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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평섭(왼쪽부터) 국민은행 고객전략그룹 부행장, 서현주 신한은행 영업기획그룹 부행장, 정정희 하나은행 기업영업그룹 부행장, 한준성 하나은행 미래금융그룹 부행장. (사진=각 사) |
[에너지경제신문 복현명 기자] 올해 1분기(1월~3월) 은행권 CEO(은행장·부행장급)에 ‘상업고등학교(상고)’ 출신들이 포진하기 시작했다. 이에 문재인 정부에선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나 고금회(고려대 출신 금융인 모임) 등과 같이 핵심 인맥이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1분기 공시보고서를 보면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IBK기업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CEO 총 31명의 출신고교를 분석한 결과 총 45.16%(16명)이 상고 출신으로 확인됐다. 특히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의 경우 CEO의 절반 이상이 상고를 졸업했다.
먼저 국민은행은 8명의 CEO 중 오평섭 고객전략그룹 부행장이 광주상고 출신으로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겸 국민은행장과 선후배 사이고 이용덕 여신그룹 부행장은 대구상고, 김기헌 IT그룹 부행장을 덕수상고를 졸업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서현주 영업기획그룹 부행장(부산상고)·최병화 기업그룹 부행장(덕수상고)를, 기업은행은 서형근 CIB그룹 부행장(덕수상고)·조영현 IT그룹 부행장(광주상고)·강남희 기업고객그룹 부행장(이리상고) 등이 상고 출신이다.
우리은행도 상고 출신 임원이 3명으로 정원재 영업지원 부문장 겸 HR그룹 부행장이 천안상고를 졸업했고 김홍희 부동산금융그룹 부행장은 전주상고, 조재현 스마트금융그룹 부행장이 마산상고를 졸업했다.
하나은행의 경우에는 시중은행중 상고 출신 CEO가 60%로 가장 많았다. 함영주 은행장이 강경상고, 정정희 기업영업그룹 부행장은 덕수상고, 한준성 미래금융그룹 부행장은 선린인터넷고를 졸업했다. 특히 한 부행장은 상고를 졸업한 뒤 1987년 국민은행에 입행한 후 1992년 하나은행으로 옮겨 은행권 부행장 중 최연소라는 타이틀과 함께 상고 출신의 입지적인 인물로 불린다. 지난 2006년 신사업기획부장을 맡은 이후 신사업추진본부장, 미래금융사업본부장(전무) 등을 차례로 역임하며 신사업 전문가라는 평을 받고 있다.
출신학교별로는 광주상고와 덕수상고 출신이 각각 3명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덕수상고 출신의 경우에는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 김동수 전 한국수출입은행장 등 은행권 고위직을 역임한 사람들이 많아 비정기적으로 동문회 등을 갖고 친목을 도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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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규(왼쪽부터) KB금융그룹 회장 겸 국민은행장, 함영주 하나은행장. (사진=에너지경제신문 DB) |
은행장 중에서는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겸 국민은행장이 광주상고를 졸업하자마자 1974년 외환은행에 입사한 후 성균관대 야간대학을 졸업한 뒤 회계사시험까지 합격해 자수성가 했다.
함영주 하나은행장 역시 강경상고를 졸업한 후 서울은행의 행원으로 출발해 재직 중 단국대 회계학과 야간과정을 졸업한 후 하나은행 남부지역본부장, 부행장보, 충청영업그룹 부행장 등을 거쳐 은행장을 역임하고 있다.
은행권에 상고 출신 CEO들이 많은 이유는 최근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대학 진학을 하면서 소위 명문대 출신간의 경쟁이 치열진 상황에서 은행에서 상고 출신들이 자취를 감췄지만 최근 들어 주요 핵심 요직에 다시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 핵심 인맥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과거 가정형편이 어려운 상황에서 대학 진학보다는 취업에 유리한 금융권 진출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또 은행권 내부에서는 인사고과시 특정 대학 출신보다는 업무성과와 실력을 위주로 평가하겠다는 분위기가 자리잡은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상고 출신 CEO들이 포진하면서 학력의 편견을 깨고 실력만 있으면 고위직까지 갈 수 있다는 생각들이 은행 내부에서 팽배하다"며 "이제는 학벌이 아니라 성과와 리더십 등 실무평가를 인사고과에 많이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