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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구 우리은행장 |
[에너지경제신문 이주협 기자] "영선반보, 남들보다 반 발 앞서가자".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지난 2015년 대표 취임사에서 임직원에게 강조했던 말이다. 이 말은 "성공적인 민영화를 통해 2020년까지 아시아 탑(TOP) 10위, 글로벌 탑 50위 권에 드는 은행이 되자"는 이 은행장의 비전 제시와 뜻을 같이한다.
결국 이 은행장은 우리은행 민영화에 이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한 방법론으로 영선반보를 임직원에게 당부한 것이다.
이 당부가 2017년 연임까지 쭉 이어져 오고 있다. 사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연임은 2016년 말 16년 만에 민영화에 성공했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우리은행은 예금보험공사가 지난해 말 지분 29.7%를 한국투자증권, 한화생명 등 7개 과점주주에 매각하면서 2001년 정부 소유 은행이 된 지 16년 만에 ‘민영은행’이 됐다. 이 행장은 민영화를 이끈 주요 인물이었다. 여기에 우리은행이 지난해 1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 순익을 기록했기에 그의 경영 성과도 뛰어났다.
그는 민영화에 성공하자 사내방송을 통해 금융지주사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임직원에게 자신있게 내비친 바 있다.
최근 들어서도 현재 금융 트렌드인 핀테크 사업과 해외진출에서 ‘반’ 발짝 앞서는 이광구 은행장의 우리은행 초석다지기가 엿보인다.
먼저 그의 실천은 핀테크 사업에서 잘 드러났다. 우리은행은 모바일 뱅킹, 인터넷 뱅킹 등 비대면 채널 시장을 먼저 접수했다. 2015년 5월 은행권 최초로 모바일 뱅킹인 위비뱅크를 출시한 것이다. 위비뱅크는 출시 이후 중금리 대출과 위비페이, 환전 등으로 인기를 모았다. 현재까지 200만명이 가입했고 전용상품 판매액은 1조3000억원을 돌파했다.
이 행장은 은행업 최초 출시에 만족하지 않고 또 다시 남들보다 반 발짝 앞서갔다.
위비뱅크 출시 2주년을 맞아 화면구성을 개선하고 회원 가입 인증방식을 단순화한 것이다. 이는 고객 맞춤형 전략 개편으로 풀이된다. 이번 개편에서는 많이 이용하는 서비스를 초기화면에 배치하고 본인이 원하는 메뉴를 선택해 이용할 수 있는 ‘마이메뉴’ 기능을 추가했다. 회원가입 방식도 휴대전화 번호와 계좌번호를 통해 본인 인증하는 방식으로 바꿔 단순화했다.
기존의 ‘간편보내기’ 서비스에는 ‘드래그 앤 드롭(Drag & Drop)’ 방식을 도입했다. 최근 송금내역 이미지를 손가락으로 이동시켜 손쉽게 송금할 수도 있다. 해외여행 트렌드를 반영해 해외여행가계부 기능을 추가하고 대학생을 위한 강의시간표와 학점계산기, 과외홍보마당도 신설했다.
우리은행의 지주화를 위해서 해외 투자자들에게도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그는 지난 4월 23일부터 29일까지 5박7일 일정으로 영국과 프랑스 등 연기금 투자자들과 만나 해외 IR(investor relations)를 개최해 해외 투자자 특히 유럽 투자자에게 우리은행의 실적과 전망을 설명했다.
앞서 이 행장은 지난해 2월 영국, 독일 등 31곳 기관투자자를 만났고 5월에는 미국에서 기관투자자 10곳, 6월에는 일본의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 6곳을 방문해 우리은행의 현황과 전략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이에 우리은행의 외국인투자자 비중이 지난해 초 20%대에서 현재 25%대로 커졌고, 1만원을 밑돌던 주가는 18.6%나 상승했다.
이 행장의 이런 영선반보가 향후 우리은행이 금융지주사로 나아가는 동력이 될 것이란 게 업계의 지배적 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