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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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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에너지] 중동發 '재생에너지 붐' 인다…'2020년까지 30조원 투자'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10.31 07:20

사우디 등 중동 지역 내 재생에너지 발전용량, 2020년까지 6배 성장 전망

▲사진 왼쪽부터 사우디 아라비아의 아델 알주베이르 외무장관, UAE의 압둘라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외무장관, 바레인의 칼리드 빈 아메드 알-칼리파 외무장관이 지난 29일(현지시간) 사우디의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걸프협력회의(GCC) 외무장관과 군 관계자들의 회동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AFP/연합)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전세계적으로 신재생이 화두다. 국내에서도 에너지 전환 정책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양의 원유를 생산하는 중동 산유국들조차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2014년 고점 대비 절반으로 떨어진 국제유가는 배럴당 50달러선에서 크게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고, 태양광 발전의 가격은 기하급수적으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걸프 산유국들은 화석연료(석유)의 판매를 유지하면서도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재생에너지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일조량이 풍부한 사막에 위치해 있어 태양광 발전에 경쟁력이 있다는 것도 유리한 지점이다. 

이와 관련, 에너지업계 전문가는 "통산 걸프 산유국들은 세계 석유 매장량의 30%를 차지하고 있고, 가장 낮은 비용으로 원유를 생산하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재생에너지를 향한 산유국들의 야심에도 불구하고 단기간 안에 원유 수출 의존도를 줄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태양광 기술이 빠르게 발달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석유와 천연가스를 발전소 가동에 이용하는 대신 풍부한 햇빛을 발전연료로 사용할 수 있게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렇게 될 경우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어 친환경적일 뿐 아니라, 발전연료로 이용되는 석유·가스 물량을 수출로 돌릴 수 있어 국가 재정수입이 늘어날 수 있게 돼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둔다는 설명이다. 

◇"17년간 매년 6%씩 전력 수요 급증…태양광 늘려 원유수출 늘린다"

▲수천개의 태양광 패널들이 태양열 에너지를 흡수하고 있다. (사진=AP/연합


두바이에 본사를 둔 글로벌 경영 컨설팅회사 AT커니의 아다 페르니세니는 지난 5월 보고서에서 "GCC 회원국의 전력 사용량은 늘어나는 인구와 에너지 집약 산업의 성장에 따라 지난 2000년 이래 연간 6%씩 급증해왔다"고 밝히면서 "정부는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총족시키기 위해 보다 효율적인 방법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재생에너지 기술 발전에 따라 중동 지역의 에너지 믹스에서 태양광과 풍력 발전이 차지하는 비율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게 페르니세니의 설명이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2020년까지 중동·북아프리카 지역 내 풍력·태양광 발전용량은 24.1GW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해 설치된 4.2GW와 비교하면 약 6배에 육박하는 규모다. BNEF는 신재생 발전용량 확대를 위해 274억 달러에 투자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원유 가격이 추가 하락할 위험이 있다는 점도 산유국들이 수출량을 최대한 늘려 재정수입을 극대화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요인이다. 

페르니세니 파트너는 "사우디의 전력과 담수 소비가 지나치게 높아, 국내 전력소비와 용수 수요의 절반을 충족시키기 위해 원유를 발전연료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만약 전력 수요를 억제하거나 재생에너지원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10년에서 20년 안에 지역 내 수요가 탄소 생산을 넘어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우디, 아랍에미네이트, 쿠웨이트 등 걸프 6개국의 재생에너지 확대는 회원국의 경제를 다원화하는 데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는 왕위계승 1위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가 추진 중인 2030년 탈석유 경제개혁에 따라, 원유 수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 사우디 재생에너지에 향후 6년간 최대 56조원 투자

다음은 GCC 국가들이 재생에너지원을 확대하기 위해 계획하고 있는 내용이다. 

①사우디 아라비아: 세계 최대 석유수출국 사우디는 2020년까지 3.45GW급 태양광·풍력 발전소를 건설한다는 방침이다. 사우디 당국은 2023년까지 전체 발전원 믹스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을 10%까지 끌어올리고, 9.5GW를 생산할 계획이다. 칼리드 알-팔리 에너지장관은 향후 6년간 재생에너지 분야에 300억 달러에서 500억 달러(한화 33조 7740억 원∼56조 2900억 원) 가량의 재원이 투입될 것으로 추정했다. 

