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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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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기고] 경주 지진과 한옥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6.10.27 16:02

김대익 건축도시공간연구소장




최근 들어 보도매체에 경주가 많이 언급되고 있다. 아마 경주가 국민들의 인식에 자리 잡은 이후 가장 많은 언급이 되는 것 같다.

2016년 9월 12일 19시 44분 경주 남남서쪽 9km 지점에서 규모 5.1의 지진이 발생하고 뒤이어 20시 32분, 이 보다 북서쪽 1km 떨어진 곳에서 규모 5.8의 2차 지진이 발생했다. 두 지진, 모두의 진앙은 내륙에서 발생하였다. 특히 규모 5.8은 1978년 지진 계측 이후 역대 최대 규모라는 점에서 그 숫자가 주는 공포심은 더욱 크게 다가 왔을 것이다. 이후로 480회가 넘는 여진 발생, 태풍의 피해에 따라 주민들의 불안은 잦아들기가 어려워 보인다. 실제로 국가건축정책위원회, 국토교통부와 건축도시공간연구소 국가한옥센터의 현장방문을 통해 전통한옥의 구조에는 전혀 문제가 없으나 기와가 흘러내린 전통한옥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주택의 붕괴에 대한 걱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진 발생 후 각종 매체에서는 피해 신고와 피해 규모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지 못하여 불필요한 불안감을 증폭시킨 것도 사실이다. 정확하지 못한 통계로 인하여 피해 복구와 관련된 복구 비용, 복구 방법의 설정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한옥의 피해에 대해 언급하며 수많은 한옥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주의 전통한옥 1만2000여채 가운데 2031채가 피해를 입어 전통한옥이 지진에 취약하다거나, 공주, 부여 등 한옥 관련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으로까지 확대되었다.  

정확한 한옥피해 통계를 산출하기 위하여 정확한 한옥 데이터가 필요하였다. 다행히 건축도시공간연구소 국가한옥센터에서는 경상북도와 함께 한옥전수 조사를 실시하여 2016년 5월 경주시 총 1만2284동의 한옥 데이터를 확보하고 주요 마을을 대상으로 드론 촬영을 끝마친 상황이었다.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에서 경상북도에 접수된 피해주택을 대비하여 피해한옥 현황을 도출한 결과 경주시의 총 피해주택 4996동 가운데 1202동(23.8%)이 한옥으로 판명되었다. 전체 한옥의 9.8% 한옥이 피해를 본 것이다. 건립시기에 따라서 피해한옥 1202동 중 30년 이상 된 한옥이 1026동(85.4%)이고 피해규모는 반파 미만이 1197동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정확한 피해유형은 읍면동의 자료를 취합중이나, 우선 확보한 황남동의 경우(9.22.현재) 한옥 224동 가운데 52동(23.2%)이 피해를 입었으며 피해유형은 기와파손 82%, 담장파손 11%, 벽체파손 5% 순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통계의 차이는 ‘일반 건축물’과 ‘한옥’을 구분하지 않은 채 기와가 올라간 모든 건물을 한옥으로 간주하고 기와가 파손된 건축물을 모두 한옥의 기와 파손으로 오해하여 생긴 결과이다.

한옥은 제도적으로 「한옥 등 건축자산의 진흥에 관한 법률」 제2조에서 "한옥이란 주요구조가 기둥, 보 및 한식지붕틀로 된 목구조로서 우리나라 전통양식이 반영된 건축물 및 그 부속건축물을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경주시의 경우, 「경주시 도시계획 조례」에 따른 신라역사문화미관지구로 지붕 재료를 기와로 사용하게 되어 있어 벽돌조나 RC조 건축물의 지붕에도 기와를 사용하여 경관을 관리한다. 이러한 건축물은 「한옥등 자산법」에서 ‘한옥건축양식’에 해당된다. 이번 지진에서 대부분의 기와 피해는 이들 건축물에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전통한옥에서 기와와 벽은 집을 서 있게 하는 구조체는 아니다. 이번 경주 지진으로 기와 부분에 피해가 집중되었다. 그러나 한옥을 다시 지어야 할 정도로 기둥, 보, 도리에서 구조적 손상을 입은 한옥은 완파 1동뿐이다. 역설적으로 진도 5.8의 지진에 전통한옥은 잘 버텼다는 것을 방증하는 결과이기도 하다. 현재까지의 피해유형으로 보았을 때 벽돌조나 RC조 위에 기와지붕을 얹은 건축물은 땅의 진동을 그대로 지붕에 전달함으로써 옥개부의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 전통한옥은 구조체의 연성 결구로 지진의 횡력을 일부 흡수하여 앞의 건축물보다 지붕부의 피해가 적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기와 피해도 무시할 수는 없는 중요한 사안이다. 여진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에서 기와 부분은 잠재적으로 주요 피해대상이기 때문이다. 지역주민의 불안을 해소하고 한옥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하여 기와뿐만 아니라 구조체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

국가한옥센터와 사단법인 한국건축역사학회의 전문가 그룹에서는 10월 모든 경주 피해한옥을 현장 방문하여 피해 규모 파악과 주거자와 상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기와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지진에 따른 한옥 구조체의 변형 정도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지진에 대비하는 기와를 시공하기 위하여 다양한 방법들이 제시되고 있으며 국가에서 지원한 한옥기술개발 R&D 사업의 결과물을 활용하는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한옥의 내진 성능에 대한 구체적인 실험 결과가 없는 상황에서 단순히 한옥은 지진에 강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한옥에 대한 신화에 불구할 수 있으므로 국가가 주도하는 한옥의 내진 성능을 시험하고 평가할 수 있는 R&D 사업이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구체적인 숫자와 시험 성능이 제시될 때 국민들은 안심하고 한옥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한옥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하여, 특히 경주 지진으로 인하여 일상생활이 고단하고 관광객의 감소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경주 시민을 위하여 이번 경주 한옥 지진피해에 대한 면밀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제대로 된 복구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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