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진=에너지경제DB) |
2017년 국내 게임시장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 보복으로 시작된 중국발 한한령과 가상현실(VR), 인공지능(AI), 암호화폐 등 신사업 도전 등 굵직굵직한 이슈가 유독 많았던 해였다.
그 사이 게임업계에서는 문 닫힌 중국시장에 대한 타개책으로 한국산 게임의 불모지로 여겨져 온 북미·유럽 시장에 도전했고, 현지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기록들을 만들어냈다. 또 그 결과 펄어비스, 블루홀 등 저력있는 중견게임사의 재발견이란 의미 있는 성과들이 나오기도 했다. 붉은닭띠의 해인 2017년 게임계 주요이슈를 ‘닭(CHICKEN)’의 각 알파벳으로 되돌아봤다.
◇ C: 중국(China)
중국의 사드 보복은 자동차, 패션, 뷰티 등 국내 다양한 분야의 수출활로를 옥죄는 결과를 낳았고, 게임도 예외는 아니었다.
중국 내에서 게임을 서비스하기 위해선 일종의 정부 허가증인 ‘판호’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사드 문제로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올 3월 이후 판호를 받은 국내 게임은 단 한 건도 없었다.
국산 게임의 중국 진출은 어려워진 반면 중국산 게임들의 한국시장 공습은 더욱 강화, 국내 모바일게임 매출 탑10 중 절반이 중국게임으로 메워지는 현상도 벌어진 바 있다.
◇ H: 서열 고착화(Hold)
국내 게임업계의 서열 고착화가 올해 역시 이어졌다. 이른 바 ‘3N’으로 불리는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의 실적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반면 중소형 게임사는 갈수록 뒷걸음질 치고 있는 모양새다.
‘배틀그라운드’ 사례처럼 입소문만으로 대박을 치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상 이 같은 일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힘들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마케팅 규모에 따라 고객과의 접점도 늘어나는 만큼 소규모 게임사들은 설 곳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또 시장 자체가 이미 일부 대형사와 대작 위주로 재편되면서, 중소업체들은 ‘신작부재→기존게임 매출 감소→마케팅비 축소→경쟁력 약화’라는 구조적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 I: 지적재산권(IP)
![]() |
▲상단부터 ‘리니지2 레볼루션’, ‘리니지M’, ‘테라M’. (사진=각 사 제공) |
원천 IP에 대한 중요도는 올해 역시 크게 부각됐다.
‘리니지2 레볼루션’, ‘리니지M’, ‘테라M’ 등 올 한 해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을 휩쓴 대형 타이틀 모두 기존 IP를 모바일로 재해석해 만든 게임들이다.
이들 게임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선전하면서 현재도 ‘리니지2M’, ‘블레이드앤소울 레볼루션’, ‘아이온 템페스트’ 등 기존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사랑받던 대작들이 잇달아 모바일로의 IP 이식을 시도하고 있다.
넷마블게임즈는 ‘리니지2 레볼루션’의 폭발적인 성과에 힘입어 올해 사상 처음으로 연매출 2조 원 돌파를 확정지었으며, 이 게임에 IP를 제공한 엔씨소프트 역시 로열티로 쏠쏠한 재미를 봤다.
◇ C: 규제(Control)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사행성 이슈도 뜨거웠다.
확률형 아이템은 국내 게임업계에서 흔히 사용하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로, 일종의 뽑기 같은 개념이다. 아이템을 사서 열어 보기 전까지 내용물을 알 수 없다. 좋은 아이템이 나올 수도 있고, 반대로 ‘꽝’처럼 여겨질 수 있는 아이템이 나오기도 해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한국게임산업협회는 지난 7월부터 △확률정보 △필수아이템 배제 △‘꽝’ 배제 등의 내용을 담은 강화된 자율규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이용자들의 불만은 잦아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결제한도가 정해져 있는 국내 온라인게임(성인 월 50만 원, 청소년 7만 원)과 달리 모바일 플랫폼은 한도가 없어 일부 이용자들은 매월 수천만 원을 모바일게임에 쓰는 것도 가능하다.
또 반대로 스팀 등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의 경우엔 이러한 제재 또한 받지 않고 있어 국내기업 역차별 논란도 여전한 상황이다.
◇ K: 도전(Knock)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두고 규모를 막론하고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암호화폐 등 신사업 도전에 활발하게 나섰다.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은 AI, 빅데이터, 딥러닝 등 분야를 키우기 위해 조직개편을 잇달아 단행하고 관련 인재 모시기에 나섰다. 넥슨은 최근 분석본부 산하에 AI 기술 R&D를 전담하는 ‘인텔리전스랩스’를 출범시켰다. 엔씨소프트도 AI센터를, 넷마블 역시 콜럼버스센터를 운영 중이다.
또 중견사를 중심으로 한 VR게임 도전과 연말 들어 확산하고 있는 가상화폐 사업 도전도 눈에 띈다. 엠게임은 이미 암호화폐 사업과 관련한 자회사 설립을 염두에 둔 채굴사업에 착수했고, 파티게임즈는 관계사인 B&M홀딩스 지분 추가인수를 통해 게임과 암호화폐를 연계한 사업을 구상 중이다. 넥슨은 아예 암호화폐 거래소 3위 기업인 코빗을 인수했다.
◇ E: 직원(Employee)
잦은 야근과 이에 따른 연이은 과로사도 올 한 해 게임업계 화두를 정리하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이슈로 꼽힌다.
올해 넷마블 직원들의 잇단 돌연사 배경엔 업계 관행인 크런치 모드가 꼽힌다. 크런치 모드란, 게임 출시를 앞두고 야근과 특근 등을 강제하는 것을 말한다.
넷마블 직원 사망사건 중 일부는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기도 했으며, 당시 사건으로 넷마블은 최고 경영진들이 나서 직접 근로시간을 줄이고 복지를 늘리는 등 일하는 조직문화 개선에 속도를 냈다.
넷마블 외에도 위메이드 자회사에서도 게임 론칭을 앞두고 크런치 모드 도입을 논의, 이 같은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전면 백지화되는 사건도 있었다.
◇ N: 신흥강자(Newbie)
![]() |
▲지스타 블루홀 부스 전경. (사진=블루홀 제공) |
‘배틀그라운드’, ‘검은사막’으로 신흥강자로 떠오른 블루홀과 펄어비스는 사실 ‘중고신인’이다. 오랜 시간 갈고 닦았던 결실이 뒤늦게 빛을 봤다는 평가다.
블루홀은 ‘배틀그라운드’의 세계적인 흥행 덕에 기업가치도 크게 뛰어 올랐다. 올 초 주당 3만 원 수준이었던 이 회사 주가는 현재 장외주식시장에서 60만 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시가총액만해도 4조 5000억 원에 육박한다.
펄어비스 역시 ‘검은사막’ IP 덕에 차세대 게임대장주로 꼽히고 있다. 공모주 청약에서 실패했던 사실이 무색하다. 코스닥 입성 약 3달 만인 19일 현재 펄어비스는 코스닥 시총 순위 7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펄어비스는 내년 1월 ‘검은사막 모바일’ 정식 론칭을 시작으로 원작의 중국진출, 콘솔 타이틀 출시를 앞두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 류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