 ‘배틀그라운드’의 중국 도전은 이제 막 시작됐습니다. 1년 만에 중국시장에서 첫 발을 뗀 한국게임의 새로운 실험이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지길 기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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