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그룹 분석-하림①] 닭고기는 옛말…M&A포식자 ‘공룡닭’

이주영 기자 jylee@ekn.kr 2017.02.20 15:3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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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 2000년 이후 지속적 인수합병, 대기업 진입 코앞



많은 사람들이 ‘하림’ 하면 ‘닭고기’ 이미지를 떠올린다. 김홍국 하림 그룹 회장은 11세에 외할머니가 사준 병아리 10마리를 계기로 사업에 눈을 뜬 자수성가형 기업가다. 덕분에 이 일화는 하림의 성공신화가 언급될 때마다 회자된다. 그러나 양계산업에 뿌리를 둔 하림이 계속된 M&A로 본업에는 상징성만 부여한 채 더 큰 주변사업으로 몸집을 불려가고 있다는 평가다.


◇ 수익은 ‘해운·홈쇼핑’, 이미지마케팅은 ‘닭고기’

▲하림그룹 영업손익 분석 현황(한국2만기업연구소 제공)



본지 부설 한국2만기업연구소에 따르면 하림 그룹의 국내 계열사 수는 올해 2월 기준 58곳이다. 이중 닭고기 등을 가공해 돈을 벌어들이는 핵심 회사인 ㈜하림의 2015년 영업이익(개별재무제표 기준) 금액은 42억 원이다. 2015년 그룹 내 영업손익 비중은 1%도 채 되지 않는 0.9%으로 단기손익은 적자를 기록했다. 2014년부터 2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이다.

반면 하림 그룹 계열사 중 매출액과 영업이익 규모가 가장 큰 기업은 해운 업체 팬오션이다. 하림은 팬오션을 2015년 6월 1조80억 원에 인수, 자산규모가 9조9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대기업집단 분류가 예상됐으나 지난해 10월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이 5조 원에서 10조 원으로 올라가면서 문턱에 다다른 것에 그쳤다. 2015년 기준 팬오션의 영업이익 규모는 2297억 원으로 하림 그룹 전체 영업손익의 50.4%를 차지한다. 과거와 달리 하림 그룹이 닭고기보다 해운 사업의 흥망성쇠에 따라 운명이 갈릴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해운업과 함께 홈쇼핑 분야도 하림 그룹 내 중요한 사업 영역으로 자리잡고 있다. 과거 농수산홈쇼핑에서 사명이 변경된 엔에스쇼핑은 지난해 기준 하림 그룹 영업 손익의 20%(910억원)를 차지했다. 팬오션과 엔에스쇼핑의 영업이익만 합쳐도 그룹 전체의 70.4%에 이른다. 그만큼 두 회사의 이익이 줄어들 경우 그룹 내실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예측이 가능하다.

과거 양계산업을 주력으로 삼던 하림은 이제 해운업과 유통을 중심으로 비즈니스의 중심축을 옮긴 것이다. 대신 주력사업이던 양계 및 양돈업 등은 그룹 내에서 점점 비핵심으로 밀려나는 모양새다. ‘닭고기’로 친근한 이미지를 유지하며 해운과 홈쇼핑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기업의 내실을 공고히 하고 있는 셈이다.


◇ 옥상옥(屋上屋), M&A에 '엉켜버린 지배구조'


하림 그룹은 1986년 식품회사 하림을 창업 후 2001년 천하제일사료, 올품, 한국썸벧, 농수산홈쇼핑을 연달아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이후 선진, 팜스코, 주원산오리, 디디치킨, 멕시칸치킨, 그린바이텍, 팬오션 등을 인수합병하며 오늘날의 그룹을 일궜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하림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하림은 국내 58개, 해외 37개의 계열회사를 운영 중이다. 기업 성격도 지주회사(제일홀딩스, 하림홀딩스), 가금(닭, 오리)사업, 사료사업, 양돈·사료사업, 유통, 해운, 기타특화사업부문 등으로 나뉜다. 이 중 하림, 하림홀딩스, 선진, 팜스코, 엔에스쇼핑, 팬오션은 상장사다.

한국2만기업연구소 측은 하림의 성장과정이 지속적인 기업 인수합병에 기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58개에 달하는 하림 그룹 계열사 중 매출액 1000억 원 이상인 기업은 8곳이다. 이들 기업의 매출액은 그룹 전체의 89.5%를 차지할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 가운데 팬오션, 팜스포, 제일사료, 선진, 선진한마을 등 5곳은 인수합병을 통해 성장한 회사다. 매출 규모를 보면 팬오션이 1조7605억 원(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 28.4%), 팜스코가 8751억 원(14.1%), 제일사료가 6305억 원(10.2%), 선진 5942억 원(9.6%), 선진한마을 1295억원(2.1%) 등으로 파악됐다. 그룹 전체 매출의 64.4%를 이들 5개사가 올리고 있다.

매출 1000억 원 이상 되는 회사 중 김홍국 회장이 독자적으로 창업한 회사는 하림과 올품 두 곳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품은 2015년 영업이익이 56억 원으로 그룹 전체의 영업손익의 1.2%에 그쳤다. 엔에스쇼핑(4055억원, 6.5%)은 합작투자 형태로 대주주로 투자했다가 하림그룹 계열사로 편입한 경우다.

대부분의 대기업이 창업자가 직접 키운 주력사업을 강화하면서 사업다각화로 다양한 분야의 업체들을 인수합병하는 반면, 하림은 주력사업(양계업 등)보다 비주력 사업(해운·홈쇼핑 등)이 점차 비대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림 그룹이 거대 자본을 활용해 인수합병 방식으로 회사를 키웠다고 분석되는 이유다.

지금까지 김 회장이 보여온 행적을 볼 때 향후에도 공격적으로 기업인수를 통해 그룹 외형을 늘려나갈 가능성은 농후하다. 김 회장은 회사를 직접세워 한단계씩 키워나가는 창업가형 정신보다는 유통망과 사업력은 있지만 자본이 약한 회사들을 잽싸게 인수해 회사를 성장시켜나가는 M&A 투자가 기질이 더 강하게 길들여져 있는 셈이다. 때문에 M&A포식자로 변신한 하림이 앞으로 또 어떤 기업을 인수해 몸집을 불려나갈지도 관심사중 하나다.


[에너지경제신문 이주영 기자]

기사 보기 : [중견그룹 분석-하림②] 등기임원 등재 13곳...'이례적'인 김홍국 회장

기사 보기 : [중견그룹 분석-하림③] 계열사 최고정점 '올품', '일감 몰아주기' 오명 이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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