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사우디 원전 수주戰] "한국형 원전 APR 1400, 승리 가능성 높다"

한상희 기자 hsh@ekn.kr 2018.03.14 10:2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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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원전 둘러싼 '5대 가설' 분석
중동 재생에너지 자원 풍부 가격경쟁력 충족, 원자로 건설 야심
핵확산방지조약 없이도 美기술 지원…이유는 이란 견제
러·중 원전 수입시 리스크 부담
美 소콜스키 "제 시간 안에 건설 능력 갖춘 곳은 한국"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2일(현지시간) 원전 분야 협력 방안 논의를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하여 알팔레 에너지산업광물자원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최근 미국 내 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이 사우디의 원전 계획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가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자국 원자력산업의 회생을 위해 사우디와 민간 핵협정을 다시 논의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다.

이들 논의의 대부분 우라늄 농축과 플라토늄 재처리 작업을 허용해달라는 사우디의 요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두 작업을 허용하게 되면 사우디가 핵폭탄을 제조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미국 워싱턴 외교가의 대표적인 비확산론자인 헨리 소콜스키 핵확산방지 정책 교육 센터 소장은 "스스로 전문가라 공언하는 이들이 미 정부가 사우디의 우라늄 농축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그들이 내세우는 근거들 중 어느 것 하나 사실에 부합하는 부분이 없다"며 "사우디의 야심은 핵무기 개발"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콜스키 소장은 사우디의 원전 프로젝트 관련, 미국 내에서 자주 언급되지만 잘못된 신화로 다음 5가지를 짚었다. △사우디는 급증하는 전력 수요 충족을 위해 원전이 필요하다 △사우디와 공식적인 핵협정 체결 못하면, 미국은 왕국에 수십억 달러의 하드웨어·노하우를 지불해야 한다 △미국기업 입찰 실패 시 러시아나 중국이 낙찰될 것이다 △자국에 매장된 우라늄 농축해 원자로에 연료 공급하는 게 사우디 입장에서 경제적으로 타당하다 △미국은 사우디의 요구를 수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게 많다. <기사 보기 : 美워싱턴 핵 전문가 "사우디 원전 수주 한국이 0순위">


◇ 첫 번째 가설 : "사우디가 원전이 필요한 이유는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사진=AP/연합)



실제 그럴까. 중동 국가들은 천연가스나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해 이미 재생에너지의 가격 경쟁력이 원전을 넘어선 상태다. 전력용 수요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 핵무기 개발을 위해 원자로를 건설하는 게 숨은 목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우디는 원전 수주를 진행하는 가운데, 계속해서 탈석유 미래를 강조하고 있다.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하는데, 이를 동시에 돌파하는 유일한 해결은 원전이라는 게 사우디의 주장이다.

원전 지지자들은 사우디가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경제성장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16기의 대형 원자로 필요하다고 예상한다. 자주 언급되는 주장이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일단 주목해야 할 점은 사우디 스스로 발전용 연료로서 원전을 버리고 있다는 부분이다. 지난 2012년 사우디 당국자들은 2032년까지 16기의 원자로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다 지난 해 사우디 정부 관계자들은 이를 2040년까지로 연기했다. 이후 실세로 부상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국가경제개혁 ‘비전2030’을 제시했지만, ‘비전2030’에는 원전에 대한 언급 없이 재생에너지에 모든 초점이 맞춰졌다. 원전 대신 천연가스나 재생에너지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사우디가 원전 건설 계획을 줄인 데에는 석유 수익으로 원전 건설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사우디의 야심이 반영돼 있다고 풀이한다. 원유 가격이 2014년 상반기 배럴당 100달러에서 60달러선까지 하락한 만큼, 원전 건설 일정도 차질이 빚어졌다는 지적이다.

소콜스키 소장은 "석유에서 나오는 수입으로 원전을 건설하겠다는 사우디의 계획이 사실이라면, 사우디의 원자력 플랜은 시급하지 않다"며 "그보다는 사우디가 더이상 원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설명하는 편이 좀더 설득력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우디가 지난 몇 년간의 천연가스 자원 개발과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가 성과를 거두면서, 원전 없이도 에너지 수요와 환경적 요구를 모두를 더 싼 가격에 충족할 수 있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우디의 이웃국가 UAE의 예를 보면 UAE는 몇 년 전 4기의 원전을 건설하기 시작했지만, 최근 더이상 원전을 짓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유는 대체 발전원이 더 저렴해졌기 때문이다. UAE는 기본적으로 천연가스와 풍력 자원이 풍부한 데다, 현재 태양광 발전 시스템과 태양광 지열 저장 시스템(ESS)에 거액을 투자하고 있다. 소콜스키 소장은 풍부한 재생에너지 자원에 ESS가 합쳐진다면, 원전보다 저렴한 가격에 24시간 안정적으로 전력 공급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사우디에 그대로 적용가능하다.


