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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들수첩] ‘메기효과’ 사라진 韓모바일게임…피라미까지 몰살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10.30 17:56
류세나

▲류세나 기자


[에너지경제신문 류세나 기자] 미꾸라지로 가득한 어항에 그의 천적인 메기를 넣으면 어떻게 될까.

천적 메기를 피하기 위해 이리저리 도망 다닐 게 불 보듯 뻔하다. 이러한 점에 착안, 어부들은 미꾸라지를 육지까지 싱싱하게 옮기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메기’를 활용한다. 하지만 일각에선 메기의 등장이 미꾸라지들에게 당장의 자극이 될 순 있지만 종국엔 산소와 에너지 고갈로 오히려 사망률이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만 봐도 그렇다. 얼마 전까진 잘 만들어진 외산게임들로 자극을 받는 듯하더니 이젠 ‘메기 효과’의 부정적인 측면만 남은 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최근 몇 년 새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엔 고품질 외산게임들이 앞 다퉈 유입됐고, 이들은 신선한 자극을 주는 데에도 성공했다. 업계 사이에선 중국게임의 과금 모델, 북미게임의 전략성 등 각국 게임 콘텐츠의 장점을 흡수하는 노력들이 이어졌고, 실제 이는 다양한 게임 콘텐츠에 버무려져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그런데 현재를 보면 ‘메기’에 완전 잠식 당한 듯한 모양새다.

지난 29일 기준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 탑10 중 절반(소녀전선, 열혈강호, 붕괴3rd, 클래시로얄, 대항해의 길)이 해외에서 개발된 게임으로 채워져 있다.

스마트폰 게임 시장이 열린 이래 국내 모바일게임 매출 상위권 절반을 외산게임에 내주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반대로 국내 모바일게임이 특정 국가의 구글플레이 매출 탑10 절반을 차지한 사례는 없다. 경계의 끈을 더욱 다잡아야 할 때다.

탑10 중 살아남은 국내 게임도 엔씨소프트 1종, 넷마블게임즈 3종, 넥슨 1종 등 대기업만 간신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외산게임의 한국진출, 메기 덕에 일부 미꾸라지(대형 게임사)는 살아남았지만 피라미(중소게임사)는 찾아보기 어려워지고 있는 형국이다.

모바일게임 시장에선 중국 정도만을 제외하곤 모든 빗장이 열려 있다. 이는 곧 언제든지 공격을 할 수도 있고, 공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젠 대기업, 중견기업 할 것 없이 스스로의 경쟁력을 키워야 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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