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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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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 얽힌 8개그룹, 그들은 왜…⑥ 한화그룹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6.12.02 14:04

정부와 관계 중요한 '화약' 출발, 대한생명 인수때도 '특혜 의혹'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자료=에너지경제신문 DB)


지난 1988년 일해재단에 지원금을 낸 재벌그룹들을 불러세웠던 ‘5공 청문회’. 1996년 총 36명의 대기업 총수가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수사’, 2003년 말부터 그 이듬해까지 대기업 총수들이 연일 검찰 조사를 받은 ‘대선 불법자금 수사(일명 차떼기 사건)’ 등. 과거 정권과 연결된 유명한 사건들이다. 당시 대기업들 역시 정권의 요구에 응한 댓가로 경영마비와 기업이미지 실추라는 수모(?)를 겪으며 새롭게 출발한 것을 다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과거의 악습은 시간이 흐르고 시대가 바뀌어도 지속되고 있다. 한국 역사상 최대의 정치 스캔들로 기록될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오는 12월6일 진행되는 국회 국정조사 1차 청문회 증인으로 국내를 대표하는 대기업 총수 8인이 채택됐다.  

과거에는 비공개 검찰 수사만 이어졌지만 이번에는 전국민 앞에 공개적으로 나서게 됐다. 내년 새로운 경영계획을 수립해야 할 시기에 총수들이 국조 증인 채택으로 인해 기업운영은 사실상 휴업상태다. 기업들을 무조건적인 ‘피해자’로 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지만 과거부터 경영보다 우선시 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정권의 요구에 따라가는 것도 사실이다. 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 대한민국에서 사업을 이어가는 기업들의 현실인 것이다.  

이에 본지는 역대급 규모 청문회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8개 그룹의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정권과의 악순환을 재조명한다. 


◇ 최순실 게이트’ 얽힌 8개그룹, 그들은 왜...⑥ 한화그룹




한화그룹은 화학이 핵심으로 정부의 비호 하에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창업주 김종희 회장은 1952년 한국화약주식회사를 발족시켰다. 해방 후 국내 화약산업은 한국화약과 정부 간의 쌍방독점 형태로 유지됐다.  

이러한 한화그룹의 성립에는 김 회장의 친형인 김종철의 도움도 매우 컸다. 김종철은 한국화약 설립 당시 회장에 취임했으며 1958년 제4대 국회의원 선거 때 향리 천안에서 출마해 당선, 정계에 진출했다. 이후 제5공화국의 출범과 함께 1981년 구 민주공화당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한국국민당을 창당해 총재 및 제12대 대통령후보가 됐다. 총재로 당을 이끌면서 1985년 전국구 1번으로 제12대 국회의원이 됐으며, 이후 총재직을 사퇴한 뒤 한국화약 고문으로 활동했다. 

산업용 화약수요가 많지 않았던 시절의 한국화약은 정부와의 돈독한 관계 하에서만 성장이 가능할 수밖에 없었다. 평생 여당의 국회의원으로 일관했던 김종철의 이력이 주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1981년 맏아들 김승연 회장이 스물아홉이라는 젊은 나이에 회장으로 취임해 아버지의 유지를 받들어 경영 일선에 나섰다.  

2002년 대한생명(이하 대생) 인수로 재계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대생 인수과정에서 이면계약을 체결하고 비자금을 조성해 정관계에 로비한 혐의를 받았다.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의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은 2004년 공적자금관리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에 대한 특혜 의혹을 도마 위에 올렸다.   

이 의원은 국정감사 정책자료집을 통해 "정부가 지난 2002년 대한생명을 무자격자에게 거의 공짜로 매각해 사실상 특혜를 줬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2001년 9월 대생에 대한 1조5000억원의 공적자금 출자로 인해 한화컨소시엄의 대생 인수가격은 1조6150억원이 아닌 1150억원에 불과한 셈"이라며 "대생 매각 직전 공적자금을 투입한 것은 대생 인수자에게 엄청난 특혜를 부여한 것"이라고 정부를 몰아붙였다.  

이종구 의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대생의 매각심사소위는 소위위원 4명 중 3명이 한화그룹의 부채비율이 200%를 넘는 등 보험사 인수자격 요건이 불충분하고 매각가격이 낮다는 이유로 한화 인수에 반대했으나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이 반대 의견을 묵살했다는 것. 하지만 이 문제는 대법원에서 ‘하자 없음’으로 종결됐다. 


▲서울 중구에 있는 한화그룹 본사 빌딩 (사진=에너지경제신문 DB)



또한 2002년 대선 당시 한화는 당시 한나라당(이회창 후보)과 민주당(노무현 후보)에 각각 40억원과 10억원 등 총 50억원을 전달했다. 김 회장은 서청원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10억원을 건낸 사실만 인정돼 벌금형을 선고 받은 바 있다. 

역대 최고의 스캔들로 자리잡은 ‘최순실 게이트’에도 한화는 자주 등장하고 있다. 김 회장은 지난해 7월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했고 그 뒤 미르와 K스포츠에 모두 25억원을 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문제가 되고 있는 승마협회의 경우 신은철 전 대한생명(현 한화생명) 부회장이 2012년 승마협회장에 당선됐고 2014년 차남규 한화생명 사장이 자리를 이어받았다. 당시에도 비선실세 논란이 일었다.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가 국가대표로 선발돼 특혜를 누리도록 승마협회가 지원했다는 것. 이런 논란 때문에 신 전 부회장은 임기를 2년 가까이 남기고 회장에서 사퇴했다. 

또한 한화갤러리아 역시 지난해 7월 실시된 면세점 신규 사업자 선정 직전에 내정 사실을 외부로 유출, 관세청 직원들이 주식투자를 하는가 하면 심사 과정에서도 최순실씨가 개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한화그룹의 모태사업인 방산사업은 사업의 특성상 정부사업의 수주에 따라 성장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정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우연인지 한화그룹은 지난해 재계순위 10위에서 9위로 한 단계 올라섰다. 삼성그룹으로부터 방산과 화학계열사 4곳을 인수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여기에 정권이 개입했다는 의혹도 있다. 

이유는 한화그룹은 방산계열사인 한화테크윈(옛 삼성테크윈)과 한화시스템(옛 삼성탈레스)을 인수하면서 방산사업에서 1위로 뛰어올랐기 때문이다. 그 뒤 한화디펜스(옛 두산DST)를 인수하고 한화시스템 지분을 추가인수하는 등 압도적인 1위를 굳혔다. 

한화그룹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태양광사업 역시 정부정책과 발 맞출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분석하는 사람도 있다. 아직 자리잡지 못한 태양광사업이 성장하려면 정부 차원의 지원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에너지경제신문 최용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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