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포토

한상희 기자

hsh@ekn.kr

한상희 기자기자 기사모음




'사면초가' 민자발전(IPP)..."ESS·재생에너지가 돌파구"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3.27 08:57

clip20170325224630

▲포천복합화력발전소 전경.

clip20170325224251

[에너지경제신문 한상희 기자] 전력난 속에 황금알 낳는 거위로 불렸던 전세계 민자발전사(IPP)들이 벼랑 끝에 몰렸다. 지속적인 원전·석탄 등 기저발전의 유입과 저유가로 가동률과 SMP가 동반 하락해 연료비와 최소마진을 회수할 수 없는 여건 탓이다. 이런 가운데 재생에너지의 도전마저 거세지면서 사면초가에 놓였다는 평가다.

여름철 등 전력수요가 급증할때 전력을 판매하는 IPP는 주로 석탄과 액화천연가스(LNG)를 통해 발전한다. IPP사업자는 전력공급이 불안정한 시기에 전력을 공급함으로써 수익성을 확보한다. 그러나 최근 전세계적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전력 공급과잉이 장기화되자 IPP는 수익성 악화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 같은 경우, 전력 수급이 불안정하던 지난 2010~2012년 호황을 누렸던 민자발전사들은 2014년 이후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원전 재가동과 대형 발전소 신규 설립 등으로 전력 공급이 늘어난 데 반해 경기 침체와 전기요금 인상 영향으로 수요는 줄어들면서 공급량이 큰폭으로 넘쳐났기 때문이다.

그간 도매 전력 사업은 전력사업의 구조적 특징과 전력 수요의 느리고 완만한 성장세에 힘입어 예측이 가능했고 IPP에 수익성을 제공했다. 전력수요가 폭증하는 여름철 전기요금은 시장의 원리에 따라 높게 치솟는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몇몇 나라의 대형 IPP에는 상당히 도전적인 상황이 펼쳐졌다. 실제로 미국의 민자발전사인 캘파인(Calpine), 다이너지(Dynegy), 엑셀론(Exelon), NRG에너지(NRG Energy)의 주가를 보면 S&P 500 지수가 59.71% 상승하는 사이 IPP는 최대 80% 넘게 떨어졌다.

국내 1위의 IPP인 포스코에너지의 경우도 상황은 비슷하다. 포스코에너지의 매출액은 지난 2013년 2조9000억원을 거둔 이후 내림세다. 2015년에는 2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영업이익도 2012년 2천685억원으로 정점을 찍고서 2014년부터 1000억원 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은 1조1241억원, 영업익은 320억원에 불과하다.

미국 역시 셰일혁명이 낳은 공급과잉에 천연가스 가격이 폭락하면서 IPP 업계의 불황이 이어졌다. 새로운 가스발전소들이 잇달아 건설되면서 석탄발전소에 비해 경쟁력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는 전력도매가격인 SMP(계통한계가격) 하락을 야기했고 기존 자산의 수익을 악화시켰다. 전력 수요 둔화 역시 IPP의 수익성에 흠집을 냈다.

이런 상황에서 재생에너지라는 새로운 에너지원 역시 IPP 파산의 위험성을 높이는 모습이다.


◇ 재생에너지는 어떻게 전력회사 수익모델을 해치고 있나

간단히 말해 전통적인 전력 구조는 한국전력공사와 같은 도매 국영 발전업체들이 전력을 정해진 설비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분배하고 판매하는 형태였다.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은 일반적으로 IPP나 시장의 한 부문에 초점을 맞춘 회사들과는 구분된다.

최근 재생에너지가 급진적으로 발전하기 이전까지 전력시장의 구조는 전력이 필요할 때 원자력과 석탄을 베이스로 돌리고, 부족분을 천연가스로 채우는 구조가 자리잡고 있었다. 수요가 고점을 찍을 때만 가동되는 IPP 발전소는 전력 도매 시장에서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될 수 있었다. 전력이 부족할 때 송전망을 작동시킬 수 있는 유일한 업체였기 때문이다.

이 비즈니스 모델을 틀어지게 만든 것은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성장세였다. 풍력과 태양광 발전소는 일단 한번 건설된 후에는 운영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데다, REC 등 재생에너지 보조금 정책에 힘입어 무엇을 생산하든지 관계없이 SMP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까닭이다. 재생에너지의 확대는 화석연료를 통한 전력의 수요를 줄이고, 도매시장에 진출할 경우 단기간 안에 SMP도 낮출 수 있다.

사실 IPP 뿐 아니라 소비자 입장에서도 낮은 SMP가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손실을 감당하지 못한 LNG발전소들이 문을 닫을 경우 전력정책에 가장 우선시되는 안정적인 전력공급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처럼 재생에너지가 대체 전력 공급의 1순위로 올라서면서 열병합, LNG 등 다른 IPP에 대한 수요를 끌어내릴 수밖에 없다. 특히, 태양에너지의 성장세가 가장 매섭다. 태양광 발전은 IPP가 주로 수익을 냈던 여름날의 비싼 SMP를 깎아내리고 있는 탓이다. 햇볕이 강하고 전국에 에어컨 사용량이 폭증할 때 태양광은 지붕에 설치된 패널을 통해 도매 가격에 전력을 공급한다. 태양광 발전소가 가장 잘 운영될 수 있는 때가 여름이라는 점에서 IPP 입장에서는 최대 수익모델을 태양광에 빼앗기는 셈이다.


◇ ESS로 돌파구 모색하는 IPP사업자

에너지 믹스 다변화로 IPP 재정상태는 악화되고 있고, 대부분의 IPP는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인수함으로써 에너지 구조의 변화에 적응 중이다. 전세계 다양한 곳에서 풍력과 태양광 발전은 화석연료 대비 가격경쟁력을 확보했다.

모틀리 풀의 전력 분야 전문가는 "IPP는 이러한 위기 상황을 에너지저장장치(ESS)라는 신시장을 개척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재생에너지의 가장 큰 결점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재생에너지를 통해 송전망을 운영하기 위해선 비축량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ESS는 그 격차를 메울 수 있고 빈도수 조절과 같은 부수적인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

IPP는 ESS를 이용해 에너지 수요공급을 재조정 할 수 있다. 특히, 축전지나 수소를 통해 장기간 저장이 가능한 ESS 보유하고 있는 경우 태양에너지를 저장해 겨울에 사용하는 일도 가능하다. 전문가는 "IPP기업들이 ESS의 경제성을 획득하기 위해선 요금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면서도 "전통적인 IPP 시장이 위기에 놓인 만큼 미래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전력회사, 규제당국, 소비자들 입장에서도 커다란 이점이 있다는 평가다. ESS에서 규모의 경제가 발생하면 전통적인 개념의 IPP가 사라지면서 가장 비싼 에너지원의 가격을 낮출 것이기 때문이다. 또, 재생에너지가 전력발전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이 비교적 자유롭게 전력사용량에 따라 발전량을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전문가는 "IPP 업계는 이제 에너지와 IPP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며 "위기 상황을 겪고 있는 IPP업계에 ESS는 하나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재생에너지가 서서히 전통적인 발전소 사업을 죽이는 것을 지켜보게 될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선택지를 적절하게 이용할 경우, 재생에너지 채택을 늘려 보다 수익성 높은 모델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IPP란? Independent Power Plant 약자로, 민간자본을 활용해 발전소를 건설하고 일정기간의 운영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민간주도형 발전사업을 말한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