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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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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개발자와의 대화#3 ④]하이디어 "힘들고 어려워도 게임 만들기 즐거워"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11.08 10:54
사진(8) 하이디어 김동규 대표

▲김동규 하이디어 대표(사진=구글코리아)


[에너지경제신문 송진우 기자] 7년 정도 게임업계에 종사했다. 고생은 고생대로 했는데 월급은 제때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회사가 망했다. 정나미가 떨어졌다. 몸담고 있던 업계에 회의감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직하려니 ‘회사가 또 망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앞섰다. 그래서 이왕 할 거면 한 번 직접 만들어보자는 심산으로 창업을 결정했다. 당시엔 와이프에게 6개월만 해보고 다른 업종을 찾도록 해보자고 말한 게 지금 여기까지 왔단다.

지난 2012년 1인 개발자 김동규 하이디어 대표가 이직이 아닌 창업을 결정하게 된 배경이다. 제1회, 2회 구글플레이 인디 게임 페스티벌에 참여해 수상의 영예를 안고, 작년에는 중국에서 해마다 열리는 모바일게임 관련 행사에서 세계적인 인기 게임 ‘클래시 로얄’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도 한 하이디어지만 첫 시작은 결코 수월하지 않았다. ‘구글플레이 개발자와의 대화’에 참석한 김 대표는 1인 개발자로서 성공 노하우과 인디 게입 업계에서 생존하기 위한 마음가짐에 대해 공유하는 한편, 7인 구성체제를 갖춰 해외 진출을 앞두고 있는 하이디어의 미래 방향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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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디어 회사 로고


◇ 가난한 개발자 생활 7년 끝에 창업 결심

김 대표의 전공은 건축공학이다. 게임회사에서 아트 디렉터 역할을 주로 담당했으며, PC 온라인게임을 개발할 때부터 여러 회사를 거치며 게임업계 분야에 연관된 경험들을 자산으로 축적했다. 그는 당시 시절을 회상하며 ‘가난한 개발자 생활 7년’이라고 묘사했다.

김 대표는 "창업을 하게 된다는 것도 모르고 그냥 하다 보니 창업을 하게 됐다. (집에서) TV를 보는 것도 하루이틀이었다"며 "솔직히 말하면 주변 상황이 그렇게 만들었다. 가난한 개발자 생활을 7년 정도 하니까 웬만한 것에 있어서는 충격을 받지 않게 됐다. 심지어 빵집을 해도 먹고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하이디어는 지난 2012년 12월 ‘언데드 슬레이어’의 글로벌 런칭을 시작으로 ‘로그라이프’를 출시했다. 지난해 3월 출시된 로그라이프는 모바일 슈팅 RPG 게임으로, 슈팅 게임 장르 기반에 RPG 요소를 가미한 것이 특징이다. 성장형 캐주얼 게임으로 수많은 장비와 다양한 육성 시스템을 통해 용사들의 리얼 라이프를 체험할 수 있다. 현재 동남아, 중국, 미국 등 다수 국가에 서비스되고 있다.

창업 이후 그가 처음부터 꽃길만 걸은 것은 아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서 혼자 게임을 만들고 있다가 낮에 음식물을 버리러 밖을 나서면 ‘다 큰 남자가 왜 백수생활을 하고 있나?’며 곁눈질하는 동네 아줌마의 눈초리에 조급한 마음을 느낄 때도 종종 있었다.

그는 "조급함이 제일 큰 문제"라며 "이게 뭔가를 시작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을 극복해내기 위해서는 절박함 같이 뭔가 다른 요소가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서 "힘들고 어려운 시절이 있었지만 게임 만드는 건 줄곧 즐거운 일"이라며 "이쪽 바닥은 철저히 내가 관심 있고 재미있어 해야 성공한다. 분명 자기가 계속 애착을 가지고 있는 동시에 그게 취미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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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라이프 앱 아이콘


◇ 뜻밖의 해외 실적…동남아 공략 계획도

로그라이프는 올해 초 해외진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인력과 해외 마케팅 역량이 부족해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 지표상으로는 8대 2 비율로 국내보다 해외 쪽에서 높은 성과를 내고 있다. 주된 지역은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싱가폴 등 동남아권이다. 최근에는 의외로 브라질에서도 인기를 얻어가고 있는 추세다. 앞서 언데드 슬레이어가 중국에서 성공을 거둔 점이 밑거름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김 대표는 "마케팅 역량이 부족해 글로벌 마케팅을 거의 안 했다고 봐도 무관하다"며 "구글 피처드나 기타 구글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해외에서 입지를 차차 늘려나갔다"고 말했다.

해외 시장에서 뜻밖의 실적이 두드러지는 경우가 많아 타겟팅 국가를 함부로 언급하기 어렵다는 얘기도 전했다. 그는 "언데드 슬레이어 개발 당시, 중국 빼고 다 잘될 거라고 말했는데 중국에서만 잘 됐다. 관우가 좀비로 나오는 게임이었는데 그런 부분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필리핀에서 소프트 런칭을 했을 때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출시했으나, 이용자 수로만 따지고 보면 한국의 몇 배에 달해서 놀라울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하이디어는 앞으로 동남아 지역을 중점으로 해외 기반을 다져나가는 한편, 개발 중인 게임 ‘인간 혹은 뱀파이어’를 올해 내 출시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한국은 경쟁도 치열하고 시장도 포화돼 있다는 평가가 많아 동남아 시장부터 차근차근 해외 공략에 나서려 한다"고 밝히면서 "3분기 중 런칭하려 했지만 로그라이프와 라이브 서비스를 동시에 진행하다 보니 지연된 ‘인간 혹은 뱀파이어’를 올해 안에 꼭 출시하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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