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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건물 10곳 중 9곳 내진설계 無...지진에 '무방비'

에너지경제신문   | 입력 2016.07.06 14:29

"건축물 구조보강 통해 내진 성능 강화해야"

▲사진=연합뉴스 제공


5일 저녁 울산시에서 역대 5번째 규모의 강진이 발생하며 지진에 취약한 국내 건축물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수많은 건물들이 1988년 내진 설계가 의무화되기 이전 지어진 오래된 건물이라 내진 보강이 시급한 실정이다. 하지만 민간 건축물의 내진 보강에 대한 법적 강제성이 없어 상당수가 지진 피해에 노출돼 있다.

국내 건축물에 대한 내진설계는 1988년부터 의무화됐다. 건축법 시행령에 따라 6층 이상, 연면적 10만㎡이상 건축물에 대해 적용하다가 2005년부터 3층 이상, 총면적 1000㎡이상, 2015년부터는 3층 이상, 총면적 500㎡이상 건축물로 범위를 강화해 적용하고 있다. 5월 27일에는 정부가 ‘지진방재 개선대책’을 통해 내진설계 의무대상 건축물을 3층 이상에서 2층 이상으로 확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는 새로 짓는 건축물에만 적용된다. 국내에 지어져 있는 건축물 대부분은 내진 설계가 이뤄지지 않아 ‘내진 보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난달 건축도시공간연구소(AURI)에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내진설계가 적용된 건축물 비율은 전체 건물의 6.5%로 매우 저조하다. 내진 설계를 의무화한 1988년 이전에 지어지거나 2005년 이전에 지어진 5층 이하의 건축물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최고 12층, 398가구 규모 A아파트는 81년도에 입주를 시작한 35년된 아파트로 내진설계가 적용돼 있지 있다. 이처럼 2014년 기준 30년 이상 된 노후 건축물은 우리나라 전체 건축물의 34%에 달한다.

특히 노후화한 지방의 아파트 등 주거용 건축물은 전체의 49% 정도로 전체 가구의 절반 정도는 내진 설계가 적용돼 있지 않다. 2005년 이전에 지어진 5층 이하의 건물이거나 2005년 이후 지어진 2층 이하의 건물까지 포함하면 그 비율은 전국 건물 비율의 약 80%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내진설계 비율이 낮은 이유는 노후화한 건물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건축물의 구조보강을 통해 내진 성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내진설계를 의무화한 1988년 이전 건축물의 내진보강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공공 건축물은 2009년 3월 이후 5년마다 ‘내진보강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반면, 아파트 등의 민간건축물은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어 내진보강에 강제성이 없다. 건물주가 주체가 돼 시행해야 하는 내진 보강이 이뤄질지 불분명한 상태다. 현재로썬 자발적으로 내진 보강을 하는 건물주에게 세금 감면 등의 인센티브가 주어지지만 홍보도 되지 않고 그 액수도 미미하다.

전문가들은 강제적인 법적 근거 마련과 내진 설계 범위 확대로 무방비로 노출된 지진에 대한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유은종 한양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는 "법적 강제성이 없으면 인센티브라도 확대해야 하는데 그 수준이 턱없이 낮다"며 "저층 건물도 지진에 안전한 게 아니기 때문에 외국처럼 저·고층의 구분없이 내진설계를 강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국 건축도시공간연구원 박사는 "우리나라의 경우 내진 기술 역량도 떨어지는 편"이라며 "내진 기술에 대한 특허 비율 등이 낮은 수준인 만큼 기술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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