◇ 두 번째 가설 : "사우디 당국과 공식적인 핵확산방지협약을 체결하지 못하면, 미국은 사우디에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원자력 하드웨어와 기술적 노하우를 지불해야 한다."
 

▲2014년 8월30일 촬영된 사진으로, 우리나라가 최초로 수출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1호기의 건설현장. (사진=연합)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 두 번째 가설은 사우디가 ‘2012년 에너지 계획’을 고수하고 있다고 가정한 데서 출발하지만, 앞서 살폈듯 왕국은 이미 계획에서 한 발 물러선 상태다.

미국이 여전히 수출용 원자로를 생산하고 있다는 점 역시 잘못된 부분이다. 현재 미국에 본사를 둔 기업 중 적극적으로 사우디 입찰전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업체는 웨스팅하우스가 유일하다. 그러나 웨스팅하우스 역시 미국에 소재하고 있을 뿐, 100% 외국 자본 소유이며 원자로 제조업체가 아니라 설계업체다. 웨스팅하우스는 모회사인 일본 도시바에 경영난을 유발하며 지난 해 파산보호 신청을 했고, 1월 캐나다 사모펀드인 브룩필드비즈니스파트너스에 인수됐다. 이처럼 회사 전체가 휘청대는 상황에서 웨스팅하우스는 사우디 시장을 확실히 장악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다.

불행하게도 웨스팅하우스가 이번 수주전에서 낙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웨스팅하우스가 설계한 AP1000은 운영에 성공한 예가 아직 없기 때문이다. AP1000는 중국과 미국 모두에서 일정이 늦어지고 예산을 초과하면서, 큰 차질을 빚었다. 이에 더해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에 건설 예정이었던 2기의 원자로 모두 90억 달러의 비용 초과가 발생했고, 결국 모회사인 도시바를 파산 직전으로 몰고 갔다.

소콜스키 소장은 "역사적으로 봤을 때, 미국의 원전 기술 노하우와 발전 부문은 핵확산방지조약을 정식으로 체결하지 않고도 미국 이외 지역의 원전 기술의 지원을 받아 전세계로 확산됐다"며 "사우디로 수입될 미국의 원전 기술 대부분도 외부의 경로를 택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미국이 원전 수출을 위해 굳이 먼저 나서서 핵확산협지조약을 재협상할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 세 번째 가설 : "美 웨스팅하우스가 입찰에 실패하면 러시아 혹은 중국 기업이 이를 낙찰받아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미국의 영향력 줄어들 것이다"

▲웨스팅하우스가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한 원전[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소콜스키 소장은 러시아와 중국의 입찰 가능성을 우려하는 게 다섯 가지 중에서도 가장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고 밝혔다. 사우디가 원전 프로그램에 목을 메는 가장 크고 암묵적인 이유는 현재 이란을 저지하기 위해 핵무기 개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러시아 기업과 계약을 맺으면 이란을 견제하겠다는 목적 달성도 불가능해진다. 현재 이란의 원자로를 짓고 있는 것은 러시아국영원자력공사(RosAtom, 로스아톰)이기 때문이다. 사우디가 러시아 기업의 원자로를 수입하게 되면, 사우디가 원자력을 갖고 무엇을 하는 지 러시아를 통해 곧바로 이란의 귀로 흘러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란 견제’라는 정치적 이유 외에 러시아 원전 협상은 잡음도 많고 기술력도 떨어지는 편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터키 역시 협상이 실패로 돌아간 대표적인 예다. 제이컵 주마 남아공 대통령은 러시아 기업과의 유착 의혹으로 지난 달 불명예 퇴진했다. 주마 대통령은 2010년부터 러시아를 수차례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만나면서 최대 9곳에 달하는 남아공 원전 건설과 관련해 개인적인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 같은 경우, 로스아톰의 유동성 위기로 원전 프로젝트가 자금난에 빠지면서 프로젝트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쳐했다. 원전 프로젝트 지분의 절반을 보유하고 있던 터키 민간기업들이 프로젝트에서 발을 빼려는 움직임이 이어진 탓이다.

