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천근영 기자] 돈 없는 은행이 있다. 어음이나 증권을 다루지 않는다. 심지어 대출도 안된다. 시중은행에 꾸준히 저금하면 목돈이 되지만, 이 은행의 장기저금은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는 훈풍이 된다. 바로 ‘사회공헌활동 기부은행’이다.
지난해 설립된 이 은행은 기존 공공노인돌봄서비스가 미치지 못하는 어르신들이 주 고객이다. 주로 지역사회 주민들이 참여한다. 돌봄봉사자들이 지역사회 내 돌봄사각지대의 어르신을 1시간 돌보면 1돌봄포인트가 적립된다. 돌봄봉사자는 어르신들에게 돌봄활동을 제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적립된 돌봄포인트로 지역사회 내 돌봄이 필요한 다른 어르신들에게 기부할 수 도 있어 나눔과 사랑을 두 배로 키울 수 있다. 또한 돌봄봉사자가 만 65세 이상이 되었을 때 적립포인트를 사용하여 본인 또는 가족이 돌봄혜택을 받도록 신청도 가능하다.
돌봄을 통해 동네가 선한 공동체로 변모하는 것이 이 은행의 백미다.
강원도 원주시에 거주하는 이인순(가명, 88세) 할머니는 이른바 ‘홀몸노인’이다. 눈과 귀도 어두워 주변 이웃들과 소통하는 것도 어렵다. 하지만 이 은행을 통해 두 가정이 정기적으로 이 할머니 댁을 찾으면서 삶이 바뀌었다. 말벗, 주변 정돈은 물론 치매예방활동도 돌봄봉사자들을 통해 이루어진다. 할머니는 돌봄봉사자 가족들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이웃과도 스스럼없이 지낸다. 주민들은 "동네가 나서서 동네를 살렸다"고 했다.
이 은행은 현재 전국 50개 시군구에서 시행 중이다. 만 13세 이상이면 누구나 소정의 교육을 받은 뒤 돌봄봉사자로 참여할 수 있다. 지난 2년간 돌봄봉사자는 전국 약 1만6000명으로 빠르게 늘어나 4900여명의 어르신들을 돕고 있다. 자세한 사항은 사회공헌활동 기부은행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은행을 주관하는 한국사회복지협의회는 "유독 추운 올 겨울에 돌봄 사각지대에서 지내는 지역사회 어르신들을 위해 보다 많은 돌봄봉사자가 필요하다"며 "지역사회 돌봄활동에 참여해 훈풍을 불러오고 동네도 바꿀 수 있도록 많은 시민들이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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