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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30일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에 위치한 국영 석유기업 페멕스 주유소에서 직원이 차량에 휘발유를 넣고 있다.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사진.(사진=AFP/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세계 최대의 산유국인 베네수엘라가 일부 지역에서 휘발유 판매량에 상한을 두기로 했다. 밀수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26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석유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승용차는 최대 30ℓ, 화물차는 35ℓ로 휘발유 판매량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주민들이 바리나스주, 포르투게사 등 콜롬비아와 접한 베네수엘라 서부지역에서 휘발유를 대량으로 사들여 콜롬비아에 내다 파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석유부는 설명했다.
원유 매장량 세계 1위인 베네수엘라는 그동안 휘발유에 보조금을 지원해 국민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해왔다.
그러나 베네수엘라에서 값싸게 휘발유를 사들인 다음 콜롬비아에서 비싸게 팔려는 밀수꾼들이 늘어나면서 정부는 골머리를 앓았다. 콜롬비아의 휘발유 가격은 베네수엘라에 비하면 수백배 비싸기 때문에 막대한 차익을 챙길 수 있다.
정작 베네수엘라에서는 휘발유 구매가 점점 어려워졌다. 일부 국경도시의 주유소에서 정부가 정한 공정가격으로 주유하려면 몇 시간씩 줄을 서야 한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하루 14만∼16만ℓ의 휘발유가 자국에서 콜롬비아로 유출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재정 수입의 약 90%를 석유에 의존하는 베네수엘라 경제는 국제유가 하락과 국제사회의 금융제재 등으로 극심한 위기를 겪고 있다. 식량과 생필품, 의약품의 조달도 어려운 상태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보유한 휘발유가 바닥 났다는 소문마저 돌고 있다. 야당에서는 국영 석유회사 세라노가 극심한 재정난으로 생산 차질을 빚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베네수엘라의 마지막 생명줄과도 같은 원유 생산도 위협받는 실정이다. 지난 10월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량이 2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따르면 지난 10월 베네수엘라의 일일 원유 생산량은 195만5000배럴로 9월의 208만50000배럴보다 줄었다.
일일 원유 생산량이 200만 배럴 밑으로 떨어진 것은 1989년 이래 처음이다.
지난해 베네수엘라의 연평균 일일 원유 생산량은 237만3000만 배럴이었다. 2015년의 연평균 일일 생산량은 265만4000배럴에 달했다.
카라카스캐피탈 마켓의 루스 댈런 이사는 베네수엘라의 산유량이 계속해서 감소할 것이며 현 상황을 유지하기도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베네수엘라의 석유가 고갈된 것이 아니라 생산을 할 수 있는 값싼 원유가 없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베네수엘라의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