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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에너지] 중국, 휘발유·디젤차 퇴출추진에 석유시장 ‘직격탄’

한상희 기자hsh@ekn.kr 2017.09.14 14:03:27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한 쇼핑몰 주차장에 전기차 충전소가 설치돼있고, 그 주위로 휘발유 차량들이 주차돼있다. (사진=AP/연합)

▲2015∼2040년 세계 전기차 판매 전망(빨강)과 휘발유·전기차 판매 전망치(밤색). (단위=100만대, 표=BNEF)



이제 정말 휘발유에 안녕을 고할 때다. 전기차를 향한 느릿한 발걸음이 본격적인 대격변기에 들어서는 조짐이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 중국이 영국, 프랑스, 노르웨이에 이어 화석연료 자동차 금지 방침을 시사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자동차 산업이 일대 전환점에 진입했다고 입을 모은다. 

이와 관련, 존 르 사게 자동차 전문가는 "세계 시장에서의 화석연료 차량 금지가 신차 판매와 석유 소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주의 깊게 살펴야 할 시점"이라며 "중국의 화석연료 차량 퇴출 움직임이 석유시장에 직격탄을 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게 전문가는 "전세계에 구동 중인 10억 대의 휘발유·경유 차를 제거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면서도 "지금까지 세계 자동차 시장을 이끈 것은 기업이 아니라 정부였다. 영국, 프랑스, 중국의 발표가 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 강조했다. 

실제 정부 주도로 디젤차를 적극 지원한 유럽의 디젤차 점유율은 50%에 달하지만, 연비규제와 세금 정책이 다른 미국에서는 전체 판매량의 1%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중국, 휘발유·디젤차 퇴출 시간표 논의 중

중국은 세계 자동차 시장점유율 3분의 1에 달하는 최대 시장으로, 지난해에만 2803만대가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의 시장 규모를 고려할 경우 세계 자동차와 석유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디젤스캔들이나 오바마 정부의 연비규제보다 훨씬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중국 신화통신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공업정보화부의 신궈빈(辛國斌) 부부장(차관)은 지난 9일 톈진(天津)에서 열린 ‘2017 중국 자동차산업발전 국제포럼’에서 신에너지 차량 개발과 대기 오염 완화를 위해 화석연료 자동차의 생산, 판매를 중단하기 위한 일정표를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신 부부장은 "많은 국가가 개발 전략을 조정했으며 일부가 전통적 연료 차량의 생산, 판매를 중단하기 위한 일정표를 마련 중"이라고 전하면서 "공업정보화부도 연구에 착수했으며 일정표를 위해 관계 부처와 협력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사실 전기차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정책적 드라이브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중국 당국은 지난 몇 년 간 관대한 신에너지차 보조금을 지원하며 완성차 기업들이 전기차를 출시하고, 소비자들이 적극 구매하도록 장려해왔다. 이에 힘입어 중국은 전기차의 본고장 미국을 넘어 세계 최대 시장으로 부상했다. 

올해부터는 당국이 전기차 시장 옥석가리기에 나서면서 구도가 조금씩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중앙정부는 신에너지차 보조금을 대폭 삭감하고, 캘리포니아와 같은 형태로 정책을 변경한다는 방침이다. 캘리포니아 주 정부는 전기차 등 탄소무배출차량(ZEV)에 혜택을 주는 ZEV크레디트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친환경차 판매 대수에 따라 점수를 부여하고, 일정 규모의 점수를 채우지 못한 기업에는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이다.  

중국은 경제 성장에 따라 점차 도시 규모가 커지고 자동차 판매가 늘어나는 가운데, 파리기후협약에 따라 국내총생산(GDP) 단위당 탄소 배출을 2030년까지 2005년 대비 60∼65% 감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세계 자동차 시장의 약 80%가 휘발유차의 단계적 폐지와 전기차 채택을 추진하고 있다. (표=블룸버그 인텔리전스)


데이비드 피클링 블룸버그 칼럼니스트는 중국의 결정은 신차 판매와 미래 석유 수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전세계 자동차 시장 중 약 80%가 휘발유차 단계적 퇴출과 전기차 채택을 추진 중이다. 정책이 시기에 맞춰 제대로 시행된다면 휘발유와 디젤유 수요는 급격히 떨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자동차의 고향’ 독일은? 디젤차 대신 전기차로 

그렇다면 자동차 종주국 유럽은 어떨까. 유럽 국가들은 2년 전 폭스바겐 디젤 스캔들 이후 디젤차에서 빠르게 발을 빼고 전기차로 방향을 틀고 있다. 특히, 유럽 시장에서는 정부 지원에 힘입어 디젤차 점유율이 약 50%에 달했기 때문에, 관련 업계는 디젤차의 대안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강력한 탄소배출 규제 정책도 화석연료 차량 금지 움직임을 이끄는 이유 중 하나다. 

