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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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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디브 ‘진흙탕’ 정치, 국가 비상사태 선포…여행가도 괜찮을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8.02.06 14:53

▲몰디브 해변. (사진=이미지 투데이)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몰디브 대법원의 판결 이후 정국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압둘라 야민 몰디브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15일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이복형제인 마우문 압둘 가윰 전 대통령(80)을 체포했다. 첫 민선 대통령인 모하메드 나시드는 스리랑카에 머물며 차기 대선을 준비하고 있다.

푸른 바다 파라다이스 몰디브에서 복잡한 진흙탕 정치 싸움이 벌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몰디브 대법원이 야권 정치인 9명을 석방하라고 명령하면서 정국 불안이 시작됐다. 야민 대통령은 지난 2013년 취임한 이후 반대파를 척결했는데, 대법원은 절차상 결함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 판결의 파장은 크다. 우선 유력 야권 대선주자인 나시드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길이 열렸다. 나시드는 지난 2015년 테러방지법 위반 혐의로 13년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사법부가 정치적 외압을 받았다고 보고 재심을 명령했다.

야민 대통령의 탄핵 가결 정족수도 채우게 됐다. 대법원은 여당을 탈당했다는 이유로 의원직을 박탈당한 의원 12명에게 복직을 명령했는데, 이들이 의회로 되돌아오면 여소야대 구조가 돼 야민 대통령의 탄핵을 추진할 수 있게 된다.

궁지에 몰린 야민 대통령은 끝까지 저항할 기세다. 모하메드 아닐 몰디브 법무장관은 "대법원이 야민 대통령을 탄핵하려 한다는 소문이 있다"며 법원의 명령을 거부했다. 대법원의 명령을 이행하려던 경찰청장도 해임했다. 여기에 국가비상사태까지 선포하면서 국제사회의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투명하고 아름다운 바다로 전세계인들의 휴양지로 사랑받는 몰디브. 하지만 몰디브의 정치는 줄곧 진흙탕이었다.

이번에 체포된 가윰 전 대통령은 몰디브를 30년 동안이나 통치한 인물이다. 1978년 권좌에 오른 그는 2008년이 돼서야 민주화 요구를 이기지 못하고 처음으로 민선제를 도입했다.

2008년 첫 민주적 선거를 통해 선출된 인물이 나시드 전 대통령이다. 나시드 전 대통령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강조하는 등 카리스마있는 모습으로 국제사회에서 주목을 받았고, 몰디브에도 민주화의 봄이 찾아오는 듯했다.

하지만 몰디브의 봄은 오래가지 않았다. 나시드 대통령은 2012년 형사법원장 체포 문제로 정쟁을 겪다가 결국 하야했다. 그리고 2013년 가윰 전 대통령의 이복 동생인 야민 대통령이 정권을 잡았다. 다시 가윰 가문의 통치가 시작된 셈이다.

야민 대통령이 철권 통치를 강화하면서 반대파를 탄압했고, 표현의 자유도 크게 위축됐다. 이복형 가윰 전 대통령과의 사이가 멀어진 것도 이때부터다. 가윰이 야당을 지원하며 야민 정권 비판에 앞장섰고, 결국 이복동생에 의해 체포됐다.

정국 불안이 고조될 때마다 몰디브 관광산업은 타격을 입었다. 지난 2015년 11월 야민 대통령 암살 시도 사건으로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됐었고, 이 때 관광 취소 행렬이 줄을 이어 경제 성장률도 떨어졌다.

하지만 정국 불안의 여파가 관광객의 안전에까지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40만 인구의 몰디브 관광객은 연간 100만명에 달한다. 관광 수입은 2016년 기준 27억달러(약 3조원)다. 관광업이 흔들리면 국가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다만 주요국들은 자국 관광객에 안전 유의를 당부했다. 말레섬, 아두섬 등에는 이미 여행경보 1단계인 ‘여행유의’가 발령된 상태다.

미국은 해외여행경보시스템에서 경고 수위를 레벨 2로 올렸다. 영국은 몰디브 수도 말레를 방문할 경우 시위대를 피하라는 경고를 내렸다. 중국은 자국민에게 몰디브 방문을 연기하라고 조언했다.

우리 외교부도 주의를 당부했다.

외교부는 ‘몰디브 비상사태 선포 관련 신변안전 유의 안내’ 공지를 통해 "몰디브 정부는 몰디브의 국가 안보와 공공 안전을 위해 5일부터 향후 15일 동안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한다고 발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몰디브에 거주하거나 체류 예정인 우리 국민께서는 수도 말레섬으로 방문을 자제해 달라"며 "불가피하게 방문해야 할 경우에는 정치적 언행, 현지인들의 데모 및 집회 장소 방문 등을 삼가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몰디브는 신혼여행지로 인기를 끌고 있는 탓에 우리나라 국민 일부도 현재 체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지금 자사 상품을 통해 몰디브에 방문한 우리나라 국민도 일부 있긴 하다"며 "많은 수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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