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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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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세나의 눈] 더 말하기 속탄다 '셧다운제 실효성'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2.22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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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수십 번, 수백 번 했던 얘기인데 더 말하기 입만 아프죠."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게임 셧다운제에 대한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것을 두고 업계 한 관계자가 한 소리다.

셧다운제는 만 16세 미만 청소년은 밤 12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온라인 게임에 접속할 수 없도록 한 제도다. 게임업계는 해당 법안이 시행되기 전부터, 또 그 후로도 ‘셧다운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을 초지일관 고수해왔다. 물론 씨알도 안 먹혔다.

그런데 그로부터 6년 이상 지나니 이제야 좀 귀가 열리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셧다운제 제정의 결정적 역할을 했던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이 법안의 제도적 한계를 지적하고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최근 이례적으로 나왔다. 물론 초선의원의 입을 통해서였다.

△청소년 행복추구권과의 충돌 △부모나 타인 명의를 도용한 게임 플레이 △해외서버 게임의 셧다운제 미적용 △과몰입 현상에 대한 근본적 처방이 아니라는 점 등이 셧다운제 재검토 이유로 꼽혔다.

아무리 살펴봐도 그간 게임업계를 비롯해 셧다운제 반대파들이 지적해 온 내용과 다른 점이 없다. 지금이라도 규제 완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업계 입장에선 답답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사실 셧다운제의 실효성 여부는 정부 관계자들도 익히 알고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한국행정학회가 한국콘텐츠진흥원 의뢰를 받아 작년 말 작성한 ‘게임 이용시간 제한제도 개선방안 결과 보고서’에는 "셧다운제가 애초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며 "제도를 폐기해야 한다"는 결론이 적혀 있다.

심지어 이보다 앞선 2012년 여성가족부가 셧다운제 시행평가를 위해 위탁했던 ‘청소년 인터넷게임 건전 이용제도(셧다운) 실태조사’의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셧다운제 시행 이전부터 실제 심야시간의 청소년 게임 이용은 미비했고, 제도 시행 후에도 전체 게임 이용에서 무의미한 수치에 가까운 감소세를 보였다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특히 게임을 하기 위해 청소년들 사이에 명의도용이 필요하다는 잘못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적시되기까지 했다.

애초에 새벽에 게임을 즐기는 청소년들은 얼마 되지 않았다. 오히려 밤늦게까지 학원 뺑뺑이를 돌고 있는 청소년들의 현실은 외면당했다. ‘청소년들의 수면권 보장’이라는 당시의 명분이 공감을 얻지 못했던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였다.

물론 게임산업에는 양면성이 분명히 존재하고, 이는 끊임없이 경계하고 다듬어 나가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실효성 없는 규제라면 법적 틀 안에 놓기보단 자율적 통제로 대체해 나가야하는 것이 마땅하다. 중국, 태국 등도 비슷한 규제를 시행해보고 폐지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불필요한 규제가 산업의 걸림돌이 된 게 어디 이번 뿐이었을까. 모바일게임 시대가 조금만 더 일찍 열려 셧다운 대상에 포함됐더라면, 지금의 ‘모바일 황금시대’는 맞지도 못했을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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