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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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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 M&A 전략] 성공과 실패 ‘종이’ 한 장 차이였다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6.12.22 14:1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연합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연합

[에너지경제신문 이수일 기자] 삼성과 SK가 M&A를 단행했지만 늘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컨설팅 업계는 기업 간 문화차이, 자금문제 등으로 M&A 성공 확률이 30% 미만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또한 딜 규모가 커질수록, PMI(인수 후 통합)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될수록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컨설팅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특히 M&A는 단순히 기업의 사업 확장, 신사업 진출 등을 전략적 수단에 불과하다며 PMI가 성공적으로 이뤄져야 M&A도 성공한다는 입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이 M&A를 하는 것은 경쟁사를 견제하려는 목적보다 자체 경쟁력과 미래를 위한 목적이 더 큰 만큼 성공하기 위해선 인사문제와 양사 간의 다른 문화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과 SK도 예외는 아니다. 삼성은 지난 1995년 삼성전자를 통해 미국 컴퓨터 업체 AST리서치를 인수했지만 무리한 현지화작업과 일관성 없는 경영전략으로 실패했다. 삼성은 이전에도 M&A를 실시했지만 AST리서치 만큼 실패를 겪지 않았다.


◇ 삼성, 이재용의 거침없는 M&A…미래에 집중하다

▲IT업계에선 삼성전자가 하만을 인수한 것은 결국 ‘커넥티드 카’도 모바일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AST 인수 당시 현지경영체제를 지속시키기로 발표했지만 1년 반 만에 현지 경영인들을 본사에서 파견된 경영진으로 물갈이한 것이 결정타였다. 당시 AST 내부에선 경영진 물갈이에 불만을 품고 핵심 인력들이 대거 빠져 나가면서 영업력이 떨어져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고 IT업계는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그 후 14년 동안 M&A에 보수적인 경향을 띠게 됐다.

이후 삼성이 2011년 삼성메디슨(구 메디슨)을 인수하는 과정에서도 AST리서치와 같은 일이 발생됐다. 대기업이 삼성전자가 벤처기업 성향의 삼성메디슨을 인수하면서 양사 간 직급 체계, 성과보상 시스템의 간격이 컸고 특히 삼성전자 특유의 관리 중심 경영이 도입되면서부터 임직원의 이탈이 발생되기도 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22일까지 30여건의 M&A를 거침없이 실시하면서 왕성한 식욕을 보여줬다. 이 과정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삼성종합화학·삼성토탈 등을 한화에, 삼성정밀화학·삼성BP화학 등을 롯데에 매각하며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기도 했다. 

또한 ASML 지분 등 1조원대 해외투자자산을 매각했다. 이 부회장이 핵심사업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과거 자산을 처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삼성전자는 매각 배경에 대해 "과거에 투자한 자산을 효율화해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며 "통상적인 경영 활동의 일환으로, 지분을 매각한 회사들과의 협력 관계에는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특히 삼성전자가 올해 △조이언트(클라우드) △애드기어(디지털 광고 업체) △데이코(북미 고급 가전) △비브(인공지능·AI) △하만(전자장치 부품) △뉴넷(RCS) △QD비전(퀀텀닷 TV 기술) 등을 인수한 것을 고려하면 이 부회장의 향후 사업전략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들 업체는 미래 신성장동력에 집중돼 있으며 IoT와 AI를 결합할 경우 삼성전자가 인수한 기업 대부분이 연결된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M&A 방향은 스마트카 시장 진출을 위한 전장사업과 그 근간을 이루는 AI로 구분될 수 있다"며 "직접 R&D(연구개발)를 통해 쫓아가기보다 M&A을 통해 빠르게 삼성 내 서비스에 도입하거나 적용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IT업계에선 IoT와 AI가 결합될 경우 연결될 수 있는 기기가 무한대로 늘어나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향후 M&A를 하더라도 이 두 분야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업체에 집중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특히 이 부회장이 ‘모바일’이라는 단어를 새롭게 정의했다고 분석했다. 

