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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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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쑥날쑥’ 친환경 자동차 정책 돌파구는?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6.12.27 07:18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라인업.


세계 각국에서 환경규제 강화가 한창이다. 자동차 업체도 바빠졌다. 각국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하지만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세계 최대 친환경차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과 중국의 오락가락한 규제 덕에 자동차 업체들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특히 현대-기아자동차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사실상 국내 기반의 자동차 업체는 두 회사가 유일하다. 오히려 모기업의 지원을 등에 업은 한국GM, 르노삼성자동차는 환경 규제가 달가운 소식일지 모른다. 지속적인 연구개발(R&D)을 토대로 경쟁력 있는 차량 출시가 불가능할 경우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회사는 작년 전년 대비 4.9% 증가한 친환경차 7만3592대를 판매했다. 하이브리드가 6만4383대로 가장 많았고, 전기차(8651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306대), 수소연료전지차(252대)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회사는 매년 다양한 친환경 신차들을 출시하며 2020년까지 총 26종 이상의 친환경차 라인업을 갖춰 친환경차 시장 점유율을 1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역시 회사 친환경차 브랜드인 아이오닉을 필두로 계속해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GM은 과거 알페온 하이브리드를 시작으로, 스파크 전기차, 말리부 하이브리드, 주행거리연장차 볼트(Volt)에 이어 내년 순수전기차인 볼트(Bolt)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그동안 하이브리드 차량 출시로 고배를 마셨지만 전기차인 볼트를 앞세워 시장 공략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르노삼성자동차 역시 프랑스 르노의 계획대로 전기차 라인업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감지된다. 럭비공 같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후보 시절부터 친환경 정책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석유와 같은 기존 에너지원 기업들은 환호하고 나섰지만, 자동차 업체들로선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다.

그동안 버락 오마바 미국 대통령은 재임 기간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책의 일환으로 기업평균연비규제(CAFE)를 강력히 추진해왔다. 매년 정해진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현지 자동차 업체는 0.1mpg 미달분마다 총 판매대수에 따라 대당 14 달러의 벌금을 내야한다. 여기에 캘리포니아 등 일부 주(州)는 아예 기존 내연기관차를 판매하려면 무공해차를 일정 비율 이상 판매해야하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역시 충족하지 못할 경우 벌금을 내야한다.

반면 트럼프는 당선되면 에너지환경청(EPA) 폐지 계획까지 내비춘 바 있다. 미국에서 EPA는 연비, 배기가스와 전기차 보조금 등 자동차 친환경 관련 규제를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는 기관이다.


중국에선 자동차 업계가 아닌 배터리 업계가 공격을 받고 있다. 중국 공업신식화부는 최근 내년부터 시행될 전기차 배터리 업계 모범규준 수정안 초안을 공고했다. 중국 내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이 최근 2년 내 무사고를 기록해야 한다는 것과 리튬이온전지의 연간 생산능력을 연간 8GWh(기가와트시) 수준까지 갖춰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조건은 바로 후자다. 연간 생산능력이 기존 0.2GWh 수준 대비 40배나 올랐다. 현재 가장 규모가 큰 LG화학도 중국 내 생산 설비가 3GWh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즉각 자동차 업체와 연관된다. 국내 배터리 업체가 현지 규준을 만족하지 못할 경우 전기차 구매시 보조금 지원대상에서 제외될 우려가 있다. 이 경우 전기차는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없게 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 정부는 미국과 유럽에서 강화하고 있는 친환경차 판매 의무제를 그대로 도입할 계획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KIET)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은 앞으로 2018년부터 신차 판매의 8%를 친환경차를 판매하도록 할 계획"이라며 "향후 2020년에는 12%까지 늘어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자동차승객협회(CPCA)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까지 현지 자동차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15% 늘어난 1870만대를 기록했다. 2018년 기준인 8%를 기준으로 해도 150만여대에 달한다.

자동차 업체들이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은 성능과 품질 경쟁이다. 테슬라와 볼트가 현재 1회 충전주행거리 400km에 육박하고 있는 만큼 경쟁 차량이 나와 줘야 하는 셈이다. 이는 회사의 연구개발비와 직결된다.

한국GM의 모회사인 제너럴모터스(GM)와 프랑스 르노는 각각 작년 69억 유로(약 8조6000만원)와 22억 유로(2조7430억원)를 연구개발비로 집행했다. 같은 기간 현대-기아차는 16억 유로, 11억 유로 등 총 27억 유로(3조3665억원)에 그치고 있다. 단순 금액으로도 경쟁이 버거워 보인다.

현대차는 매년 매출액의 2.4% 가량의 연구개발비를 사용하고 있지만, 통상 글로벌 업체들은 매출액 대비 최대 6%의 연구개발비를 투입 중이다. 되레 한국GM과 르노삼성은 본사의 후광에 힘입어 크게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두 업체는 사실 본사 차원의 라인업만 들여오더라도 경쟁성을 가질 수 있는 구조"라면서 "오히려 친환경차 확대에 부담이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에너지경제신문 김양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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