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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OPEC 감산① - 정유사 성패, '부업'이 좌우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6.10.04 18:55

OPEC 감산합의후 국내 정유업계 파장은?

[기획] OPEC 감산①-정유사 성패, '부업'이 좌우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유 감산에 전격 합의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8년 만이다. 원유 감산 결정까지는 아직 변수가 많지만 한국은 에너지 불모지여서 촉각을 곧추세울 수밖에 없다. 특히 정유와 가스, 항공-자동차 등 교통 업계는 OPEC 합의가 이행될 경우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간다. 본지는 OPEC 합의가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을 3회에 걸쳐 집중 조명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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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김양혁 기자] 국내 정유사들이 바빠졌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원유 생산량 감축을 합의하자 국제 유가가 출렁인다. 결정까지는 아직 변수가 많지만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다. 때문에 정유 업체들은 윤활유, 석유화학 등 부업 비중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란 관측이다. 고유가=고마진 공식이 깨지고, 정제마진이 실적을 좌우하면서 업체들은 점차 부업에 눈을 돌려왔다.

3일 국내 정유사들이 OPEC의 예상치 못한 원유 생산 감축 합의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체 관계자들은 "아직 공식적인 합의가 이뤄진 게 아니기 때문에 사태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사업 다각화로 리스크를 분산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OPEC은 11월 정례회담에서 회원국별 감산량을 확정한다. 이 과정에서 잡음이 새어나올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여기에 감축에 힘이 실리려면 러시아 등 비(非)회원국 협조가 필수요소다. 하지만 국제 유가는 이미 요동쳤다. 감축 합의 소식이 전해진 9월28일(현지시각)을 시작으로, 배럴당 50 달러에 성큼 다가서고 있다. 앞으로 국제 유가는 더 오를 것이란 관측이다.

유가가 모처럼 상승곡선으로 돌아섰지만 국내 정유사들은 썩 달갑지 않은 표정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고유가가 고마진으로 이어진다는 공식이 깨진 지 오래이고, 국내 정유 업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정제마진"이라고 말했다. 업체 관계자도 "결국 실적은 정제마진이 좌우한다"고 말했다. 정유사들은 2011년 국제 유가가 급등하며 배럴당 100 달러를 넘어가면서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바 있다.

하지만 2011년과 비교해 반토막 이상 난 국제 유가 속에서도 국내 정유사들은 최대 실적을 나란히 갈아치웠다. 정제마진이 실적을 좌우하는 배경이기 때문이다. 정제마진은 원유 1배럴을 공정에 투입했을 때 공급단계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말한다. 정유사별로 다르지만 보통 싱가포르 시장의 역내 평균을 추정해 적용하는데 국내 정유사들은 싱가포르 시장의 정제마진 4∼4.5 달러를 이익의 마지노선으로 본다. 즉 정제마진이 3∼4달러 이상이면 수익이, 이하면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다.

국제 유가든, 정제마진이든 국내 정유 업계는 외부 요인에 막대한 영향을 받고 있다. 결국 정유사들은 사업 다각화로 위험 요소들을 줄여나가고 있다. 정유사라는 간판을 달고 부업에 손을 대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전통적인 정유 사업과 함께 석유화학, 윤활유 사업, 신재생에너지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추세인데, 이런 사업 역시 외부 요인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은 매출에서 정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윤활유나 석유화학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에쓰오일(S-OiL)의 경우 2012년 81.10%에 달했던 정유 사업 비중이 2016년 74.5%(6월 기준)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GS칼텍스는 79.4%에서 69.8%까지 내려갔다. 현대오일뱅크는 롯데케미칼과 합작으로 현대케미칼을 출범시키고 화학공장의 본격 가동을 앞두고 있다.

OPEC 감산 합의는 이런 움직임을 더욱 자극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원유는 거의 대부분이 수입이기 때문에 앞으로 정유 업체의 사업 다각화는 속도가 더욱 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다른 업체 관계자는 "기존 전통적인 정유 사업과 함께 석유화학이나 윤활유 사업, 신재생에너지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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