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에너지경제

ekn@ekn.kr

에너지경제기자 기사모음




[EE칼럼] 원전 계속운전 제한입법, 입법권 남용이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5.22 20:03

함철훈 한양대 공학대학원 교수

[EE칼럼] 원전 계속운전 제한입법, 입법권 남용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우원식 의원(대표발의) 등 33인은 원전의 최초설계수명기간이 만료된 후에는 계속운전을 위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허가를 받을 수 없도록 하는 원자력안전법개정안을 지난해 7월 25일 발의했다.

이 개정안의 제안사유는 ‘온 국민과 국토에 영향을 미칠 만큼 막대한 위험을 내재한 원전의 안전문제는 국민들의 불안감 조성에 큰 몫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세월호 침몰사건을 통해 확인한 바와 같이 수명이 오래된 설비는 사고발생 가능성이 분명히 높기 때문에 사고발생확률이 높은 노후 원전을 폐쇄하는 것은 국민의 최소한의 안전을 담보하자는 것이다. 나름대로 이유가 있고 또 수긍이 간다.

더 이유는 더 있다. 따라서 원전의 최초설계수명이 만료된 경우 계속운전을 위한 허가를 받을 수 없도록 하고 이미 수명이 연장돼 운영 중인 경우에도 해당 원전을 정지하고 허가를 취소하는 근거를 마련해 국민의 안전을 보다 두텁게 보장하려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개정안의 요지는 첫째, 발전용원자로 및 관계시설의 계속운전을 변경허가의 대상에서 제외해 설계수명기간이 만료된 원전의 계속운전을 금지하며(안 제20조 제3항 및 제4항 신설), 둘째, 이미 운영허가의 변경을 통해 계속운전 중인 발전용원자로 및 관계시설도 이 법 시행일로부터 3년 이내에 해당 시설의 운전을 영구정지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는 원자로 연료가 녹아내리는 큰 사고 이후 어떤 일이 있었을까.

일본 의회는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계기로 2012년 원자로 등 규제법의 개정을 통해 원전의 운전기간을 40년으로 제한하고 1회에 한해 20년간 계속운전을 허용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개정은 정치적 성향이 강한 내용으로 운전기간을 40년으로 한정함과 동시에 1회에 한해 20년간 계속운전을 허용함에는 기술적 근거나 합리적 이유가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원전의 계속운전과 관련 논의돼 온 핵심쟁점은 바로 설계수명에 관한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원전의 설계수명은 원전이 노후화돼 사용할 수 없게 되는 상태 또는 그러한 상태가 된 때라고 간주해 설계수명을 허가기간(운영가능기간)으로 보려는 경향이 있다.

결론적으로 설계수명은 허가기간이 아니다. 왜냐하면 양자는 논의의 배경 자체가 다르며, 그 목적에도 본질적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설계수명은 공학적 개념으로 원전을 구성하는 각종 기기의 장기적 건전성을 기술적으로 입증하는 가정조건임에 비해 허가기간은 법률적 개념으로 위험(리스크)을 관리하는 특정사업의 존속기간이다.

미국 원자력안전규제위원회(NRC)의 허가갱신에 관한 홈페이지(Fact Sheet)에는 원전의 최초 허가기간을 40년으로 결정한 것은 원자력기술의 한계에 의한 것이 아니라, 경제성과 독점금지의 관점에서 결정된 것이라고 게재돼 있다. 의회가 원전의 허가기간을 40년으로 규정한 것도 그 정도 기간이면 일반적으로 전기사업자들이 전기 요금을 통해 비용 회수가 가능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원전의 계속운전에는 기존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함으로써 환경개선에 기여하는 측면과 원전부지 확보가 지극이 어려운 우리나라의 실정을 고려할 때 실질적으로 부지를 확보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프랑스 등 원전 선진국에서는 설계수명과 원전수명을 같이 보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다. 설계수명은 말 그대로 설계수명이다. 가동 여부를 결정짓는 절대적 잣대가 될 수 없다.

국가원자력정책의 백년대계를 설계함에 있어서 국회는 안전성, 에너지안보, 경제성, 환경친화성, 신기후체제에의 대응 등을 고려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직 안전성이라는 단선적 사고에만 매몰돼 계속운전에 대한 보편적 타당성을 외면하는 개정입법은 일종의 입법권 남용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