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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광석(鑛石)과 맥석(脈石)의 경계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8.13 11:24

이경한 한국광업협회 자문위원



우리는 반짝이는 입자가 돌 속에 박혀 있는 것을 보면 무슨 광석일까? 하고 보통 생각한다. 그만큼 평범치 않은 것은 가치 있는 것이라는 고정 관념에 사로잡혀 있다는 뜻이다.

‘맥석’이라는 용어는 가치 없는 돌멩이를 의미하는 용어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차이는 결국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에 있다. 가치란 사람이 생활하는데 얼마만큼의 유용성을 부여하느냐에 따라 척도가 달라지는 만큼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동태적인 개념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한 예로 어떤 사람이 금이 들어 있는 광석을 찾아냈다고 하자.

그러나 금이 단단한 돌 속에 맥을 이루며 배태돼 있어 추출하려면 많은 돈을 투자해야만 가능하다. 그만한 자본으로 얻을 수 있는 물량을 시중에 팔아도 투자금을 회수하기 힘든 것으로 평가 되었다고 하면 아무리 금이 들어 있다고 해도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가치를 부여받지 못하기 때문에 경제성이 없어 맥석으로 취급받는다.

이후 새로운 기술이 개발돼 추출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춰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고 평가가 되면 맥석으로 취급받던 것이 광석으로 지위가 격상돼 개발 대상으로 바뀌게 된다. 결국 가격과 기술력에 의해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것만이 광석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러한 논점은 미국 지질조사소장이던 맥켈비에 의해 주창돼 이윤창출이 가능한 물량인 매장량과 있지만 아직은 경제성이 부족해 잠재량만 지니고 있는 자원량이라는 개념을 정의할 때 활용돼 왔다.

여기서 광석으로 평가하는 두 가지 요인인 가격과 기술력은 모두 고정된 값이 아니고 시간에 따라 변화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가격은 수급여건에 따라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개발 초기의 가격을 기준으로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해 투자했다가도 생산할 시기에 폭락하면 실패로 결말이 날 수 있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급변화 요인들을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해외자원개발사업에서 암바토비 니켈광 개발사업의 경우도 투자 초기의 보수적으로 생각했던 예상치보다 현재의 가격이 더 하락해 실패한 투자라고 혹평을 받는 이유이다.

기술력의 발전으로 버려졌던 맥석더미가 개발대상으로 부상한 경우도 있다. 지난 1980년대 초 금을 추출하는 새로운 개념인 ‘용매추출법’이 소개돼 과거 금광에서 금을 추출하고 남은 찌꺼기에 남아있는 금을 값싸게 추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려 대대적인 광석찌꺼기를 대상으로 개발사업이 경쟁적으로 벌어져 세계 금생산량이 크게 늘어난 사례도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버려진 쓰레기로 취급받던 것도 광석 취급을 받을 수 있으니 만약을 위해 어디에 얼마만큼 있는지를 파악해두는 것도 필요하다.

전문가 집단을 육성하고 정보를 수집해 장래에 대비한다는 목적 하에 소규모지만 지속적으로 사업을 수행토록 지원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라 판단된다.

특히 광석을 채굴하고 유용광물을 추출할 때까지 막대한 양의 에너지가 소요된다. 친환경적인 발전이라는 태양광 발전의 경우도 태양전지판을 구성하는 폴리실리콘을 제조하려면 먼저 규석광에서 금속상태의 규소를 분리해야하며, 이때 전기로에서 용융시키기 위해 온도를 1800∼1900도까지 높여야 해 에너지비용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물론 이런 꿈같은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핵융합발전기술이 상용화된다면 획기적으로 에너지 비용을 낮출 수 있어 과거의 광물 찌꺼기가 광석으로 탈바꿈할 수도 있을 것이다.

따라서 한국광해관리공단이 복구 작업의 일환으로 매몰처리를 하고 있는 구 광산터에 있는 광석 찌꺼기는 일거에 유해물질에서 유용자원이 될 수도 있다.

이를 종합해 보면 광석과 맥석의 구분은 분명한 것 같으면서도 경계가 모호하다. 옥석을 구분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아무 흠이 없는 원석을 만나기는 매우 힘들다.

광물질은 일단 한번 생성되면 구성 물질에 변함이 없지만 사람은 자기계발을 통해 자신의 쓰임세를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어 시대의 요구에 부합되는 방향으로 자기계발을 한 사람은 그 시대의 광석이 되고 다른 부류는 버려지는 맥석이 되는 것 같다.

그렇지만 인생은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옛말과 같이 한 사람의 길흉화복도 처한 상황에 따라 판단이 다르게 될 수도 있으니 그냥 쓸데없다고 생각하지 말고 쓰일 곳을 생각하는 미래안(未來眼)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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