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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 |
[에너지경제신문=이종무 기자] 다국적 기업들은 다양성과 상호존중을 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는다. 이 같은 인식은 한국에 진출한 다국적 제약사에도 여실히 드러나 있다. 이들 기업은 일반 기업보다 여성을 더 많이 고용하고 여성 임원 비율이 높다. 이 때문에 자연스레 성별 등에 따른 인사·승진의 차별이 없고 여성 인력 양성에 대한 관심도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는 지난 ‘세계 여성의 날(3월 8일)’을 맞아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글로벌 제약기업 기업문화 우수 사례’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다국적 제약사의 여성 임원 비율은 52.9%로 제약 이외의 업종(17%)보다 3배 이상 차이를 보였다. 여성 근로자 비율도 다국적 제약사(45%)가 일반 기업(36%)보다 높았다.
응답 회사 가운데는 한국BMS제약의 여성 임원 비율이 70% 이상으로 가장 많았다. 한국BMS는 전체 임직원의 성비도 5대 5로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어 프랑스에 본사를 둔 한국세르비에와 덴마크 제약사 한국룬드벡의 여성 임원 비율이 67%로 뒤를 이었고, 한국얀센(64%), 한국아스트라제네카·한국MSD·한국릴리(60%), 한국노바티스(56%)도 평균보다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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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 이외 업종. 자료=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 |
다음으로 바이엘코리아(52%), 한국애브비·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50%) 등의 순이었고, 한국화이자제약은 최고경영진 중 여성의 비율이 절반 이상인 57.1%로 나타났다. 지난해 감사보고서 매출액 기준 10대 다국적 제약사 한국법인 중에서는 한국화이자, 한국노바티스, 바이엘코리아, 한국아스트라제네카, 한국얀센 등 5개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이 50%를 넘었다.
이처럼 다국적 제약사는 회사 내 여성 비율이 높다보니 국내 기업과 달리 상향식(Bottom-up)의 수평적인 조직문화가 잘 갖춰져 있는 것도 특징이다. 성별 등을 이유로 인사의 부당함이 없고 자유롭게 의견도 개진할 수 있어 ‘꿈의 직장’으로 불린다. 한국화이자에 종사하는 A씨(27)는 "어떤 의견도 무조건 ‘안 된다’는 인식보다 가능한 의견을 들어주고 같이 방법을 찾는다"며 "서로 배려하는 분위기 덕에 같이 성장하고 회사에서도 관리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여기에 이들 기업은 여성 직원들의 전문적 성장을 위한 교육, 경력 개발 등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실제 한국BMS는 여성 영업 관리자 양성을 위해 사내 멘토링, 정기 워크숍 등으로 구성된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직무 전문성 향상을 위한 현장 교육과 외부 전문가 코칭 프로그램 등의 기회를 지원하고 있다. 사노피는 임원급 여성을 대상으로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 능력, 네트워킹 기술 등을 본사 ‘카탈리스트’ 프로그램을 통해 운영하고 있고, 여성 실무진의 경력 개발을 위해서도 ‘미니-카탈리스트’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다국적 제약사에 다양성·상호존중 문화가 정착된 데에는 성별 등을 이유로 뛰어난 인재를 영입하지 못하면 기업의 손해라는 인식, 편향된 인적 구성이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