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이수일 기자] 미국 애플의 한국법인인 애플코리아의 올해 영업이익이 7년 전 보다 150배 늘어난 8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2일 이동통신 3사 등에 따르면 애플코리아는 올해 연말까지 290만대의 아이폰을 판매할 것으로 예측돼 매출이 2조3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통사에 공급하는 아이폰 평균 가격이 출고가보다 10∼15% 낮은 약 80만원라는 점을 감안한 결과다. 지난달 말까지 260만대의 아이폰이 판매됐지만 연말 특수를 감안해 12월에만 30만대가 더 팔릴 것이라고 이통 업계는 추정했다.
판매량으로만 보면 국내 스마트폰 시장 규모가 연간 2000만대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애플의 시장 점유율은 15%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애플코리아는 전체 매출 가운데 아이폰 비중이 글로벌 평균(63.4%)보다 10%p 이상 높은 약 75% 내외이며 나머지는 맥북, 아이패드, 아이팟, 애플워치 등이 차지한다.
이럴 경우 애플코리아의 전체 매출은 3조933억원에 이르며 2016회계연도(2015년 10월 초∼2016년 9월 말) 글로벌 영업이익률 27.8%를 대입할 경우 영업이익은 8599억원이다. 웬만한 국내 대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수치다.
애플코리아가 이 같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집중 공략하면서 낮은 시장 점유율에 비해 영업이익이 높은 편이다. 애플코리아의 시장 점유율은 14.5%에 불과하지만 영업이익 규모는 한국 전체 기업 가운데 30위권 수준이다. 작년을 기준으로 보면 애플보다 많은 영업이익을 달성한 기업은 30곳에 불과하다. 대한항공(8592억원·30위) 보다 많은 수준이다.
애플코리아는 유한회사로 전환한 후 정확한 실적을 공개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애플코리아 측은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 등에 관한 질의에 "답변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애플코리아는 유한회사로 외부 감사를 받을 의무가 없고 감사보고서 제출 대상에서도 제외되기 때문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서 주식회사 보다 자유롭다. 그러다 보니 애플코리아가 아이폰3GS 시판을 불과 나흘 앞두고 유한회사로 전환하자 정보 공개를 원천 차단했다는 지적이 당시 IT업계로부터 나왔다.
애플코리아는 회계 투명성이 미흡할 뿐 아니라 국내에서 거두는 막대한 이익에 견주어 고용과 투자에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더구나 충성스러운 소비자들에게마저 불친절하다. 애플코리아는 지난달 20일 아이폰6s 불량 배터리의 무상 교환 프로그램을 한국 웹페이지에서 영문으로만 공지해 빈축을 샀다가 나흘만에 한국어 공지문으로 교체했다.
IT업계에선 애플이 더글러스 벡에서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코리아 대표를 지낸 다니엘 디시코로 교체한 만큼 시장 전략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코리아가 시장 전략을 수정하지 않으면 지금처럼 막대한 이익을 올리는 것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