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강예슬 기자] 한국산업기술대학(산기대)의 새 주인이 된 한국산업단지공단(산단공)이 ‘시큰둥’한 표정이다. 경영에 악영향을 끼칠까 우려해서다. 산단공은 그동안 정부의 산기대 편입에 난색을 표했으나 정부는 지난해 법까지 개정해 못을 박았다.
◇ 산기대 산단공에 편입 왜?
산단공이 사립대학인 산기대를 떠 안은 건 산기대의 특수한 성격 때문이다. 산기대는 국가 제조업 경쟁력을 높일 현장 인력 양성을 위해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주도로 1998년 설립된 학교다.
2012년에는 자체 경쟁력 강화를 이유로 산업대에서 일반대로 전환됐지만, 여전히 산기대는 정부주도의 클러스터 사업, 산업 집적지 경쟁력 강화사업 등 산학연 연계 사업에서 주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정부는 산기대가 학교법인 설립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필요한 수익용기본재산을 확보하지 못하자 산업기술촉진법을 근거로 국비를 지원해 왔다. 수익용기본재산은 토지, 건물, 주식, 정기예금 또는 금전신탁 등 교육부 장관이 수익용기본재산으로 인정 공시한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기재부는 ‘정부의 산기대 지원이 다른 사립대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국비지원 지속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결국 법제사법위원회가 지난해 장병완 산업통상위원회 위원장이 발의한 ‘산업 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산집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산기대를 산단공에 편입시켰다.
개정안에는 기업체의 산업 활동 지원이라는 산단공의 설립목적에 ‘산학협력 촉진 기능’ 을 추가해 산단공이 학교 등 산하기관을 둘 수 있도록 했다. 정부가 산기대를 지원할 근거를 만든 셈이다.
◇ 산단공 ‘울며 겨자먹기’식 운영 준비
정부는 산기대 주인이 될 산단공의 의견은 사실상 배제시켰다. 산단공 측은 산집법 개정안이 의원입법이라 의견을 수렴할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산단공 측은 법 통과 전 산업위에서 법안 검토 당시 공단의 경영여건이 여의치 않아, 산기대 지원금을 지원하기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정부가 지속적으로 예산을 지원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산집법 개정안은 정부의 산기대 지원의무를 강제하지 않고, 재량권한으로 남겨뒀다. 개정안 제45조20 4항이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은 (중략) 산업기술혁신에 필요한 현장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하여 공단에 학교운영에 필요한 자금(「사립학교법」 제5조에 따른 재산)을 지원할 수 있다’로 명시돼, 설령 산업부가 산기대 예산 지원책임을 다하지 못하더라도 산단공은 별도의 문제제기를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자체 예산을 통해 운영비를 마련해야 해 상시적으로 경영자금 부족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는 게 산단공 측의 고민이다. 실제로 산단공은 지난 3년 간 경영자금 부족으로 1444억원 규모의 보유자산을 매각한 바 있다.
산기대 지원 예산은 매년 28억4600만원,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 동안 총 142억3000만 원 정도다. 정부가 산기대에 예산 지원을 하지 않아도 법적 문제가 없기 때문에 자칫 142억원 전액을 산단공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3년 산단공의 산기대 지원 비용은 점차 증가했다. 2015년 정부는 산기대에 필요한 지원금 전액을 제공했지만, 2016년, 2017년엔 각각 70%, 50%만을 부담했다. 따라서 산단공의 지원금은 8억5000만원(30%)에서 14억1200만원(50%)으로 늘었다.
산단공은 추가적인 비용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산단공 관계자는 "산단공은 위탁집행 준정부기관으로 인건비 등 경상경비 지원을 정부로부터 받지 않는다. 자체예산으로 운영비용을 충당해야 하기 때문에 산기대 건과 같이 신규사업을 진행하는 데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며 "개정안 논의 당시 이에 대한 입장을 지속적으로 피력했던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김정운 산업부 사무관은 "법안 자체 조문이 재정지원 부문은 산업부 장관이 지원하는 걸로 규정을 했으며, 산단공이 지원하는 것으로 규정하지 않았다"며 "만약 정부가 지원하지 않는다 해도 법률에서 부담을 강제하지 않았기 때문에 산단공에는 전혀 부담이 없다"고 했다. 이어 그는 "산단공의 산기대 지원 여부는 산단공 자체 판단에 따르면 된다"고 덧붙였다. 산단공에 별도의 법적 책임을 지운 바 없으니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산기대가 수익용기본재산을 확보하지 못하게 될 경우, 학부 학과의 증설 또는 학생정원의 증원이 불가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주무기관인 산단공이 외면할 수 없는 구조다. 더구나 산단공은 산업부 산하기관이다.
김평호 여해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개정법의 예산 지원 규정은 임의 규정에 불과해 기획재정부, 산업부, 산단공의 예산 상황에 따라 지원여부와 지원규모를 임의로 줄일 수 있다"며 "산기대 지원 필요가 인정된다면 ‘정부출연 사립학교’란 모호한 법적 지위를 방치해 적자 누적 책임을 공단 측에 미룰 것이 아니라 국립대로 전원하거나 예산 지원 조항을 의무조항으로 개정해 문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