②아랍에미리트: 아랍에미리트는 2050년까지 에너지 믹스 중 신재생 비중을 44%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당국은 에너지 공급을 다원화하기 위해 6000억 다르함(한화 184조 7580억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또, 두바이에 세계 최대 규모의 태양광 공원을 2030년까지 완공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지난 3월 기준 2단계까지 완료한 상태다. 

③쿠웨이트: 쿠웨이트의 수력ㆍ전력부서 MEW(Ministry of Electricity & Water)는 2030년까지 쿠웨이트 내 에너지 수요가 3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며, 15%의 전력을 태양광과 풍력으로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④카타르: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수출국인 카타르는 2020년까지 태양광 에너지 전력발전비율을 16%(1.8GW), 2030년 10GW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다만 현재까지 LNG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어 현재진행 중인 유틸리티 규모의 태양광 프로젝트가 전무하다는 것은 문제로 꼽힌다. 

⑤바레인: 걸프협력회의(GCC) 국가 중 가장 규모가 작은 바레인은 전력수요 증가 속도를 맞추기 위해 연간발전용량을 6%씩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바레인 정부는 2020년까지 신재생 전력발전비율을 5%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⑥오만: 오만은 지붕 태양광 설치를 장려하는 프로그램을 포함해 현재 몇 개의 태양광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가장 큰 규모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글래스포인트 솔라가 건설 중인 1G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다. 이 발전소는 원유 회수 촉진을 위해 유전 지대에 물을 증기로 바꿔 투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태양광 발전단가 ‘뚝뚝’…사우디 전력 요금 폭등 가능성↑ 

‘사우디’ 하면 주로 세계에서 가장 낮은 가격에 원유를 생산하는 국가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가장 저렴하게 태양광 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는 국가이기도 하다. 실제로 사우디는 최근 세계 최저 가격에 태양광 발전소 입찰 계약을 성사시켜 주목을 끌기도 했다.  

최근 알-팔리 사우디 에너지장관은 프랑스전력공사(Electricite de France SA), 아랍에미네이트의 마스다르(Masdar)와 시간당 1.79센트의 낮은 가격에 공동입찰 계약을 체결했다며 300M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우디의 태양광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완료된다면, 지난 3월 아부다비가 기록한 시간당 2.42센트의 최저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기대된다. 3월 아부다비의 기록 역시 지난해 5월 두바이에서 기록한 2.99센트의 태양광 발전소 입찰을 경신한 것이다. 

난점은 있다. 전력수요가 피크에 달하는 여름에는 이 가격으로 전체 원가를 감당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태양광 기술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고, 이는 세계적으로 비용 절감 효과를 이끈다는 데 있다. 특히, 걸프 군주국 사이의 최저가 경쟁은 시공사들 사이에 입찰 경쟁을 야기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비용하락 속도는 한층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우디가 탈석유 개혁을 서두르고 있다는 점도 기업들이 태양광에 투자를 늘리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사우디 최대 발전소 시공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가 경제개혁의 일환으로 에너지 보조금을 삭감한다는 말이 나오면서 업계 내 불안감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요금 폭등 리스크에 대한 헷징(위험분산) 차원으로 태양광 발전에 대한 투자를 모색 중이라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아크와 파워의 패디 펏매너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0일 파리에서 진행된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3년 안에 전력요금 제도 개혁이 이뤄질 것이라는 데 모든 사람들이 확신하고 있다"며 "결국 전력요금은 상승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국가들은? 모로코 2050년 신재생 비중 절반으로


중동에 속하지 않은 산유국들 역시 화석연료 수입량을 축소하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서두르는 모양새다. 아랍 국가들 중 가장 인구가 많은 이집트는 2022년까지 신재생 전력생산비율을 20%(풍력 12%, 수력 5.8%, 태양광 2.2%)로 높일 계획이다. 특히, 신재생 사업 중 가장 비중이 낮은 태양광 산업조차도 18억 달러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요르단은 향후 3년 안에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을 5배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며, 모로코는 발전원 중 신재생 에너지의 비중을 42%, 2030년 52%까지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걸프협력회의(Gulf Cooperation Council·GCC)란? 
1981년 5월에 페르시아 만안의 6개 아랍산유국이 역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결성한 지역협력기구다. 기구 내에는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아랍에미리트·카타르·오만·바레인 등 6개 회원국이 소속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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