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들수첩] 성급한 사형제 폐지 문제 있다

이주협 기자 jobkid@ekn.kr 2017.12.11 16: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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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팀 이주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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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초·중·고등학교를 거쳐 오면서 사형제 찬반 토론을 한번이라도 참여한 적이 있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사형제는 토론 주제로 꽤나 단골 손님이었다. 그 이유는 이 논제에서 찬반 진영 입장이 아주 명확해서 결론을 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찬성 입장에서 사형제는 연쇄살인범과 같은 흉악 범죄자 등에게 최고 수위의 벌을 가할 수 있는 제도다. 반대 측은 수사가 잘못돼 수감자가 억울한 누명을 쓰거나 설사 그게 사실이라도 수감하면서 충분히 반성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무작정 사형을 집행한다면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여전히 양쪽의 입장이 팽팽한 가운데 사형제 찬반 논란이 또다시 점화되고 있다. 이성호 국가인권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첫 특별보고를 하면서 사형제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1997년 이후 20년 가까이 사형집행을 하지 않아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고 있지만 현재 사형의 법적 기반은 유지되고 있다. 기계도 쓰지 않으면 녹이 생기 듯이 사형제도 현재 시행되지 않고 있으므로 있으나 마나 한 꼴이기 때문에 폐지하겠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 위원장의 보고를 받고 사형제 폐지에 대해 국제 인권원칙에 따른 기준과 대안을 제시하면 좋겠다면서 찬성의 뜻을 내비쳤다.

최근 조두순 출소 3년을 앞두고 청와대 게시판에 ‘음주가 심신미약 사유에 포함되지 않도록 법을 바꿔달라’는 청원에 한달만에 20만 명이 넘게 참여했다. 지난 2008년 경기도 안산에서 8세 여아를 성폭행해 장기까지 파손시킨 범인이 바로 조두순이었다. 심지어 그는 재범이다. 1996년부터 살인, 폭행 등 온갖 범죄를 저지른 전과 18범이 심신미약으로 이 성폭행 사건에서 감형을 받았다.

흉악 범죄자한테도 유기징역을 선고하는 마당에 국민들은 사형을 받아 마땅한 범죄자가 3년 뒤에 출소한다는 사실에 너무 치를 떨고 있다. 아직 국민들은 사형제 폐지를 원하지 않는 이들도 많다. 그런데도 정부가 나서 사형제를 폐지하려고 하는 것은 인권만 중시하고 피해자들의 가늠할 수 없는 고통과 국민들의 반감을 억지로 억누르라고 강요하는 것일 뿐이다. 흉악범죄자의 ‘인권’을 중시해 사형제를 시행하지는 않더라도 국민감정을 반영하는 분명한 대책도 없이 성급하게 법조차 폐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여론이 많다. 유명무실한 법이라도 사형제 폐지에 더욱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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