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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팩트 체크와 데이터 마사지

정범진 경희대 교수

에너지경제ekn@ekn.kr 2017.10.13 10:06:14

 

정범진(패스)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건설중단에 대한 공론화가 진행되고 있다. 묘한 것은 탈원전 정책은 국민의 의견을 묻지 않고 기정사실화하고서 이미 공사가 30% 진척된 신고리 원전 5·6호기의 건설중단을 공론화에 붙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국민을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건설중단에 따르는 책임만 떠넘기려는 것이 아닌가 싶다.

공론화는 일반 시민참여단 약 500명에게 건설중단측과 건설재개측이 각각의 주장을 담은 자료집과 동영상을 제공해 학습하도록 하고 2박3일의 숙의를 통해 이들의 의견을 묻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양측은 각자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한 여러 가지 자료를 제공했다. 가짜정보를 차단하기 위한 팩트 첵트(Fact check)를 거쳤다고는 하지만 충분하지는 않다. 더 심각한 문제는 데이터 마사지(Data massage)이다. 이는 통계 자료 등을 제시할 때 적당히 가공하거나 전체가운데 일부만 제시하는 방식으로 전반적인 경향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오해를 유도하는 것이다. 당연히 팩트 체크에는 걸리지 않는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대부분의 국가는 원전을 유지 또는 축소하고 있다’는 주장이 흔히 제기된다. 현재 대부분의 국가가 원전을 유지하고 있으며 탈원전을 선언한 국가는 4개국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 4개국에 원전을 유지하는 대부분의 국가를 합쳐서 분류함으로써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었던 것이다. 실은 세계적으로 59기의 신규원전이 건설되고 있다. 시민참여단에 대한 오리엔테이션 자료에서는 이러한 데이터 마사지 기법이 십분 활용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건설중단측에서 ‘연도별 발전원별 정산단가’를 제시했다. 이 자료에서 원자력발전은 2012년 이후 킬로와트시당 정산단가가 40원에서 60원 수준까지 상승한 것을 보여주고 반면에 재생에너지는 170원에서 70원 수준으로 떨어지는 그래프를 보여준다. 그래서 원자력발전의 경제성도 나빠지고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을 것이다.

정산단가는 한전이 발전회사에서 전기의 값으로 지불하는 금액이다. 공장도 가격이 아니라 시장가격이다. 한전의 이윤이 높아지면 더 줄 수도 있고 덜 줄 수도 있다. 그래서 발전원에 대한 경쟁력을 나타내려면 정산단가가 아니라 발전원가를 사용해야 한다. 또 재생에너지 보조금(REC)을 빼고 제시했다. 이것이 140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재생에너지의 가격은 70원이 아니라 210원이다. 이 기간동안 재생에너지는 원자력발전의 4배 수준이고 전혀 가격이 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전체 전력에너지 가운데 원자력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드는 그림을 제시함으로써 마치 원자력산업이 사양산업인 것처럼 주장하기도 한다.

원자력발전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전력수요가 있어야 하고 또 원자력기술이 있어야만 한다. 문제는 선진국은 제조업을 후발국으로 넘겼기 때문에 전력수요가 없다. 후발국 가운데 원자력발전을 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가진 나라는 많지 않다. 반면에 재생에너지는 기술장벽이 없다. 게다가 재생에너지는 보급의 초기단계에 불과하기 때문에 2배로 늘리기도 쉽다.

독일은 재생에너지 확대보급의 예외적인 나라이다. 엄청난 경제적인 손실을 보면서도 재생에너지를 확대한 예외적인 나라이다. 그런데 예외를 사례처럼 제시한 것도 데이터 마사지이다. 독일의 전기요금이 2010년부터 지금까지 별로 오르지 않았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도 있다. 실은 2000년부터 2010년까지 대부분 올랐기 때문에 2010년 이후에는 오를 것이 없었던 것이다. 다 오른 다음부터의 자료를 제공한 것이다.

재생에너지가 많은 일자리를 창출한다고 제시하고 있지만 어떤 일자리인지 제시하지 않는다. 일자리란 발전설비의 제조, 건설, 운영상 창출되는 것이다. 그런데 풍력발전이나 태양광 발전은 일부 국산기술도 있지만 대부분 수입제품을 사용한다. 결국 외국일자리였던 것이다. 또 발전효율이 낮아서 많은 일자리가 창출된다면 그렇게 만들어진 일자리는 고스란히 국민부담이 아닌가?

사회문제는 축조된다는 말이 있다. 이는 데이터 마사지를 이용해서 문제가 아닌 것을 문제로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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