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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중장거리전략탄도미사일 화성-12형 발사 훈련을 참관했다고 조선중앙방송이 30일 보도했다. 중앙통신 홈페이지가 발사현장사진을 게재했다. (사진=연합) |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북한이 29일 일본 상공을 통과해 북태평양에 떨어진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발사한 것은 괌 포위사격방안이 언제든 실현 가능한 실제적 위협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북한 미사일은 최대고도 550여㎞로 2700여㎞를 29분간 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에서 괌까지의 거리가 3000여㎞인 점에서 괌까지 도달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준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공언한 대로 직접 괌을 타격하면 미국에 대한 공격 의미가 있어서 그것은 할 수 없어 그와 유사한 도발을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고 분석했다.
김정은 집권 이후 정상각도로 발사한 탄도미사일 중 이번이 가장 멀리 날아간 것으로 기록됐다. 북한은 그간 주변국 피해 여부를 감안해 ‘고각 발사’ 방식을 택해왔다. 지난 7월 28일 밤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 때는 고각 발사로 미사일은 최대 3천720여㎞까지 상승하며 거리 998㎞를 47분12초간 비행했다. 고각 발사로는 이때가 가장 높이 솟았다.
이날 발사한 미사일은 최대사거리 4500∼5000㎞로 추정되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화성-12 또는 사거리 3천㎞의 무수단(화성-10) 미사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비행 거리로 볼 때 사거리 3000㎞로 추정되는 ‘북극성-2형’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는 "화성-12형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정상각도로 발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김정은 체제 들어와 처음으로 정상각도로 사거리가 제일 긴 것 같다"면서 "중거리 이상의 미사일을 처음으로 정상 궤적으로 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일본 상공 통과 때 고도가 통상 영공인 100㎞를 넘었다"면서 "괌을 포위 사격하겠다고 한 화성-12 미사일이 유력하고 무수단 미사일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9일 괌의 주요 군사기지들을 제압·견제하고, 미국에 경고 신호를 보내기 위해 괌 주변 30∼40km 해상 수역에 중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 네 발을 동시에 발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위협한 바 있다. 당시 북한은 화성-12가 일본의 시마네(島根)현, 히로시마(廣島)현, 고치(高知)현 상공을 통과해 사거리 3356.7km를 1065초간 비행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영근 교수는 "괌을 포위사격한다고 위협했기 때문에 그것을 보여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며 "굽히고 들어오라는 메시지를 미국에 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일본 상공을 통과해 북태평양으로 미사일을 낙하하도록 한 것은 군사적 대응을 경고한 미국을 직접적으로 자극하지 않으면서 반응을 떠보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일본이 미사일 사정권에 들어있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확실히 보여줌으로써 유사시 한반도 증원전력 출발지인 주일 미군기지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도 과시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북한의 괌 포위사격 위협 이후 패트리엇(PAC-3) 미사일 4기를 화성-12 통과 예상 서부지역에 배치했다. 그러나 이날 발사한 미사일은 동북지역 홋카이도 상공을 통과해 동해에 떨어졌다.
북한이 괌 방향으로 발사하지 않은 것은 미국을 직접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도도 있지만, 일본의 미사일 요격을 피하려는 의도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군의 한 관계자는 "북한은 괌을 타격하겠다고 한 계획을 우회적으로 실증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국뿐 아니라 현재 2부 연습이 진행 중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반발로도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김정은 체제 들어서 달라지는 북한의 핵 개발 전략도 잇단 미사일 도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정일 시대 때는 핵 개발과 미사일 발사가 협상용 성격이 강했다면 김정은 집권 이후에는 생존을 위한 핵무기 보유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유환 교수는 "기본적으로 김정은 정권의 목표는 핵미사일을 완성하겠다는 것"이라며 "그 이후에 전략적 지위를 가지고 협상하겠다는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을 이번에 확인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북한은 다양한 사거리의 미사일 발사를 이어가면서 억제력의 완성에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