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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 교수. |
[에너지경제신문 김양혁 기자] "중동의 산유국이 정유공장을 운영하기 시작했어요. 앞으로 10년 이내 중동에서 원유가 아닌 휘발유, 경우를 수입해 올 수도 있어요. 중동에서 원유가 아닌 완제품을 팔면 우리나라 산업은 끝장입니다. 이런 나라에서 에너지 전담 부처가 없다니, 참 기막힌 일이지요."
이덕환 서강대(과학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국내 에너지 산업이 극심한 위기에 놓였다며 국내 에너지 산업이 표류하는 데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10일 서강대학교 캠퍼스에서 그를 만나 현재 국내 에너지 정책에 대한 평가와 문제점, 대안을 들어봤다.
-국내 에너지 산업의 현주소를 어떻게 평가하나.
"원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세계 6위의 정유 산업을 가지고 있다. 정유는 우리나라 수출 품목 1~2위를 다투고 있다. 그러나 지금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다. 중국, 인도 등이 정유공장을 짓고 있고, 중동의 산유국이 정유공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10년 이내에 중동에서 휘발유, 경유도 수입해 오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고무, 합성섬유 등도 모두 정유공장에서 나온 부산물로 가공한 제품이다. 산유국에서 원유가 아닌 완제품을 팔겠다고 하면 우리나라 산업은 끝장이다. 이렇게 한심하게 두 손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에너지 전담 부처 신설이 절대 필요하다."
-해외 각국의 에너지 부처 현황이 궁금하다.
"에너지부가 있는 나라는 많다. 다만 해외에선 행정가도 상당한 과학기술 지식을 갖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 1기에서 에너지부 장관을 지낸 스티븐 추를 봐라. 그는 1997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벤자민 프랭클린 이후 첫 과학자 출신 행정가다. 엄청난 에너지 자원을 보유한 나라도 에너지부를 두고 에너지 전문가를 앉혀 놓았는데 우리는 뭐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국내 에너지 정책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주도하고 있다.
"현재 교육부, 산업부는 최악의 부처로 본다. 현장도 모르고, 실력도 없다. 실력이 없으니 고집만 세다. 그 대표적인 예가 MB 정부 당시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만든 알뜰주유소다. 산업부는 정책의 연속성을 좋아한다. 능력 없고, 새 아이디어가 없으니 그럴 만하다. 정유 산업 육성책은 산업, 농어촌, 조세, 복지정책에 묻혀 실종되고 말았다."
-알뜰주유소 문제점은 무엇인가.
"주유소는 정부가 간섭할 필요 없다. 불공정 담합만 경계하면 된다. 결합 상품인 정유는 원가를 알 수 없는 것이다. 알뜰주유소가 출범하면서 주유소가 망하고 도로공사가 엄청난 부담을 지고 있다. 더구나 농민을 위한 조직인 농협이 왜 기름 장사를 하고 있나. 산업부가 이러면 안된다. 월권이다. 산업부 장관이 왜 농협에 기름장사를 하라고 하나. 농협도 정신 나갔다. 농민을 위한 조직이 왜 유류차 수백대를 운영하나."
-국내 에너지 정책의 근본적인 문제점이 무엇인가.
"문과 출신 관료들 때문이다. 원래 산업부가 상공부였다. 당시 인력의 주축은 이공계 출신이다. 그런데 70년대 들어 문과로 바뀌었다. 일부 관료는 과학기술에 대해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산업 정책 중 과학기술에 대한 이해 없이 세울 수 있는 정책은 없다. 심지어 금융마저도 그렇다. 휘발유를 본 적이 없는 사람들, 발전소를 가 본적이 없는 사람들이 어떻게 에너지 정책을 수립할 수 있겠나."
-국내에서 에너지부가 신설된다면 벤치마킹할 국가는.
"없다. 우리 스스로 벤치 메이킹 해야 한다. 행정 부처는 필요에 의해, 현실에 맞춰 만드는 거다. 에너지부를 만들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의 속내는 똑같다. 에너지가 뭔 지도 모르는데 부처까지 생기면 공부 부담이 커지지 않겠나. 내가 모르는 상황에서 전문가가 옆에서 떠들어 대니 곤란할 뿐이다. 그러다 보니 자꾸 궤변을 만들어 낸다. 우리는 지금 에너지 정책이 없는 실정이다."
-대선 과정에서 에너지부 관련 공약도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당연히 들고 나와야 하는데 들고 나올 사람이 없다. 그런 정도의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는지 의문이다."
-국내 에너지 관련 기업은 대체로 대기업이다. 에너지부가 신설된다면 향후 중소기업도 진출할 기회가 생길 것으로 보나.
"에너지 산업은 기본적으로 장치산업이다.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라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 정유 산업을 보면 된다. 일본은 정유사 28개를 두고 있는 대신 우리나라처럼 파이프 라인은 없다. 지역별로 정유사가 있고 단거리로 유조차를 운영하면 된다. 우리나라처럼 울산 등 일부 지역에 정유사를 만들어 놓고 전국에 공급하는 시스템도 있다. 이런 방식은 대기업이 기름 갖고 장난 친다는 사회인식을 낳고, 정부는 이를 활용한 측면이 없지 않다. 물론 독과점 문제 역시 크다. 미국은 독과점 폐해를 경계하고 엄청난 비용을 감내하면서 독과점을 용납하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기후변화 정책이 후퇴할 것이란 시각이 많다.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다. 그동안 미국은 내 석유는 놔두고 남의 석유를 쓰는 정책을 폈다. 심지어 중동에서 기름을 사서 저장해 놓기도 했다. 반면 트럼프는 미국 원유와 셰일가스를 파서 자기네도 쓰고 팔겠다고 하니까 우리야 좋은 거 아니겠나. 다만 에너지 국수주의와 기술국수주의, 두 가지는 우려가 앞선다. 자기네가 개발한 기술을 공유하지 않겠다고 하면 개방을 추진하던 세계 질서와 맞지 않는다. 트럼프는 본인을 위해 살았지 사회를 위해 일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 걱정이다."
[Who is]
이덕환 서강대(과학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대한화학회 탄소문화원 원장이다. 서울대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같은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미국 코넬대 대학원에서 이론화학 박사 과정을 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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