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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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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發 예루살렘 파문에 바빠진 국제사회 "중동파국 막자"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12.08 10:2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국제사회는 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인정한다고 발표하자 일제히 비판했다.

중동·이슬람권 국가들뿐 아니라 유엔, 유럽연합(EU), 교황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전 세계가 성토하고 나섰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예루살렘은 당사자 쌍방의 직접 협상으로 풀어야 할 마지막 단계의 과제"라며 "‘두 국가 해법’을 제외한 다른 대안은 없다"고 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8일 긴급 회의를 열어 예루살렘 문제를 논의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으로 중동 전체의 불안정성이 증폭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동맹 축인 EU도 가세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영국의 오랜 입장은 명확하다. 예루살렘 문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직접적인 평화 협상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는 성명서를 냈다. 그는 "텔아비브에 위치한 주이스라엘 대사관도 이전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공식 논평을 내고 "독일 정부는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프랑스는 국제법과 유엔 결의에 역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세계 지도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일으킨 예루살렘 파문을 수습하기 위한 행동에 나서고 있다.

미국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공인한 데 따른 아랍권의 공분이 글로벌 안보위기로 비화하지 않도록 할 고된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이 7일(현지시간) 긴급 전화통화를 통해 먼저 머리를 맞댔다.

에르도안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가장 큰 우려의 목소리를 낸 세속, 종교 지도자로 주목을 받았다.

터키 관영 아나돌루 통신은 이들 지도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표에 한목소리로 반대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터키 NTV방송은 두 지도자가 예루살렘의 현재 위상에 변화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데 뜻을 함께했다고 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범이슬람 협의체인 이슬람협력기구(OIC) 회원국 정상회의를 오는 13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터키는 이스라엘과 에너지 부문 등에서 활발한 경제협력을 이어가고 있으나 이번 사태에서는 팔레스타인을 앞장서 지지하고 있다.

앞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면 중동이 ‘불의 고리’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교황도 "예루살렘은 유대인, 기독교인, 무슬림 모두에게 신성해 평화를 위한 특수소명이 있다"며 "모든 당사국이 유엔 결의에 따라 예루살렘의 현 상태를 지킬 것을 진심으로 당부한다"고 말한 바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번 사태에서 역시 거친 목소리를 내는 아랍권 국가인 이집트를 오는 11일 방문한다.

러시아 대통령실은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안정성을 지키기 위한 방안이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중대 안보위기가 돌출한 만큼 양국관계 증진을 위한 기존 의제에다가 예루살렘 현안 논의도 다급하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 발표로 팔레스타인-이스라엘 관계와 역내 전체 상황이 악화할 위험이 있다"며 "모든 당사자가 위험하고 통제할 수 없는 결과를 부를 행동을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러시아는 신앙생활을 하는 모든 이들이 예루살렘 성지에 접근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받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15개 이사국은 이날 긴급회의를 소집해 예루살렘 사태를 논의하기로 했다.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스웨덴, 볼리비아, 이집트, 우루과이, 세네갈 등 8개국이 긴급회의를 열자고 요청했다.

팔레스타인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긴급회의를 열어 트럼프 대통령이 입장 발표를 철회하도록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팔레스타인은 안보리에 보낸 서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은 결의 위반으로 끝없는 종교전쟁으로 귀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랍권 22개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은 오는 9일 긴급 회동을 소집하고 대응책을 논의키로 했다.

미국의 주요 동맹국인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은 "(유대교도가 아닌) 팔레스타인 무슬림과 기독교 신자들의 권리를 묵살하는 건 테러리즘을 부추기는 짓"이라며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2국가 해법 외에 다른 대안은 없다"고 말했다.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정파인 헤즈볼라의 하산 나스랄라 최고지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랍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기 때문에 그런 일을 할 수 있었다"며 "아랍국가 정부들이 며칠 동안 소리를 지르다 말 것이며, 미국은 동맹국의 의견 따위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을 그간 줄곧 입증해왔다"고 냉소를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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