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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E칼럼] 화력발전소 폐쇄 ‘환경 포퓰리즘’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6.02 10:13

김태공 아시아평화경제연구원 이사

[EE칼럼] 화력발전소 폐쇄 ‘환경 포퓰리즘’

▲김태공 아시아평화경제연구원 이사


충남과 강원 일대의 가뭄이 심각하다. 모내기를 한 논이 거북등처럼 갈라지고 누렇게 탄 모가 위태롭게 서 있는 모습이 뉴스 때마다 TV 화면에 소개될 정도다. 그런 가운데 4대강 16개 보 중 6개 보가 1일 오후부터 상시 개방을 시작했다. 이른바 ‘녹조라테’로 불리는 낙동강과 금강 등 녹조를 해소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조치다.

기상청은 6월부터 시작되는 장마철에 비가 내리지 않는 ‘마른장마’를 예보하면서 6∼7월 강수량은 평년보다 적고 8월은 평년과 비슷하겠다고 전망했다. 한반도에 비를 몰고 오는 장마전선을 밀어올리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동서(東西)로 발달하는 바람에 장마전선이 예년보다 남쪽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7월 말까지는 봄철부터 이어지고 있는 가뭄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은 8월 이후로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점차 북쪽으로 확장하고 남서풍이 한반도로 유입되면서 고온다습한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제까지의 가뭄은 땅이 마르는 가뭄으로 비가 오면 금세 해갈이 되곤 했다. 하지만 올해 가뭄은 댐의 물까지 마르는 가뭄이다. 수년 전부터 연중 이어진 가뭄에 보령댐은 2015년 저수율이 18.9%로 최저치를 보였다가 올해는 10.2%까지 떨어지며 기록을 경신했다. 1달 이내에 비가 오지 않으면 7%까지 하락이 예상되면서 댐의 기능이 유명무실해질 전망이다.

기상청은 근래 가뭄이 기후변화에 따른 일정 방향의 추세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에 따른 전 지구적 기상 이변으로 지역 강수편차가 커지고 수해와 가뭄이 번갈아 나타나고 있는 만큼 장기적 추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담이지만, 보건복지부는 올해 봄 기온이 예년보다 높은 탓에 모기의 출현은 빨라졌으나 가뭄이 계속되면서 개체 수는 크게 줄었다는 흥미로운 조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반면 이포보가 있는 여주시 일대에는 4대강 사업 전에는 없던 대형 하루살이 떼가 출몰해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한편 6월1일 한국원자력학회·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경희대 미래사회에너지정책연구원 등 에너지 분야 대학교수 200여명이 문재인 정부의 ‘탈(脫)석탄화력·탈원전’ 정책을 "일방통행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비판 성명서를 냈다. 게다가 한국원자력학회 등은 오는 18일 한국 원전 40년 역사를 조명하는 행사를 열면서 정부의 에너지정책을 비판하는 2차 성명서를 낼 것으로 알려졌다. 새 정부와의 밀월 기간이 끝나지도 않은 정권 초기에 교수들이 정부의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교수들은 문 대통령의 에너지 공약을 다루는 국정기획위원회 경제2분과에 에너지 전문가가 1명도 없다며 "소수의 비전문가가 속전속결하는 제왕적 조치는 원자력 업계 모두의 사기를 허물고 국가 안전을 해칠 위험이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면서 "국가 경제 발전, 일자리 창출, 에너지 복지 등에 기여하는 원자력 업계의 의견을 정부가 경청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새 정부가 의혹을 사고 있는 4대강 감사를 지시하는 것과 충분한 검토없이 6개 보 개방을 결정한 것은 완전히 다르다. 탈석탄화력·탈원전 정책을 수립하는 것과 에너지 수급을 고려하지 않고 노후 화력발전소를 폐쇄하는 것 또한 다른 일이다. 각각 전자가 나라를 경영하는 차원에서의 정책이라면 후자는 환경 문제를 내세워 국민의 환심을 사려는 포퓰리즘 정서에 불과하다.

위안부 문제로 일본과 단교하고 사드 문제로 중국과의 교역을 중단하는 사태를 예상할 수 있겠는가. 재벌의 불공정과 횡포가 심하다고 하루 아침에 재벌을 해체하거나 일자리를 만든다고 모든 국민을 공무원으로 채용할 수도 없는 일이다. 정책을 세울 때 국민의 정서를 반드시 고려해야 하지만 그것에만 따를 수는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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