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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원전 성적표에 대한 단상

천근영 기자chun8848@ekn.kr 2017.03.09 14:53:14

 
천근


작년 원전 성적표가 나왔다. 예상 만큼 양호하고, 생각 보다 더 양호했다. 경주 지진 여파로 일년 내내 시끄러워 성적마저 부진하진 않았을까 우려했는데, 다행이다. 그런데 곰곰이 따지고 보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고리 1호기가 가동된 1978년부터 40여년 동안 원전은, 적어도 전력 공급원으로서의 역할은, 질이든 양이든 국민들의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켜왔기 때문이다.

올해 원전 성적은 평점으로 따지면 ‘A’다. 속을 들여다 보자. 먼저 원전 설비와 발전량이다. 작년 국내 원전의 설비용량은 2만3116MW로, 전체 발전설비 용량 10만5886MW의 21.8%를 점유했다. 발전량은 16만1995GWh로 전체 발전량의 약 30.7%를 차지했다. 설비용량도 발전량도 모두 세계 여섯 번째다. 쉽게 풀면 우리 국민 열 사람 중 세 사람은 원전에서 만든 전기를 썼다는 얘기다.

다음은 원전 이용률이다. 이용률은 설비의 건전성과 운영 인력의 우수성 등 발전소 운영기술 수준을 평가하는 직접적인 척도다. 당연히 선진 원전국일수록 높다. 그런데 이 부문은 다소 아쉽다. 예상보다 낮다. 작년 원전 이용률은 79.7%. 게다가 전년(2015년)보다 소폭 낮아졌다. 이유는 내외부적 요인 두 가지다. 한빛 1·2호기와 한울 4호기의 원자로건물 라이너플레이트 보수, 고리 2호기와 신고리 2호기의 이종금속 용접부 코드 적용 오류에 의한 계획예방정비(OH) 기간 증가가 내적 요인이다. 경주 지진(규모 5.8)에 의한 월성 1~4호기 수동 정지 후 장기간 설비안전 점검은 외적 요인이다. 물론 걱정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세계 평균인 76%대 보다는 여전히 높고, 안전을 위한 자발적 감발이기 때문이다.

고무적인 것은 불시정지율이다. 당연히 세계 최저 수준이다. 불시정지는 말 그대로 정상운전 중 기기 고장 또는 인적 요인에 의해 발전소가 정지되는 것이다. 작년 총 불시정지 건수는 불과 4건으로, 1호기당 불시정지율은 0.16건에 그쳤다. 2년 연속 0.1%대에서 안정화된 상태다. 세계 30여개 원전 가동국 가운데 0.1% 대의 불시정지율을 기록한 국가는 핀란드 등 2∼3개국에 불과하다. 이런 실적은 세계 원전사업자에게도 인정받았다. 세계원전사업자협회(WANO)가 평가한 안전·성능 종합지수(PI)에서도 최고평점을 받은 것이다.

성적표 기재 사항은 아니지만, 올해 2월 우리나라 원전은 새로운 이정표를 하나 썼다. 2월19일, 우리나라 원전의 누적 운전연수가 500년(Reactor-Year)에 도달한 것이다. 이 기간에 발전량은 3조3000억KWh. 이는 서울특별시 전체가 71년간, 전국 전체가 6.8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한수원은 올해 내놓은 새 비전 ‘Challenge 8530’의 핵심은 안전이다. 이용률 85%, 호기당 고장정지 3건 이하, 인적 고장정지 0. 안전을 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안고 가겠다는 각오다.

그런데, 원자력 업계가 요즘 안쓰럽다. 밤잠 못 자며 학업에 매진해 누가 봐도 인정할 만한 성적표를 받아 들고도, 공부를 더 하겠다고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하고 있는 수험생 꼴이다. 원전에 반대하는 단체는 물론이고 여야 정치권 그리고 유력 대선주자들까지 원전 축소 정책을 에너지 분야 핵심 공약으로 내놓으며 대놓고 반원전 포퓰리즘을 휘둘러대고 있기 때문이다. 하도 서슬이 파래서 원자력의 ‘원’자도 꺼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최근 산업부 장관이 대정부 질의에서 "건설하고 있는 원전은 중단할 수 없다"고 밝힌 게 고작이다. 답답하다. 그리고 한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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