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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엽 제주에너지공사 사장 예정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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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호 제주테크노파크 원장 |
[에너지경제신문 안희민 기자] 허엽 전 남동발전 사장, 허영호 LG이노텍 전 사장이 제주도 ‘허씨 연어’가 됐다. 고향을 떠나 뭍에서 경륜과 명망을 쌓고 장년의 나이에 제주도로 돌아와 지역경제 발전에 투신했다. 허엽 전 사장은 제주에너지공사 사장 예정자가 됐고, 허영호 전 사장은 작년 말 제주테크노파크 원장에 취임했다. 더구나 이들은 제주도에서 활동 년수가 선임 기준이 되던 인사관행을 깨고 공공기관 기관장에 올라 남다른 기대감을 한몸에 받고 있다.
허엽 사장과 허영호 원장은 제주도 출신이자 고교 동문이기도 하다. 이들이 나온 오현고는 도내에서 제주일고와 쌍벽을 이루는 명문 학교다. 든든한 지역 기반 이외에 뭍에서 주목할 만한 경륜을 쌓은 점도 양인의 공통분모다. 허영호 원장은 1977년 LG전자에 입사 후 2002년 LG이노텍 대표로 선임돼 10년간 활동했다. 허엽 사장은 1978년 한전 입사 후 2013년 9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남동발전 사장을 지냈다.
LG이노텍 관계자에 따르면 허영호 원장은 매출 3000억원 규모의 회사가 6조원대로 성장하는데 1등공신이다. 그가 LG이노텍 CEO로 정년퇴임할 때 매출이 이미 4조원을 넘었다. LG이노텍 임직원은 그를 평가할 때 ‘10년 경영 15배 성장’이란 말로 갈음하고 있는데 기술력과 마케팅, 해외 진출 능력 등을 고루 갖춘 CEO로 기억하고 있다.
특히 그의 경영스타일과 리더십을 담은 저서 ‘청정문’은 LG이노텍 임직원 사이에서 필독서로 통한다. LG이노텍 관계자는 "보통 급성장한 회사에선 CEO에 대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지만 허영호 전 사장은 모두가 존경하는 CEO"라며 "허 사장 시절 승진 내정자가 되는 등 개인적으로 입은 은덕도 크다"고 말했다.
허엽 사장도 남동발전에서 기념비적인 CEO로 남아있다. 남동발전 관계자들은 그를 진취적인 CEO로 평가한다. 그는 재임 시절 2025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5%까지 높인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다. 현재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3%이며 선진국 기준으로 1%대인 점을 감안하면 남동발전의 목표는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남동발전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치는 국내 발전자회사 중 가장 높다"며 "허 사장은 목표치는 물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실천에 옮겼다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경력은 기관장 활동은 물론 조직에 큰 활력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제주도 관계자들 사이에는 두 사람에 거는 기대감이 남다르다. 이개명 제주대 교수는 "허엽 사장이 있어 한국 최초의 해상풍력발전단지인 제주탐라풍력사업이 진행될 수 있었다"며 "풍력에 대한 의지가 제주에너지공사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주도에너지공사 관계자는 "제주도 공무원 출신인 1~2대 사장과 달리 허엽 사장 예정자는 한전과 남동발전에서 경륜을 쌓아 기대가 크다"며 "실적과 성과를 최우선 목표로 삼는 기업 CEO가 사장이 되면 아무래도 조직이 더욱 확대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제주테크노파크 내부 분위기도 제주도에너지공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제주테크노파크 관계자는 "허영호 원장이 부임한지 3개월밖에 되지 않아 업무 파악이 이제 막 끝났다"며 답변 대신 기자에게 허 원장이 제시한 ‘제주테크노파크 비전 전력과제 및 추진전략’(이하 제주TP전략)을 송부해줬다. 제주TP전략에 따르면 허 원장은 지역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지역 거점사업 400억원 유치, 제주형 강소기업 20개 육성, 신규 고용 창출 1000명과 재정자립도 100% 달성을 정량 목표로 내세웠다.
민간 출신 CEO가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은 사례는 적잖다. ‘황의 법칙‘으로 유명한 삼성전자 출신 CEO 황창규 KT(한국통신) 회장은 최근 연임에 성공했다. 조돈연 전 르노삼성자동차 부회장은 부산시 부시장에 부임해 경직된 관료조직에 활기를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주에너지공사와 제주테크노파크 역시 조만간 성과 지향적이며 성장 중심의 조직으로 변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개명 교수는 "제주에너지공사와 제주테크노파크는 제주발전연구원과 함께 제주도 3대 공공기관"이라며 "뭍에서 경륜을 쌓은 민간기업 출신 CEO들이 제주도 경제와 사회에 활력을 불어 넣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