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안성규 아산정책연구원 전문위원 |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했으니 주한미군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 THAAD) 배치에 대한 중국의 생각이 달라질까. 중국의 네티즌 사이에선 그런 조짐이 살짝 나타났지만 중국의 반대는 바뀌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대세다. 그런데 중국이 그럴 자격이 있는가. 아시아의 두 MD(미사일방어망) 강국, 중국과 인도의 MD사에서 답을 찾아보자.
인도가 MD를 갖추고 있다는 사실을 많이 모른다. 독자 개발한 PAD(Prithvi Air Defense, 파리트비는 산스크리트어로 지구라는 뜻)와 AAD(Advanced Air defense)의 2중망이다. PAD는 사드, AAD는 PAC-3에 가깝다. 인도가 MD에 나선 것은 1999년 5월~7월 파키스탄과 벌인 카길 전쟁 때문이다. 파키스탄이 그해 겨울 잠무-카슈미르를 침범하며 전쟁이 벌어졌다. 수세에 몰린 파키스탄은 핵무기를 국경 부근 무샤하프 기지에 배치했다. 인도의 수도 뉴델리까지 580km 정도. 발사 단추를 누르면 8분 만에 엄청난 사망자가 날 판이다. 다행히 미국이 개입해 인류 사상 세 번째 핵 참화는 막을 수 있었다.
인도는 그 직후 러시아제 S-300을 구입하는 한편 MD 독자 개발에 나섰다. 그게 파키스탄의 중·단거리 핵 미사일 방어를 위한 PAD와 ADD 1단계 사업이다. 인도는 사거리 5000km인 대륙간탄도탄(ICBM)을 막겠다고 2단계 사업을 벌인다. 대상은 중국이다. 중국도 꾸준히 MD 사업을 벌여왔다. 2007년 1월11일 약 860km 고도의 북극 궤도를 돌던 자국 기상 위성 FY-1C를 미사일로 파괴했다. 미국은 놀랐다. 미사일 궤도로 치면 중간단계에 해당하는 우주에서 hit-to-kill(충격 파괴)로 요격하는 위성공격무기(ASAT) 방식이 전형적인 MD였기 때문이다.
중국 MD는 계속됐다. 2010년, 2013년, 2014년 연속해 MD 실험을 했다. 숨기지도 않았다. 신화통신을 통해 짧게 전하며 요격 미사일 HQ-9의 사진도 공개했다. 이 미사일은 러시아에서 구입한 S-300를 중국이 현지 생산한 것이다. HQ-9는 사거리 90km, 고도 27km 정도에서 요격하니까 PAC-3와 유사하다. 또한 최근 러시아의 최고 MD인 S-400 도입 계약도 했다. S-400의 요격 미사일 48N6 시리즈는 사거리 200km, 고도 27km 정도에서 요격해 PAC-3의 개량형 쯤 된다.
40N6은 사거리 400km에 고도 185km라서 사드를 웃돈다고 할 수 있다. S-300을 자체생산하고 수출상담도 하는 중국이 S-400을 역설계 해 미국의 MD를 추격할 날도 멀지 않았다. 미국과 인도 학계의 추적에 따르면 중국의 MD 개발사는 1964년 마오쩌뚱이 지시한 ‘640 프로젝트’에서 시작된다. 80년대엔 863프로젝트, 90년대엔 998프로젝트로 이어지면서 2007년 ASAT라는 작품이 나왔다.
미국 국방부는 2016년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중국의 MD능력을 이렇게 평가한다. "중국의 MD는 제한 지역에 대한 방어능력을 갖췄다. S-300은 사거리 1000km인 미사일을 초속 2.9km로 요격하며, HQ-9는 사거리 500km인 미사일에 대해 지역 방어능력을 제공한다. 고도 80km 이상의 외대기권용 운동에너지 요격체 연구·개발, 대기권 상층부 요격 능력 개발을 하는 중이다. S-400은 중거리미사일을 요격한다."
이 MD가 누구를 겨냥하는지 중국은 입을 다물고 있지만 인도와 미국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렇다고 인도와 미국의 미사일을 막겠다는 중국에 뭐라 할 수도 없다. 위협에 대응하고, 적절한 무기를 선택하는 것은 주권국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온 중국이 한국에게는 날을 세운다. 자국의 미사일 위협에는 최대로 대응하면서 한국의 북한 대응에는 거칠게 비난한다.
한국 방어의 핵심인 미군을 북한 핵으로부터 막는 사드만 유독 전략적 균형을 해친다고 시비를 건다. 그렇다면 중국이 자국 방어를 위해 배치한 S-300과 S-400, HQ-9, ASAT가 같은 MD 체제는 무엇이란 말인가. 중국의 행태는 시쳇말로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고 점잖게 말하면 자가당착일 뿐이다. 요컨대 중국만 미국 MD의 피해자인 듯 코스프레를 할 입장이 아니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