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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제공 =기획재정부) 2017년 경제정책방향. 정부는 우리의 4차 산업혁명 경쟁력을 25위로 평가했다 |
[에너지경제신문 윤성필 기자] 우리경제가 신 성장 동력이 절실한 가운데 정부는 4차 산업을 ‘미래먹거리 산업’으로 지정,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성장속도가 빠르게 진행되는 4차 산업에 비해 우리경제의 적응도와 기초는 상당히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정부는 지난 12월 29일 2017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스위스 금융회사인 UBS가 작년 초에 조사한 자료를 근거로 우리나라의 ‘4차 산업혁명 적응도’가 25위라고 발표했다.
정부는 25위라는 순위가 우리 경제대국 11위에 걸맞지 않다며, 조사목록 중 낮은 순위로 평가된 시장효율성, 노동, 법질서 등 기초분야의 적응력을 시급히 개선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UBS 발표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실제 우리의 4차 산업 적응도는 발표한 25위보다 더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또한 정부가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힌 기초분야 중 법질서 부문은 아예 올해 경제정책방향이나 업무보고에서 누락되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기획재정부와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의 따르면 "2017년 경제정책방향이나 신년 정부업무보고에서 재산권, 지적재산권 같은 4차 산업의 법질서 부분이 빠진 것은 사실"이라며 "4차 산업의 성장이나 고용창출에 집중하다보니 법질서 부분을 미처 생각 못했다"며 이 같은 사실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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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료=UBS) UBS는 법질서의 조사명목을 아래 각주에 WEF 국가경쟁력 자료인 재산권 (Property rights), 지적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 protection), 사법독립 (Judicial independence), 기업윤리 (Ethical behavior of firms)4가지 순위평균이라고 설명해놓고 있다. |
◇ UBS가 발표한 한국이 25위라는 숫자의 함정
UBS의 ‘4차 산업 적응도’라는 조사 자료는 작년 초 스위스 다보스에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처음 발표된다.
WEF는 전 세계 138개국을 상대로 114개 항목별로 각 나라별 국가경쟁력의 순위를 평가한다. WEF는 개별목록에 대한 순위를 종합적으로 계산해 그 나라의 국가경쟁력 순위를 발표한다. 우리나라는 작년 초 이 WEF의 조사에서 국가경쟁력이 전 세계 138위중 26위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 떄 UBS는 조사대상을 138개국 중에서 45개국만 조사하고, 114개의 목록 중에서 4차 산업과 관련된 목록을 추려서 따로 종합평가를 냈다. 즉 조사한 나라는 45개국만 으로 한정하고, 자료로 쓰인 순위는 138개국의 순위로 조사를 한 것이다.
그래서 UBS가 책정한 우리나라의 순위 25위는 45개중에서 25위이지, 138개국에서 25위가 아니다. 특히 당시 언론에서도 이 부분이 헷갈려 WEF의 26위와 UBS의 25위의 정확한 개념설명을 하지 않는 바람에, 마치 138개국 중에서 우리경쟁력이 25위로 된 것처럼 착각되었다.
결국 우리나라의 4차 산업 적응도는 45개국 중에서 25위이고, 전 세계138개국 중에서 노동이 83위, 기술이 23위, 법질서가 평균 62.25위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정부에서 발표한, 우리나라 4차 산업 순위 25위도, 실제 138개국을 상태로 전수조사를 해보면 오히려 25위보다 더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생각보다 우리의 4차 산업의 경제 펀드멘탈이 좋지 않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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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세계경제포럼. WEF) WEF 114개 조사목록 중 UBS가 법질서 부문에 순위평균을 매긴 우리나라의 재산권(42), 지적재산권(49), 사법독립(72), 기업윤리(98) 세계 경쟁력 순위 |
◇ 세계 경쟁률 62위인 법질서 부문의 정책방향 전무(全無)
정부는 UBS에서 낮은 순위로 평가된 4차 산업의 시장효율성, 노동, 법질서 등 기초분야의 적응력을 시급히 개선하기위해, 경제정책방향이나 신년 업무보고에서 수많은 대책을 쏟아냈다.
그래서 정부는 세계 경쟁률 83위로 평가받았던 노동유연성(Labour structures flexible)에 대해 올해 강력한 구조조정, 취약계층의 지원, 고용창출 등으로 정책방향을 잡았다.
또 기술부문도 데이터 산업육성, 인공지능 기술 확보 등으로 4차 산업을 발전시켜 나간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정작 62위인 법질서(Legal protection.법적보호)에 대한 사항은 기재부나 미래부나 정책방향이 전무(全無)하다. 실제 이 부문에서 정부대책은 전혀 없다.
법질서 부문이 국가경쟁력이 평균 62위라 했는데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재산권 (Property rights) 42위, 지적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 protection) 49위, 사법독립 (Judicial independence) 72위, 기업윤리 (Ethical behavior of firms) 98위 등으로 나타났다. 즉 우리의 법질서 수준은 세계적으로 하위권에 속하는 부끄러운 수준이다.
◇ 법과 제도의 혁신이 성장의 성공여부를 좌우
세계은행 (국제부흥개발은행. IBRD)에서 2015년에서 조사한 국가경영지수(WGI)를 보면 제도개선이 높을수록 성장률이 높게 나오며, 제도의 혁신이 성장의 변수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또한 중국 등 후발국의 급성장이 멈춘 것도 부패의 만연 등 제도의 혁신이 따라주지 못한 결과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래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려면 실물투자뿐만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끊임없이 크고 작은 혁신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바로 이 혁신들 중에는 재산권, 지적재산권 같은 법적 안전장치, 이를 지켜내고 감시하는 정부의 능력, 그것을 받쳐주는 제도라는 시스템이 톱니바퀴처럼 돌아가야 성장을 담보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성장을 위에서는 법과 제도의 혁신이 반드시 뒤따라야 하며, 법과 제도는 성장의 성공여부와 지속성을 결정하기 때문에 반드시 정책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KOIPA. 원장 이해평) 소속의 조성호 변리사는 "최근 4차 산업이 갑자기 이슈가 되고, 정부도 마음이 급하다 보니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며 "법과 제도가 정비되지 않은 성장은 그 자체가 일시적이고 거품일 뿐이다"고 주의를 촉구했다.
한국지적재산권변호사협회(협회장 권택수) 소속의 이민성 변호사는 "정부가 주도하는 4차 산업의 개념자체가 명학하지 않아, 전략적 접근의 큰 줄기가 보이지 않는다"며 "퀄컴 사태에서 보듯 법과 제도정비가 되지 않으면 거품만 있고 실속은 다른 곳에서 챙기는 엉뚱한 일이 벌어 질수 있다"고 정부의 대책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평가기준이 된 4가지 항목 중에서 기업윤리나 사법권독립은 기재부 영역을 벗어나지만, 재산권이나 지적재산권 같은 경우는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에 공감한다"며 "국무조정실에서 이 문제의 심각성를 알고 타 부처와 협의를 조정해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