IT업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 같은 단순 스마트기기뿐만 아니라 스마트카, 스마트홈도 모바일로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스마트홈에서도 각종 기기를 연결하고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만큼 새로운 ‘모바일’로 삼성전자를 끌고 나갈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그룹이 이 부회장의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지주회사로 넘어가는 과정이다 보니 그룹 내부 간의 분할 및 M&A가 발생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증권업계에서 유력하게 나오는 향후 단계가 삼성전자의 인적분할이다. 삼성물산과 직접적으로 합병하게 되면 이 부회장의 지배력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 인적분할 후 삼성전자지주회사가 삼성물산과 합병하게 된다는 것이 재계와 증권업계의 예측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어떤 방식이던지 지주회사로 가기 위해 사업을 전략적으로 구조조정하는 단계"라면서도 "이 부회장이 지분율이 높은 회사를 중심으로 교통 정리를 할 공산이 크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을 통한 구조조정이 향후에도 발생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최태원, 인터넷 사업 우울하지만 빅3로 재계 서열 3위에 올라서

 SK가 1970년대 재계 10위에서 SK이노베이션(대한석유공사), SK텔레콤(구 한국이동통신), SK하이닉스(하이닉스)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LG를 제치고 제계 서열 3위로 올라섰다.

특히 SK하이닉스의 M&A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2012년 반도체 시장이 불황을 겪으면서 당시 하이닉스반도체를 꼭 인수해야 하느냐는 시각이 팽배했다. 이후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과감하게 베팅했고 현재 그룹 내 계열사 중 시가총액이 가장 높은 곳에 있다. 특히 SK가 최근 7년 동안 약 4조5000억원의 자금을 쏟아가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으려했고 대부분 성공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 사업 M&A는 지금까지도 SK그룹의 대표적인 실패사례로 낙인이 찍혀 있다. 한때 SK의 인터넷 사업은 대내외에서 그룹의 M&A 성공 사례 중 하나라며 칭찬했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지난 2002년 라이코스를 시작으로 싸이월드(2003년), 이투스(2005년), 이글루스(2006년), 엠파스(2007년)에 이르기까지 포털, SNS, 이러닝을 아우르는 왕성함을 보였다. 특히 싸이월드는 전 국민을 ‘미니홈피’와 ‘도토리’ 열풍에 빠뜨리기도 했다. 한때 ‘싸이질’이라는 신조어를 만들 만큼 싸이월드가 SK커뮤니케이션즈를 최정점으로 올려놓기도 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SK커뮤니케이션즈의 싸이메라 다운로드 수 증가에 의한 기업가치 상승이 비즈니스 모델로 확대 시키면 선순환구조의 생태계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하기도 했다. 자료=하이투자증권



그러나 네이트는 인터넷 이용자들의 관심이 멀어진 상태이고 싸이월드, 네이트온 등은 SK에서 떨어져 나갔거나 경쟁사에 완전히 밀려난 상태다. 그러다 보니 SK커뮤니케이션즈는 2012년 이후 올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 규모가 1240억원에 달하며 최악의 길을 걷고 있다. 

때문에 SK텔레콤은 SK커뮤니케이션즈의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내년 2월 100%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겠다고 밝혔다. 5년 연속 적자일 경우 증권시장에서 상장폐지 심사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현재 SK커뮤니케이션즈에서 경쟁력이 있는 부문은 카메라 SNS인 싸이메라 정도다.  

IT업계 일각에선 싸이메라를 T맵처럼 사업 이관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SK텔레콤 관계자가 "싸이메라는 SK커뮤니케이션즈의 사업"이라며 부인했지만 IT업계 일각에선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싸이메라 매출이 SK커뮤니케이션의 극히 일부지만 유일하게 경쟁력이 있는 부분"이라며 "싸이메라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SK텔레콤의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위해서라도 이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싸이월드와 네이트의 경쟁력이 완전히 무너진 계기에 SK텔레콤의 적절치 못한 시장대응을 IT업계에선 꼽고 있다. PC에서 모바일로 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SK텔레콤은 지속적으로 늦췄다. 카카오톡이 빠르게 국내 모바일 메신저 환경을 장악해 나가고 있는 상태에서도 SK텔레콤의 수익성을 갈아먹을 수 있다는 우려에 기존 경영 방식을 고수했다. 

IT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SK그룹 핵심 사업의 경우 모두 M&A를 통해 이뤄냈다"면서도 "인터넷 사업의 경우 시장 환경에 빠르게 적응해야 하는 만큼 기존 경영 방식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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