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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30년의 세월을 겪으면서 이제 우리는 국민연금을 복지제도의 관점으로만 보지 않는다. 복지실행을 위해 창조된 제도이나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600조원이 넘는 투자재원에 주목하게 된 것이다. 국민연금 기금은 현재 GDP의 40%수준이고, 향후 2500조원 이상 올라가며 최소 30년 이상 현재 보유하고 있는 600조원은 회수하지 않아도 되는 장기투자 가능한 금융시장의 큰 손이 되었다.
자본주의 경제는 이 투자재원이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기회를 갖고 더 큰 이익을 만들어내는 경제제도이다.
천만원 정도의 단기자금을 가진 사람과 백억원의 장기투자 가능한 자금을 가진 사람에게는 동일한 투자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당연히 백억원을 가진 사람에게 더 다양한 투자기회가 있다. 이 두 사람의 위험에 대한 선호도가 동일하다면, 더 많은 투자기회를 가진 사람이 더 큰 수익률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 그러면 600조원을 가진 사람은 어떨까? 600조원을 가진 사람은 엄청나게 많은 투자기회 속에서 엄청난 수익률을 내야 하는 것이 정상이 아닐까?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유는 자금을 필요로 하는 수요의 한계, 즉 시장 크기의 한계에 직면하기 때문에 자금이 많다고 해서 무한정 수익률을 높일 수가 없다. 지금 한국은 투자의 수요보다 공급이 넘쳐난다. 이자율이 낮다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국민연금은 한국인들의 자본이다. 한국의 기업들과 한국사람들을 살리는 방향으로 운용되어야 한다. 한국경제를 살려 고용을 늘리고 한국경제의 성장률을 높이는 데에 기여해야 한다. 그래야 장기 재정 안정성과 제도의 사회, 경제적 적합성을 유지할 수 있다. 한국인들의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능력이 국민연금의 자본력과 결합해 세계시장에 진출하여야 한다. 이러한 한국산업과의 공조체계가 연금을 살리고 한국경제를 살리고 한국인들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만들어 갈 것이다.
정부는 외교활동과 각종 지원을 통해 기업들의 해외진출을 돕고, 기업들은 국민연금 재원을 고려한 프로젝트를 개발하거나 시장확장을 위해 노력하고 연금이 이에 투자한다면, 한국경제에 일자리가 창출되고 제2의 성장기를 맞이할 수도 있다. 나는 이를 국민연금의 전략투자라고 일컫고, 채권, 주식, 대체투자라는 자산군과 더불어 새로운 자산으로 배분되어야 한다고 본다.
세계적인 국부펀드나 연기금들도 펀드의 태생이나 성격에 따라 전략투자 바스켓을 두고 자산배분을 하고 있다. 시장에서 제공하는 통상적인 투자패턴의 통상적인 투자 기회가 아닌 펀드자체의 이해관계에 따라 지역적, 국가적 혹은 특별한 목적에 의거해 전략적 의도성을 강하게 갖는 투자들을 이 바스켓 안에 담는다. 이는 수익률을 높이는 데에 기여함과 동시에 수익률 너머의 펀드 가입자들의 이익을 높여준다. 이를 위해 필요한 자질은 창의적인 투자기회의 발굴과 위험통제 능력이다. 시장의 정형화된 상품이 아닌 한국경제를 살리는 해외투자, 그리고 국민연금 자체의 이해관계(한국의 출생률, 고용률, 성장률을 높이는 문제 등)와 결부된 전략적인 투자를 위해서는 위험통제에 관한 전문적인 능력을 구비해야 하는 것이 필수이다.
한국경제를 살리면서 스스로 투자 기회를 만들고 수익률을 높이는 길. 국민연금은 지금 한국 금융산업의 수준을 뛰어넘어 새로운 길을 개척하여야 하고, 그 길에서 부딪히는 투자위험을 통제할 수 있는 전문적인 부대를 제대로 갖추어 미래 30년의 기초를 마련해야 할 과제에 직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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