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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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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센 전기차 열풍에 달아오른 'ESS 배터리 시장'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4.10 07:21

▲(사진=AP/연합)



휘발유가 없는 시대. 멀게만 느껴지던 전기차 시장에도 본격 시동이 걸렸다.

한동안 지지부진하던 시장이 성장 궤도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테슬라에 이어 BMW 다임러 닛산 등 전통 자동차제조업체들도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전기차 중고·폐배터리를 재활용할 수 있는 사용처를 확보하고 차량 고객에 고성능 새 배터리를 비용 부담 없이 교환해주기 위한 행보다.

전기차가 고속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제조비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배터리 경쟁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해 배터리 기업 뿐 아니라 전기차 제조사들까지 공격적으로 배터리 설비 투자에 뛰어든 이유다.




전기차를 통해 성장한 배터리 기술과 생산설비는 이제 막 성장에 진입한 리튬이온 배터리 ESS의 경쟁력 확보와 장기적인 성장에도 핵심적인 변수 역할을 할 전망이다.


◇ 급락하는 배터리 가격…리튬이온배터리 ESS의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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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전기차가 견인하는 ESS 시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리튬이온배터리 기반의 ESS는 큰 기대를 모으지 못했다. 비싼 배터리 가격 탓에 경쟁 기술에 비해 투자비가 두 배 가까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위기는 달라졌다. 배터리 가격이 예상보다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에 따르면, 2016년 배터리 제조비는 팩 가격을 기준으로 USD 273/KWh, 2014년의 USD 540/KWh와 비교하면 2년 만에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에 힘입어 리튬이온배터리 ESS 시장은 급격히 팽창하고 있다. 분기별로 미국 내 ESS 신증설 현황을 발표하는 그린테크미디어의 ‘미국 ESS 모니터’에 따르면, 2015년 신규 설비 중 리튬이온배터리 비중은 96%에 달한다. 전년도의 72%에 비해서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리튬이온배터리 ESS의 주도권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여 장기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미국에만 해당되는 상황은 아니다. 내비건트 리서치에 따르면, 2016년 3분기에 발표된 글로벌 신규 ESS 설비 중 리튬이온배터리 비중은 83%에 달한다.


◇ 전기차 배터리의 재사용 ‘답은 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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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전기차 보급속도가 빨라지면서 시중에 누적될 재생배터리에 대한 경제적 활용 방안 논의도 활발하다.

독일 재생에너지협회(BEE)와 미국 신재생에너지연구소(NREL) 등에 따르면, 7∼15년 사용한 중고 전기차 배터리도 초기 용량의 70∼80% 수준에서 사용 가능할 것으로 분석했다. 용량 저하된 배터리는 주행거리를 감소시키는 등 전기차 용도에는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재생 배터리 사용에는 문제가 없다는 지적이다.

재사용 가능한 분야로는 ESS, 특히 전력 수요자와 인접한 용도의 소규모 ESS가 가장 유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규모가 크고 성장성이 높은 반면 비용에 민감한 개인 소비자들이 주요 고객층이기 때문에, 저렴한 재사용배터리 수요 창출이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혹독한 사용조건을 가정한 전기차 보다 온화한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어, 10년 이상의 장기 사용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전기차와 배터리에 대한 문턱이 낮아지면서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형태의 사업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전기차 시장의 게임 체인저 역할을 했던 테슬라가 이번에도 선봉에 섰다. 가정형 ESS를 완제품 형태로 출시하며 디자인 요소까지 갖춘 가전제품의 개념으로 집 안까지 끌어들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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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사들도 이와 유사한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일본의 닛산은 가정용 ESS 제품 ‘xStorage’를 2016년 말부터 유럽 시장에 출시했다. 특이하게 재활용 배터리를 사용한 모델을 제품군에 포함시켜 선택의 폭을 넓히는 한편, 테슬라와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배터리 자회사인 Accumotive를 통해 생산 능력을 급하게 늘려 온 다임러도 최근 ‘메르세데스 벤츠 에너지 아메리카’를 신설하고 가정용 ESS 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BMW는 지난해 구형 BMW i3로부터 회수한 배터리를 적용한 ESS 솔루션을 발표했다. 이 제품은 22kwh와 33kwh 등 2가지 용량으로 나오고 최대 24시간 가전제품과 엔터테인먼트 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BMW 측은 소개했다.


◇ 갈길 먼 국내 전기차 배터리 재사용 사업

지난달 테슬라가 국내에 상륙하면서 국내에도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나, 배터리 재사용이나 ESS 사업 관련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국내에선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배터리 재사용 사업과 관련된 인프라 구축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단 대부분 기획·준비단계로 구체적인 사업성 확인이나 실질 효력 발생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8년까지 ‘xEV 폐배터리를 이용한 ESS(500kWh급) 기술개발 및 실증사업’ 지원을 발표했다. 총 60억원의 사업비 지원과 배터리 잔존가치를 등급별로 산정해 합리적인 거래기준을 마련한다는 것이 골자다.

제주도는 폐배터리 재활용센터를 포함한 13만㎡ 규모의 ‘EV 타운’ 조성계획을 구상하고 있지만 부동산 가격 급상승에 따른 경제성 확보여부 및 대규모 재원소요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박수향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신제품 제조 경쟁력 확보와는 별개로, 재생배터리의 성능과 경제성을 기대만큼 확보할 수 있다면 가격에 특히 민감한 주거용 소비자들을 참여시켜 ESS 시장의 성장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킬 기폭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국내 상황과 관련해서는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전기차 배터리 재생사업의 초기단계에선 글로벌 자동차 업체와 긴밀한 협업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국내시장의 본격적인 배터리 재생사업 여건 확보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나 정부 주도의 시범사업 참여 등으로 초기 사업여건은 마련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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