자동차가 발명된 ‘자동차의 고향’ 독일도 정책 전환이 사실상 결정됐다. 발표 시기만 남겨두고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역시 영국, 프랑스 등 이웃 국가를 따라가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메르켈 총리는 본격적인 총선 과정이 시작된 후 디젤 스캔들을 야기한 자동차 업계 경영진을 상대로 직격탄을 날려왔다.

지난달 초 정부와 업계 간의 이른바 ‘디젤 정상회의’를 통해 공동 조성키로 한 5억 유로 규모의 공해 완화 펀드의 규모를 10억 유로로 늘리겠다고 추가로 공약했다. 그러면서 2020년까지 전기차를 100만대 보급하겠다는 기존 정책을 재확인했다.


◇인도, 2030년 100% 전기차로 전환  

2020년 독일과 일본을 넘어 세계 3위의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되는 인도 역시 잠정 폐지 계획을 밝혔다. 인도의 휘발유·디젤차 퇴출 계획이 공식화할 경우, 세계 자동차 시장과 석유 시장에 미칠 영향력은 중국을 넘어설 수 있다. 인도의 인구는 조만간 중국을 추월할 것이 확실시 되고 있고, 신차 판매량 역시 무서운 속도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인도 정부는 지난해 "2030년까지 100% 전기차로 전환하겠다"는 정부 목표를 밝히고 기업들의 전기차 생산을 독려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7월 각종 부가가치세를 통합한 상품서비스세(GST)를 시행하면서도 전기차에는 12% 세율을 매겨 최소 29% 세율을 적용받는 휘발유·경유차에 비해 혜택을 주고 있다.

한편, 내부에서는 반발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인도 최대 자동차 제조사인  마루티스즈키의 R.C. 바르가바 회장은 인도 일간 이코노믹타임스과 인터뷰에서 "전기차가 좋지 않다면, 소비자에게 그것을 사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며 정부의 전기차 추진이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급하게 추진되고 있음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바르가바 회장은 "전기차를 밀어붙이기에 앞서 전기차가 소비자가 지불하는 것 만큼의 가치를 소비자에게 되돌려주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기존의) 자동차산업은 엄청난 고용과 부를 창출하고 있는 산업"이라며 "도로교통부 장관이 자동차산업을 죽이려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기차 장애물 3가지 ‘트럼프+일본+산유국’ 

인도 내부의 반발에서 보듯, 전기차 대중화 시대 전에 풀어야 할 난제도 산적해있다. 

세계 최대 경제대국 미국은 트럼프 정부 들어 연비 규제와 탄소배출 목표치를 완화하는 등 환경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이후 기후변화를 부정하고 주요 환경규제를 철폐하는 등 ‘오바마 뒤집기’에 팔을 걷고 나서면서 세계 각국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1일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파리협정 탈퇴를 공식 선언하자 오바마 정부가 자동차 업계와 진행한 협상들도 전부 틀어진 상태다.  

일본도 문제다. 일본은 화석연료 차량 금지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주요국 중 하나다. 일본 정부는 연료전지차(수소차)에 집중하고 있는 도요타 등 주요 완성차 기업을 지원하며 보다 조심스러운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수소차 정책이 실질적으로 효과가 있는 지는 의문이다. 수소차 등 친환경차에 판매 비중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일본 외에 브라질, 캐나다, 러시아, 멕시코, 이탈리아 등도 화석연료 차량 금지에 대한 어떤 주요한 계획도 논의하지 않고 있다. 사게 전문가는 이 국가들은 원유 생산과 수출에 경제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고 있어, 주요국의 화석연료 금지 움직임에 관심이 덜하다고 풀이했다. 


◇ 전기차 시대는 공상? "시간 걸리겠지만 결국은 바뀔 것"

이에 대해 피클링 칼럼니스트는 "여러 장애물에도 불구하고, 전기차는 향후 20년 안에 내연기관 자동차를 추월할 것"이라며 "화석연료 차량이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린다 하더라도, 각국 정부의 정책 발표로 그 기한이 정해졌다는 데 상징적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피클링의 말대로 현재로서는 화석연료 차량이 완전히 사라지기를 바라는 정부의 계획은 거의 공상에 가깝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2016년 판매된 전기차는 69만5000대에 달하는 반면, 화석연료 차량의 판매량은 8400만대에 달했다. 구동 중인 휘발유 디젤유 차를 포함하면 전세계에 약 10억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피클링 칼럼니스트는 "10억대의 차량이 폐지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휘발유와 경유차는 2050년, 2100년에도 완전히 자취를 감추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환경규제에 따른 비용, 주유소 접근성 문제 등의 문제에 부딪치면서 오늘날 고성능 스포츠카, 빈티지차처럼 소수의 매니아층을 타깃으로 하는 시장으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했다.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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