중국 원전을 수입하는 것도 리스크가 크다. 최근 중국 원자력 기업들은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라는 커다란 장벽에 직면했다.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AP 1000 원자로를 사용하고 프랑스 기업이 설계한 중국 산둥성 타이산 원전 가동이 늦춰졌고, 중국 국유기업 중국광핵그룹과 중국핵공업그룹이 공동 개발한 신형 원자로 화룽1호(HPR 1000) 역시 2022년에 가서야 영국 정부가 승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AP1000을 표준화한 원전(CAP 1400)이나 AP1000이 또다른 선택지긴 하나, 아직 가동 중인 예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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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신형 원자로 APR-1400. (사진=한수원 블로그)


현 시점에서 입찰 가능성이 가장 높은 건 단연 한국의 APR-1400이다. 원자로를 운용하고 있고, 적절한 라이선스를 갖추고 있으며, 제 시간 안에 예산에 맞춰 건설할 수 있는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는 곳은 한국의 APR-1400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사우디는 미국, 중국, 러시아, 프랑스가 모두 불만을 제기하자 본래 입찰 조건을 변경했다. 그러나 소콜스키 소장은 "한국은 여전히 사우디 원전 수주전의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라고 강조했다. 한국이 UAE에서 건설 중인 4기의 APR-1400 원자로가 시일 안에 비용을 초과하지 않는 선에서 비교적 성공적으로 작업이 진행되고 있고, 한국에서도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낙찰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설명이다.


◇ 네 번째 가설 : "사우디가 자국 원자로에 연료를 공급하기 위해 우라늄을 농축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타당하다"

▲(자료=에너지경제신문DB)


그렇지 않다. 사우디 원자력 지지자들은 사우디의 풍부한 우라늄 매장량을 감안할 때, 사우디 스스로 우라늄을 농축하는 편이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라늄은 전세계적으로 넘쳐나고 있고, 가격 역시 파운드 당 22달러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우라늄 농축 서비스 가격 역시 바닥을 치고 있다. 즉, 우라늄을 농축해 발전용 연료를 직접 생산하는 것보다 수입하는 편이 훨씬 저렴하다는 의미다.

사우디 정부가 연료용 우라늄을 농축해 연료를 생산하기 위해선 수십억 달러의 비용이 투입돼야 한다는 점도 이해타산에 맞지 않는 부분이다.

연료 생산이 경제적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사우디가 최소 12개 이상의 원자로를 가동해야 하는데, 최근 사우디는 단 2기의 원자로 입찰 계획을 밝혔을 뿐이다.


◇ 다섯 번째 가설 : "미국은 ‘우라늄 농축을 허용해달라’는 사우디의 요구를 수용하는 편이 거절하는 것보다 얻을 수 있는 게 많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P/연합)


이 주장 역시 사실과 다르다. 미국과 사우디 간 핵협상 완화를 지지하는 쪽에서는 ‘우라늄을 농축하거나 재처리해 무기화하지 않겠다’는 사우디의 약속에 대해 미 정부가 가진 지렛대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또다른 이들은 사우디의 요구에 응하는 일이 미 정부 입장에서도 유리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미국의 우방국인 사우디가 핵무기를 만들 수 있도록 허용해준다면, 이란이 핵무기를 획득하는 것을 방지하는 효과를 낳는다는 이야기다. 한 나라를 이용해 다른 나라를 제압한다,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이다.

그러나 소콜스키는 이 중 어느 것도 논리성이 떨어진다고 잘라 말했다. 앞서 살펴봤듯, 사우디는 한국의 APR-1400과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의 고위 관료들은 원자로에 포함된 미국의 기술적 내용을 고려할 때, 사우디가 미국과 핵협력 조항을 맺지 않고서는 수출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한국은 ‘우라늄 농축을 제한하라’는 미국의 요청에 따를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사우디 원전 수주를 위해 핵확산방지 정책을 포기하는 것은 위험할 뿐더러 실질적인 이익도 없다. 핵확산방지정책은 지난 2009년 미국-UAE 간 핵협력조항에서 고착화됐으며, 무기용으로 사용하지 않는 국가에 한해 중동에도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 작업을 허용했다.

이와 관련, 소콜스키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역사상 최악의 협상’이라고 비난한 2015년 이란 핵협상이 사우디와의 협상에서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그는 "협상 내용에 대한 우려를 차치하고, 사우디에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를 허용해주면 UAE와 이집트, 모로코와 터키 등 핵무기 개발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많은 국가들이 미국에 재협상을 요구하게 될 것"이라 내다봤다.

핵협력 협정을 적용받고 있는 UAE와 이집트는 미국이 이웃국가의 규정을 완화했을 때 같은 내용을 요구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모로코와 터키는 각각 2021년과 2023년 미국과 협정을 갱신해야 하는데, 사우디와 동일하게 적용받아야 한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결론적으로 소콜스키 소장은 "핵확산방지 협약 완화는 장기적으로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흘러가는 대로 놔두면 결국 한국이 입찰되고 핵협상 완화 없이도 문제는 자연히 해결될 것이라는 게 소콜스키의 결론이다.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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