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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 ‘블레이드 러너’가 현실로 다가온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7.03.02 18:10

반기성 조선대 대학원 겸임교수

[아침햇살] ‘블레이드 러너’가 현실로 다가온다

반기성

▲반기성 조선대 대학원 겸임교수

"유럽환경청, 기후변화 심각성과 자연재해 위험성 경고". 2017년 1월27일자 영국 가디언지의 기사 제목이다. 유럽환경청은 최근 10년간 유럽 육지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5℃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이 수치는 2015년 12월 파리기후변화당사국총회에서 권고된 1.5℃ 억제에 도달했다는 것을 뜻한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2016년이 역사상 가장 더운 해였다. 그리고 지구의 온도는 3년 연속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지구온난화는 우리의 예상보다 더 빨리 진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미래의 지구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

나는 가속되는 지구온난화와 환경 파괴를 보면 영화 ‘블레이드 러너’가 떠오른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연출한 영화로 1982년 만들었으니 35년이 넘었다. 이 영화는 개봉됐을 때 크게 참패했다. 당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E.T’가 같은 시간대에 개봉된 것이다. 영화 ET 제작비의 거의 두 배를 들인 이 영화는 그야말로 굴욕을 맛봤다. E.T.가 보여준 달콤한 SF 이야기와 어둡고 불안하고 기막히게 암울한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그린 영화의 차이였다. 그러나 명장은 명장인 것이다. 1992년 결말이 수정된 감독판이 나오면서 많은 영화팬이 극찬했다. 포스트모더니즘 대표작이자 SF 작품의 바이블로 추앙받는 명작이 됐다.

영화 이야기를 해보자. 때는 2019년 11월이다. LA는 400층이나 되는 높이의 건물들로 가득 차 있다. 끊임없이 번쩍이는 레온등과 광적 행위가 만발한 도시다. 그러나 지구는 심각하다. 지구의 극심한 기후변화와 환경 파괴, 엄청난 인구 증가 때문이다. 결국 다른 행성으로 식민지 이주가 본격화되기 시작한다. 타이렐사는 복제인간을 만들어 식민지화에 노예로 이용한다. 그런데 복제인간들이 식민 행성에서 유혈 폭동을 일으키고 지구로 잠입한다. 특수경찰대인 블레이드 러너는 복제인간을 사살하란 임무를 받는다. 블레이드 러너의 인간 주인공은 복제인간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다른 생각을 가지게 된다. 복제인간의 처절한 아픔과 생명의 존엄성을 깨닫는 것이다. 결국 그는 복제인간을 데리고 탈출한다는 영화다.

이 영화를 보면서 나에게는 영화 속 날씨가 다가왔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표현했던 날씨가 이젠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암울하고 황량한 서기 2019년의 L.A는 황량하다. 고도의 자본주의와 기계문명으로 뒤덮여 있다. 전체주의와 다국적 문화가 뒤섞여 있는 상태다. 그런데 이를 표현해 주는 것이 강력한 산성비다. 영화 배경은 늘 어둠이 드리워진 대기에 끊임없이 내리는 산성비가 화면을 장악한다.

지금 우리나라도 산성비와 산성안개, 산성눈에 노출돼 있다. 심각함을 인식하지 못할 뿐이지 건강에는 치명적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영화에서 산성비와 파괴된 오존층을 상징하는 도구가 등장한다. 바로 우산이다. 미래 세계의 도심은 화려하다. 멋진 우주선이 떠다니며 우주 식민지에서 새로운 삶에 대해 광고가 도시를 도배한다. 초현대적 고층 건물 숲과는 다르게, 땅에서 비를 피해 우산을 쓰고 다니는 사람들은 너무 초라하다. 유토피아가 아닌 디스토피아의 낙후된 슬럼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영화에서 그나마 배경이 미래 세계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사람들이 쓰고 다니던 형광등처럼 빛이 들어오는 우산이다. 얼마나 아이러니 한가?

‘블레이드 러너’는 결국 기후변화, 인간의 무분별한 자원 낭비. 심각한 환경 파괴가 불러오는 비극 이야기다. 과연 이 영화 이야기가 그저 영화만의 이야기일까? 나는 오히려 이보다 더 심각한 자연재앙이 진행 중이라고 믿고 있다. 기후대재앙의 티핑포인트가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당신은 그것이 보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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