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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7대 회장 선임두고 '내홍'…초유의 지도부 공백사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2.23 14:18
[에너지경제신문 송진우 기자]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설립 48년 만에 처음으로 지도부 공백 사태를 맡게 됐다. 정기총회에서 차기 회장을 선임하지 못한 까닭이다.

중소기업 출신 박상희 미주철강 회장(현 대구 경총 회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내부 의견조율 과정에서 갈등이 빚어져 무산되고 말았다. 이를 두고 업계 안팎에선 중소기업 출신 인사에 대한 거부감이 표출된 결과라는 등 뒷말이 무성한 상황이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경총은 지난 22일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제49기 정기총회를 열고 차기 회장을 선임하려 했지만 선임 절차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져 결국 마무리 짓지 못했다.

당초 박 회장이 차기 회장으로 이날 전형위원회에서 선임될 것으로 알려져 선임 절차는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다. 박 회장은 앞서 언론을 통해 "진정한 노·사·정 상생 모델을 만들겠다"며 포부를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최종 결정을 하는 전형위원회 일부 위원들이 반대 의견을 내비치면서 회장 선임 건은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회장단 결정을 전형위가 부결시킨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경총의 회장 선임은 총회에서 전형위원회를 통해 확정된다.

차기 회장을 정하는 전형위원으로는 윤여철 현대자동차 부회장, 김영태 SK 부회장, 정지택 두산 부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조용이 경기경총 회장이 참여했고 박복규 경총 감사(전국택시연합회장)가 위원장을 맡았다. 전형위원 6명 가운데 5명이 대기업 출신으로, 회장 선임을 결정하는 전형위원회 구성원 대부분이 대기업 출신으로 이뤄졌다.

박 회장은 이날 회장 선임이 무산되자 총회 도중 회의장을 빠져나왔다. 그는 "대기업 회원사들이 중소기업 출신 회장 선임에 반대했다"며 "전형위원회는 회장을 선임하는 기구인데 대부분 대기업 인사다. 이런 선임 과정은 있을 수 없고 위원회에서 어떤 결정이 나온다고 해도 위법이 될 것"이라고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경총 전형위원회는 박병원 회장과 김영배 상임 부회장의 사임 요청만을 수락했으며, 차기 회장을 찾을 때까지 회장과 부회장 자리를 당분간 공석으로 두기로 했다.

재계에선 이번 사태를 두고 매년 수억원씩 회비를 지출하는 대기업 회원사들이 경총을 중소기업인이 주도하고 정부 코드에 맞추는 기조에 크게 반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경총이 노사관계에서 경영계의 의견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에다, 정권에 코드를 맞추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덧붙여져 반발이 커졌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선 정치인 색깔이 강한 중소기업 출신 인사란 점도 대기업들의 거부감을 불러일으킨 요인이 됐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박 회장은 지난 2000년 16대 국회의원(새천년민주당 비례대표)를 지냈고 2012년부터 2016년까지는 새누리당 재정위원장을 맡는 등 정치권에서 꾸준히 활동을 해온 바 있다.

이동웅 경총 전무는 총회 관련 브리핑에서 "회장 선임은 총회 전형위원회를 통해서만 이뤄지며 공식적으로 내정이라는 절차 자체는 없다"며 "총회에 앞서 이뤄진 회장단 모임에서 일부가 박 회장을 추천한 것은 사실이지만 회장 선임은 총회에서 전형위원회를 통해 이뤄진다는 사실도 설명했다"고 밝혔다.

지도부 공백 사태에 빠진 경총은 빠른 시일 안에 새 후보를 추대할 계획이다. 이르면 이달 안에 회장 전형위원회를 다시 열어 차기 회장 후보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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