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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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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유값 인상, 정유사-자동차 ‘직격탄’…왜?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4.13 19:40
경유값 인상, 정유사-자동차 직격탄

[에너지경제신문 김양혁 기자] 유력 대선주자들이 미세먼지 저감대책의 일환으로 경유값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정유사와 자동차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정유사들은 수익 구조상 국내에서 기름을 팔아 남기는 이익이 얼마 되지 않는다며 은근히 여유를 부리지만 속내는 다르다. 마진은 휘발유보다 경유가 더 많다. 자동차 업계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특히 디젤(경유)차 위주로 라인업이 짜인 업체들로선 직격탄이나 다름없다.

석유제품 가격

▲석유제품 가격구성. 사진=한국석유공사 오피넷


13일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경유 가격은 ℓ당 1279원을 기준으로 △세금 645원(50.4%) △정유사 479원(37.5%) △유통비용 및 마진 115원(12.1%)로 구성된다. 경유 가격은 휘발유와 비교해 붙는 세금이 8.8%p(포인트) 적기 때문에 휘발유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형성된다.

당장 세금이 오른다고 해서 실제 직접적인 타격은 없을 것이란 게 정유업계의 주장이다. 국내 정유업체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팔리지 않은 석유제품들은 해외로 돌려 수출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유업체 관계자 역시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정유사가 입을 타격보다는 실제 연료를 주입하는 소비자들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얼핏 정유업계는 관망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 경유값이 어떤 식으로든지 조정된다면 매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로선 휘발유에 세금 비중이 더 높은 대신 정유사와 주유소는 경유에 그만큼 마진을 더 붙여서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석유제품 가격구성은 단순 표면적으로 도출해낸 것"이라면서도 "실제 정유사와 주유소들이 취하는 마진은 이보다 높을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외부에선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정유사들도 문제지만 자동차 업체들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특히 디젤엔진을 주축으로 구성한 업체들일수록 더욱 우려된다. 쌍용차는 현재 티볼리와 체어맨을 제외하면 전모델이 경유차다. 국내 완성차 업체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현실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뭐라 판단하기에 이른 감이 있지만, 아무래도 경유가격이 오르면 그만큼 수요도 줄어들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도 주력 차종들의 디젤 라인업이 선방을 하고 있어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나마 현대·기아차는 이미 주력 SUV들의 가솔린 모델을 내놓으며 선제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힌 대응이라지만, 결론적으로 신의 한수가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경유값 인상 소식에 운수업자, 소상공인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들이 운행 중인 트럭이나 대형차 대부분은 디젤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이들에게 차량은 사실상 생계 수단이나 다름없는데 연료비 인상은 생계 위협이나 다름없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현재 연대에 소속 인원은 39만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연료비는 곧 생계와 직결된다"며 "일방적인 가격 인상은 결국 서민 증세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등 정부 부처들이 각 연관 연구원에 의뢰한 ‘수송용 에너지상대가격 조정방안’ 연구용역도 6월에 마무리된다. 현재로선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는 게 정부 측의 주장이지만, 전문가들은 결국 어느 식으로든 석유제품 가격에 대한 변동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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